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하고 고소한 돼지 목살의 새로운 발견 울산시 중구 다운동의 다운 목살
쫄깃하고 고소한 돼지 목살의 새로운 발견 울산시 중구 다운동의 다운 목살
  • 임희천
  • 승인 20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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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천 한국수소산업협회 기술부회장


서울서 태어나 30년을 살았고 전력연구원이 서울에서 대전으로 옮겨가는 통에 대전에서 산지 30년 그리고 다시 이곳 울산에 온지도 언 1년이 다 되어 간다. 대전에 맞추어져 왔
던 입맛이 이곳 음식에는 생소해도, 어디 이곳 울산이라고 독특한 맛집이 없겠는가 되새겨 보면 삼산동 생물 아구탕도 좋았고, 장생포 고래 고기 맛도 독특하고 정말 좋았다. 그러나 울산지역 맛집으로 고래 고기를 선정하고 막상 원고쓰기를 머뭇거리며 주저했던 이유는 이곳에 와서 한 두번 경험한 고래고기 맛을 내가 어떻게 평가하고 남에게 권할 수 있겠는가라는 회의심에서다. 그래서 고래고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이번에 내가 선택한 맛집은 우리 고단한 모든 직장인들의 입맛인 돼지고기 구이집이다. 우리나라 모든 직장인이 저녁때 쯤 고단함을 달래려, 아니면 동료들과 술 한잔 생각날 때 찾는 회식 메뉴가 삼겹살, 목살과 같은 돼지고기 안주다. 예전엔 돼지고기 구이도 식당에 따라 맛의 차이가 있었지만 요즘 전국적으로 유명한 프랜차이즈 음식점으로 맛이 통일되어 거의 천편일률적인 맛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울산의 다운목살 음식점의 돼지목살은 그런 인식을 한 번에 날려 보내버린다. 울산 천북 IC를 지나 동해안을 잊는 7번 국도를 타게 되면, 울산 북부 순환도로로 접어들게 되고 언양 방면을 조금 지나 8차선 도로 왼편 가로에 노란 간판의 ‘다운목살’ 집이 보인다. 오랜 전통이 있는 곳이라서 그런지 수북한 시골 음식점 같은 냄새를 풍기는 이집은 돼지목살 구이와 돼지목살 두루치기가 주 메뉴이다. 목살은 돼지의 목 부위를 말하는데 이곳 목살은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목살과는 많이 다르다. 돼지 목 부분 살이 아니라 뒤통수 귀 뒷부분 살이라고 하는데 지방분이 거의 없고 두툼하니 찰진 모습을 하고 있다. 보통은 숯불에 구워 먹도록 나오는데, 그렇다고 숯불 향을 가지도록 그릴로 된 불판에 굽는 게 아니라 철로 된 불판위에서 노릿하게 구워먹는다. 먹을 때는 고기와 함께 제공되는 겨자 소스에 찍어 먹거나 기름장을 묻혀 먹기도 하고 제공되는 야채 쌈을 싸서 먹어도 좋다. 노랗게 잘 구워진 목살의 맛은 삼겹살의 고소함과 갈비의 쫀득함을 지니고 있으며, 씹었을 때 나오는 목살의 육즙은 감칠맛이 난다. 홀에서 서빙하시는 언니들이 불관리를 해주고 있어 이곳에서는 고기를 태우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더불어 나오는 밑반찬으로 묵은지 김치, 매실 짱아찌와 물김치, 파무침 야채 등은 식사를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목살을 다 먹은 후에는 식사로 두루치기를 먹는다. 돼지목살에 양배추, 대파를 크게 숭숭 썰어 놓고, 고추장 간을 하여 휴대용 가스렌지에 올려 제공 되는데 커다란 스텐냉면그릇에 뜨뜻한 밥이 같이 제공된다. 이 모습은 옛날 아버님 친구가 집에 오면 어머님이 끓여 내오시던 돼지고추장찌개를 연상시키는데 오래 전 나는 그 옆에서 그 고추장찌개를 얼마나 먹고 싶어 했는지 모른다. 잘 끓고 있는 목살 두루치기를 냉면 그릇에 담긴 밥에 숟가락으로 두서너 번 푹 퍼서 밥에 조금 씩 비벼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찰진 고기맛에 고추장 양념과 어울러진 그 맛은 정녕 진정한 토속적인 고추장 양념에 고소하고 쫄깃한 목살의 풍미가 합해지면 이것이 바로 신토불이 맛이 아닌가 느껴진다. 울산은 지역적으로 정녕 맛으로 승부를 낼 수 있는 농수산물 생산지는 아니다. 그러나 맛을 느끼며 일상으로 즐길 수 있는 전국에서 가장 수입이 많은 직장인들이 모여있는 도시이다. 그 수입의 원천은 중공업, 화학, 자동차 등의 산업단지이고, 여기서 일하는 노동의 댓가가 그 수입의 원천이다. 화이트칼라보다 블루 칼라가 훨씬 많은 노동의 현장에서 돼지고기 목살, 그리고 두루치기와 소주는 이들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진정한 울산의 음식이 아닐런지. 울산 태화강을 끼고 도는 구 도심에서는 아직도 서민들의 음식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비오는 날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싶거나, 살 겨운 선후배들과 함께 일상을 이야기 해보고 싶을 때 소주 한 잔과 함께하는 돼지고기 목살 구이와 두루치기를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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