소비자 운동은 '일'인 동시에 '삶'
소비자 운동은 '일'인 동시에 '삶'
  • 변우식 기자
  • 승인 2016.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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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감각과 일관성, 베푸는 리더십으로 똘똘 뭉친 김연화 회장


“마음과 생각이 있으면 행동하게 되고, 행동을 계속하다보면 습관이 되고, 결국 그 습관이 모여 운명이 됩니다.” 김연화 회장의 좌우명입니다. 김 회장은 공익을 마음에 품고, 소비자를 생각하며 소비자 운동을 하루도 빠짐없이 9,400여 일 동안 실천하고 있습니다. 낯선 행동도 66일이 지속되면 우리 몸이 자동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습관이 된다고 합니다. 소비자 운동이 이미 습관을 넘어 김 회장 그 자체가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국민이 공감하는 소비자 운동을 해야 합니다. 운동가들의 운동이어서는 안 됩니다. 소비자 운동이 마치 여성운동으로 비춰지기도 하는데 아닙니다. 소비자 운동은 근로자, 학자, 국민이 함께 하는 환경운동이고 생명운동입니다.” 김연화 회장은 단호합니다. 소비자와 많은 정보를 충분히공유해야 할 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보다 확산되어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소신입니다. ‘함께’라는 단어에 힘이 세게 들어가 있습니다. “같이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소비자 운동하는 사람이라고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발생하는 문제를 모두 다 제대로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무엇을 모르는지 먼저 알아야, 모르는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배워야 제대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김연화 회장은 소비자 문제는 이론뿐 아니라 경험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 쓰던 논문을 덮고 지도교수의 도움을 받아 (사단법인)한국부인회 소비자 상담실장으로 머리가 아니라 마음과 몸으로 소비자 문제와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소비자 운동은 여성단체 고유 영역으로 갇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김 회장은 실전을 통해 소비자 운동은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소비자, 국민의 문제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보다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절실함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회공헌에 푹 빠져 교수가 아닌 소비자 운동가로 방향을 바꾼 것도 바로 이 때입니다. 이러한 깨달음과 필요성은 김 회장이‘소비생활연구원(現 소비자공익네트워크)’을 설립한 힘이자 뿌리이기도 합니다. 당시 여성단체로부터 모진 소리도 들었습니다. 김 회장은 그동안 이론과 실전을 통해 배우고, 깨닫고,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2년 간 불철주야 뛰었습니다. 그리고 그 업적을 인정받아 1994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공식
가입, 명실상부한 소비자단체로 소비자들과 함께 호흡하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소비자 운동은 소비자의 8대 권리를 강조해왔습니다. 고발 중심의 소비자운동이 주를 이루어 왔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책임도 반드시 생각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소비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똑똑한 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정보 제공뿐 아니라 교육과 홍보도 충분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정부도 사후관리보다는 사전예방에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김연화 회장은 2015년 소비생활연구원의 현판을 ‘소비자공익네트워크’로 바꿔달았습니다. 말 그대로 소비자의 공익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변화하고 있는 현실에 맞춰 정보 공유, 교육과 홍보, 정책참여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실천으로 폭염의 올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군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토론회를 누구보다 먼저 개최해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생활패턴이 달라지지 않았습니까? 에어컨 보급률이 80%에 달합니다. 누진제는 과거기준에 의한 것입니다. 전기요금을 무조건 적게 내겠다는 게 아닙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적절한 비용을 사용한 만큼 지불하는 것입니다.” 김 회장은 무엇보다 국민을 이해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단체도 정부도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소통은 일방적으로 듣는 것도,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꼭 직접 마주앉아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가슴이 아파 힘들어 하기도 하고, 너무나 행복해 머리에서 발끝까지 환해지기도 합니다. 