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을 누가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요금을 누가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 김창섭
  • 승인 201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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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섭 가천대 교수·전기저널 편수위원장

요금은 중요하다. 특히 누가 요금을 결정할 것인가가 1990년대 우리나라 석유, 가스, 전력 등 에너지산업의 구조개편 논의의 본질이다. 그 중 석유산업은 원만하게 1997년 자유화를 성공시킨다. 당시 자유화는 가격자유화, 진입자유화 그리고 수출입자유화를 동시에 전격적으로 결정한다. 성공한 배경에는 선제적으로 휘발유가격을 유가 등에 연동시키며 가격이 시시각각 변동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적응시키는 지혜가 있었다. 즉 가격을 시장이 결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서 정부는 자연스럽게 요금결정권을 시장으로 보낸 것이다. 그러나 전력과 가스의 경우 가격 혹은 요금 결정권을 시장으로 보낸다는 정책은 결국 좌초되었다. 전력산업구조개편 논의는 정작 가격자유화 이야기는 없고 진입자유화에만 몰입한 결과이다. 판매사업자가 다수가 되면 가격은 시장이 자동으로 결정할 것이라는 환상이 지배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수급구조상 시장이 연료선택을 합리화하는데 한계가 있음이 명확해지면서 시장이 만능은 아니라는 판단이 우월해진 상태이다. 이제는 다수가 전기요금은 여전히 정책적으로 결정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이제 다시 정부의 정책이 중요해졌다. 그런데 정책이 요금을 정하는 것이 정당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일관된 원칙이 요구된다. 첫째는 일관되게 우리나라 소비자단체가 주장하듯 “정당한 요금에 쓴만큼 낸다”는 원칙이다. 원가가 무엇인가 등에 대한 논쟁이 있기는 하지만 원가를 근간으로 요금이 형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로 “요금과 정책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초수급자에게 냉난방관련 에너지복지를 시행해야 한다면 그 재원은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하여야한다. 그것이 기금설립의 원래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셋째로 교차보조의 근절이다. 상당 기간 주택이 공장을 도와준 것이 사실이다. 한편 지금은 산업계가 원가 이상의 요금을 지불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누가 누구를 인위적으로 도와주거나 매꾸어주는 방식은 곤란하다. 물론 도소매요금의 불일치 등 아직 요금관련하여 많은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들 역시 일관된 원칙을 설정하여 적용시켜야만 정책의 권위가 유지된다. 요번에 당정TF는 누진제의 단계와 배율을 적정하게 조정하였지만 요금의 수준에 관하여는 정치적 판단을 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요금변동 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요금인하라는 방식으로 그 갈등을 회피해서는 곤란하다. 즉 금번의 주택용 요금인하조치는 요금을 결정하는 일반원칙을 훼손한 것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애당초 정부가 아니라 정치권이 결정권을 가지는 당정TF라는 형식 자체가 문제였다고 본다. 어려울수록 원칙이 있었어야 한다. 앞으로도 요금은 지속적으로 개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동의할 수 밖에 없는 윈칙에 기반하여 소상히 설명하고 실상을 진솔하게 보여준다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정책을 수용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것이 국가를 운영함에 있어 필수적인 정책의 권위인 것이다. 우리 국민은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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