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지적(大忠之賊)’과 ‘성인지미(成人之美)’
‘대충지적(大忠之賊)’과 ‘성인지미(成人之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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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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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영 경영학 박사, 자의누리 경영연구원장
조직 생활 속에서 상하 간에 서로 신뢰를 가지고 협력하며 일을 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요?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잘 모시고 보좌하며,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잘 이끌어주고, 또 아랫사람의 도움으로 성공하는 것입니다. 그런데이런 상하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먼저 아랫사람의 자세입니다. 자신의 상관을 챙기는 것은 좋은 일 같지만, 이것이 지나칠 경우에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상관에게 잘 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작은 성의를 보이다가 큰 것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자신은 챙겨준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인데, 이것을 한비자는 ‘대충지적(大忠之賊)’라고 이야기합니다.


 
<한비자(韓非子)> 제10편 십과(十過)의 첫 번째에 나오는 이 말은 행소충즉 대충지적야(行小忠, 則大忠之賊也)가 원문으로, 작은 충성은 큰 충성의 적이다라는 뜻입니다. 옛날, 초나라의 공왕(共王)이 진(晉)의 여공(厲公)과 언능(鄢陵) 땅에서 싸우게 되었는데 초나라 군사가 패하고 공왕 역시 눈에 상처를 입을 정도의 큰 전투였습니다. 전투가 절정에 달했을 때 초나라 장군 자반(子反)이 목이말라 마실 물을 찾고 있으니, 시종 곡양(穀陽)이 술이 담긴 잔을 들고 왔습니다. 자반은 “이건 술이 아닌가. 치워라”라고 했으나 “술이 아닙니다”라고 곡양이 말했지요. 목이 마르니 주인을 챙기려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자반은 믿고 그대로 받아 마셨는데, 문제는 자반이 원래 술을 좋아했기 때문에 한 잔으로 그치지 않고 취할 때까지 계속 술잔을 기울인 것입니다. 그날의 전투가 끝난 뒤 공왕은 자반에게 가신을 보내어 내일의 전투준비를 독려했는데, 술을 많이 마신, 자반이 속이 좋지 않다고 출전을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공왕이 친히마차를 타고 자반이 주둔한 곳으로 행차했는데, 자반의 막사에 술 냄새가 진동하는 것을 보고 그대로 되돌아가버렸습니다. 공왕은 말했습니다.
“오늘 나는 상처를 입고 말았다. 자반을 믿고 그에게 중요한 전쟁을 맡겼는데, 그럼에도 그자가 대취해 버렸다. ‘초(楚)’라는 나라를 망각하고 내 백성이 갈 길도 마음에 두지않은 채……. 나는 더 이상 전쟁을 하지 않으려 한다.” 공왕은 군대를 철수시키고는 자반을 참살하여 본보기로 삼았습니다. 장수가 갈증으로 힘들어하자 자기 딴에는 충성스런 마음으로 술을 올렸던 노비의 생각이 죽음에 이르게 한 것입니다. 이 역사적 사례가 ‘작은 충의에 얽매이는 것은 큰 충의의 적이다’라는 말의 연유입니다. 충성을 내보이려고 했으나 그것이 오히려 상대를 참살 당하게끔 하고 말았습니다. ‘작은 충성이 오히려 큰 폐해를 끼치게 된’ 전형적인 실례입니다. 하지만 윗사람은 한량없는 사랑을 아랫사람에게 베풀어야합니다. 이때 중요한 자세가 성인지미(成人之美), 즉 멀티플라이어 리더가 되는 것입니다.
 


<논어(論語)> 안연편(顔淵篇)에 나오는 이 말의 원문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남의 아름다운 것을 이루어주고 남이 나쁘게 되도록 만들지 않는다.”
즉, 군자는 남을 아끼고 사랑하므로, 좋은 점을 드러내고 나쁜 점을 감추어준다. 그런데


“소인은 이와 반대로 한다.”
 
즉, 소인은 남과 경쟁하기 때문에, 남의 나쁜 점을 드러내고 좋은 점을 감춘다는 것이지요. 이를 현대 경영학에서는 멀티플라이어(Multiplier)와 디미니셔(Diminisher)리더로 구분합니다. 소인은 디미니셔(Diminisher), 없애는 사람입니다. 즉, 자신만 잘되기 위해 부하의 지성과 능력을 없애버리는 마이너스 리더들입니다. 스스로가 가장 똑똑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의지가 강해서 그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초라해지게 만드는 것이지요. 반대로 곱셈, 승수의 뜻을 가진 멀티플라이어(Multiplier)는 자신의 조직 구성원이나 다른 사람을 더 훌륭하고 똑똑한 사람으로 만드는 군자의 리더들이지요. 신뢰를 주고, 일할 의욕을 갖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며,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강조합니다. GE의 잭 웰치 전 회장은 리더의 역할에 대하여 ‘일단 리더가 되면 그 사람의 성공은 다른 사람을 어떻게 육성하느냐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더의 진정한 성공은 그 사람이 어떤 성과를 이루었냐가 아니라 그가 이끄는 팀이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하며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조직에서 직속 상관과 부하 직원과의 관계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할 때, 부하직원은 작은 것에 얽매여 큰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 작은 충성은 큰 충성의 적이다라는 대충지적(大忠之賊)을, 상관은 자신이 이끄는 조직 구성원의 장점과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게 하는 군자의 리더십으로 남의 좋은 점은 드러내고, 나쁜 점을 감추어준다는 성인지미 불성인지악(成人之美 不成人之惡)의 자세를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서진영
서울대학교 경영학 박사, 성균관대 유학과 철학박사.
자의누리 경영연구원 원장(Since 1997), 경영학 교수
서평가(600여권 CEO 임원 서평), 전략·인사평가 컨설턴트,
CEO 서평 발행인, CEO 독서모임 진행
CEO 카운슬러/칼럼리스트/저술가/학자.
대표저서 : KBS 시사고전 I, 하늘을 품어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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