콧물 눈물을 함께 쏟아내기도 하고, 가슴뼈를 들썩거리며 웃음을 토해내기도 합니다. 단 한 번도 얼굴을 직접 마주한 적 없는 영화 속 배우들을 보면서 그렇습니다. 소통은 귀나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인 까닭입니다. 소비자단체든 정부든 의지와 진심만 갖고 있다면 국민과 진짜 소통을 할 수 있는 길은 열려있습니다. “60, 70년대에 우리는 ‘한등 끄기 운동’에 열심히 동참했습니다. 그 때는 산업을 막 일으키는 때였고 전기도 모자랐습니다. 우리의 전기요금 체계는 아직도 그 때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경향이 있습니다. 단순히 누진제 뿐 아니라 산업용, 상업용, 농업용을 포함해 전기요금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과 변화가 필요합니다.” 전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 온 김연화 회장은 전력소비 뿐 아니라 전력생산에도 깊은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에너지문제에 관심을 갖고 전문가들과 긴밀한 논의를 지속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해서도 발전비중의 목표만을 세울 게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평가를 해봐야 합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비용대비 효율성은 어떤지 혹은 제도의 악용사례는 없는지 꼼꼼히 챙겨야 합니다. 허가만 열심히 내주고 결과는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이제 그만 해야 합니다.” 김연화 회장은 30년 가까이 소비자 운동과 함께 하면서 늘 소비자 입장에 서 있지만 그러면서도 혹시 잘못된 정보나 판단으로 노력하는 기업에 애꿎은 피해를 주지 않을까 신중을 기합니다. 무엇보다 김 회장은 소비자 단체의 사회적 책임에 막중한 무게를 느낍니다. 한편, 김 회장은 교복 대리점 업주들로부터 소송까지 당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교복을 값싸게 공동구매하는 방안을 마련하여 토론회를 거쳐 결국 교복 가격을 내리는데 기여한 것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요즘 공감하는 소비자 운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운동가가 모든 걸 다하려 해선 안 됩니다. 물론 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공부가 필요합니다. 계속 배워야 합니다.” 김연화 회장이 최근에 깊이 고민하는 것은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사람을 키우는 일입니다. “이제 훨씬 더 전문성이 있고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사람을 세워야 할 때가 오고 있습니다. 뒤로 물러설 때를 놓치지 말고 물러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좋은 분들과 계속 호흡을 맞추어가고 있습니다. 물러선다고 역할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김연화 회장에게 소비자 운동은 일인 동시에 삶 그 자체입니다. 그렇다고 별스럽지도 않습니다. 딱히 즐기는 취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건강을 유지하며 긍정적인 생각을 펼치는 자기관리만큼은 철저합니다. 김 회장은 25년 째 대표직을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시끄러워진 일이 없습니다. 소유 개념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덕분입니다. 단체는 그저 소비자 운동을 담아내기 위한 그릇일 뿐입니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소비자로서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입니다. 우리는 함께 ㅍ참여하여 세상을 바꾸어나갈 수 있습니다.” 균형감각과 일관성, 베푸는 리더십으로 똘똘 뭉친 김연화 회장이 앞으로 어떻게 똑똑한 에너지 소비를 이끌어 낼지 긴장과 설렘으로 함께하고 싶어집니다.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은 중앙대에서 소비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덕여대를 졸업하고 경북 점촌시 문경여고 교사를 하던 그는 동덕여대, 중앙대 강사를 거쳐 (사단법인)한국부인회 총본부 소비자 상담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소비자 운동에 뛰어들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정책심의위원, 환경부 폐기물분과 자문위원, 농림부 양곡유통위원회 자문위원, 보험감독원 분쟁조정위원, 한국재활용품제품사용촉진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서울시 쓰레기문제해결을 위한 시민협의회 위원, 보건복지부 의료보험약관심사위원회 위원,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 정보통신부 우정사업경영평가단,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 산업자원부 대체에너지개발 심의위원, 한국소비자보호원 비상임이사, 방송위원회 상품판매방송 심의위원회 위원, 제20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위원, 전기위원회 위원을 두루 거쳤다. 시청자미디어재단 비상임이사, 국무조정실 식품안전정책위원회 전문위원, 한국소비자원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인 김연화 회장은 1992년부터 한국소비생활연구원 원장(現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으로 소비자단체를 흔들림 없이 변화하며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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