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제 완화, 어럽지만 지금 제대로 해야 한다
누진제 완화, 어럽지만 지금 제대로 해야 한다
  • 김창섭
  • 승인 20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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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무서운 더위와 함께 누진제 논란으로 더욱 뜨거웠고 그 결과 완화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드센 시기였다. 정부는 누진제 완화를 약속하고 있고 TF를 통하여 11월말까지결론을 낼 것으로 약속하고 있다. 뜨거운 여론의 지지와 정부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TF가 제대로 결론을 도출할 지, 그리고 TF의 완화 결론이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순조롭게 수용될 지 등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누진제는 나름 공고한 이해관계의 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누진제완화는 기존의 1구간 2구간의 소비자들의 냉방에너지비용을 감소시키지만, 봄 가을철 시기에는 전기요금을 인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막상 이를 결정할 정치권의 입장에서는 누진율을 완화할 경우 요금이 인상되는 것을 알게 될 특정소비자군의 반발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 것이다. 굳이 정치적으로 얻을 것이 없는 선택을 여당이 앞장서서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또한 정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누진제는 정부가 애지중지하여온 신산업의 육성조건중의 하나이다. 신산업 중 프로슈머, ESS 등은 모두 누진율이 강할수록 사업의 조건이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에너지정책 중 신산업을 우선할 경우 누진제 유지에 대한 강한 유인을 갖게 된다. 게다가 전기요금은 교차보조이슈, 도소매가격 괴리, 종별 형평성, 지역별 형평성 등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로 확장되기 쉬운 휘발성이 강한 까다로운 이슈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당이나 정부나 굳이 고생하며 완화를 추구할 이유가 부족하다. 또한 누진제는 불편하지만 분명히 에너지절약을 확실하게 보장하는 제도이다. 일부 환경단체는 이러한 불편함은 오히려 향후 글로벌 스탠다드로 권장해야하는 사안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한편 여전히 20%의 가구는 에어컨이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반면 부촌의 경우 요금인하가 발생하여 부자감세의 효과가 실제로 발생한다. 이런 상황을 2구간 소비자가 알게 된다면 완화를 지지할 수 있을까? 이와 같이 누진제의 장점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이러한 반시장적 제도를 유지하여 온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누진제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완화하자는 것 아닌가. 현재의 징벌적 요금제도는 형평성과 효율성의 측면에서 정의롭지 못하고 타당하지도 못하다. 누진제는 당연히 완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녹치 않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완화의 시점을 놓치면 또다시 올 겨울, 내년 여름에 더 험한 누진제 논쟁에 휩쓸려 다니게 될 것이다. 다수의 행복을 우선하는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그리고 냉난방이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새로운 기후에의 적응 필요성의 관점에서 그리고 소비자선택권의 관점에서 누진제완화는 불가피하다. 요금은 요금으로 정책은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절대 대다수의 입장이다. 무언가를 얻으면 무언가를 내려놓아야 한다. 이제 우리사회는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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