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과 지진, 그리고 '거버넌스'
원전과 지진, 그리고 '거버넌스'
  • 김소연
  • 승인 2016.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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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한국원자력신문 기자

김소연 한국원자력신문 기자

한반도는 ‘불의 고리’로 지칭되는 환태평양 지진대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는 벗어나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리히터2.0~3.5 규모의 지진이 30여 차례나 발생했으며, 지난 7월 울산동부와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5.0 규모 이상의 지진으로 ‘더 이상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평균 중하위 정도의 지진활동성을 갖고있다. 그러나 1988년에 내진설계 기준이 처음으로 마련돼 그전에 지어진 건물의 경우 강제조항이 없어 내진설계가 안 된 건물이 서울 지역에 82%나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진 발생 시 굉장히 큰 피해가 예상되는 것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질학적으로 지진에 그렇게 위험한 나라는 아니지만 사회구조의 특성상 지진에 대해 굉장히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정부와 시설물 관리 주체는 안전에 대한 인식이 없다. 우리 국토에 대한 지질학적 정보마저도 부족한 상태라고 하니 더 말해 무엇하랴. 또 큰 지진을 겪어보지 않아 경험과 전문가가 부족한 점도 문제이다. 지진의 발생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내진설계 기준 설정에 필요한 정보와 관련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다. 이에 전문가들이 “재해 복구 복원력을 강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지진재해에 대비한 융합기술개발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 또한 우리나라가 인구밀도가 높은데다 도시 집중화가 높고, 난개발이 많아 내진설계가 미비해 어떤 재난이 발생했을 때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9·12 경주지진으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지역주민들의 놀란 마음은 무엇으로도 위로가 어려울 것이다. 또 지진 진앙지와 가까운 동해안에는 최근 건설에 착수한 신고리 5, 6호기를 비롯해 가동원전 18기와 건설원전 4기, 그리고 경주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까지 자리하고 있어 원전지역 주민들은 물론 전 국민들이 ‘원전의 안전성’을 걱정하고 있다. 아마도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촉발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떠올리며 더욱 불안해 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어떤 시설보다 지진 재해에 강력하게 대응해왔던 시설이 원전이다. 또 원전은 건설 이전에 부지의 지질조사를 별도의 구체적인 절차와 평가 항목에 따라 실시한다. 우리나라는 원자로 밑에 설치되어 충격을 흡수하는 면진장치도 개발을 완료한 상태이며, 원자로 가동 중에는 원전 주변에 지진감시설비와 지진관측망을 운영해 일정 규모 지진발생 시 자동으로 가동이 중단되도록 돼 있다.특히 원전의 내진설계값은 정밀지질조사를 통해 예상 최대 지진값을 산출한 후 여기에 충분한 여유를 두어 산정하는데 이렇게 사업자(한국수력원자력)가 제출한 내진설계값에 대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의 전문가들이 적정성 여부를 확인한다. 내진설계값은 그래비티(gravity, 중력)의 첫 글자를 따서 g라는 단위를 사용하며, 이를 중력가속도라고 한다. 우리나라 원전의 내진설계값은 0.2g 또는 0.3g이다. 이는 중력가속도 9.8m/sec2의 20% 및 30%의 크기를 나타낸다. 0.2g는 규모 6.5 정도의 지진에, 0.3g는 규모 7.0 정도의 지진에 해당한다. 이에 한국형 신형경수로인 APR1400으로 건설되는 원전은(신고리 3~6호기, 신한울 1~4호기, UAE 바라카 1~4호기) 해외수출 목적으로 설계된 발전소로서 다양한 부지여건을 포괄해 0.3g의 지진값으로 내진설계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못 믿겠다. 원전을 멈춰야한다’는 주장은 다분히 정치적이며, 국민 불안만 조장할 뿐이다. 그 주장대로라면 마치 우리나라에서 원자력발전소만 안전하면 지진에 대한 모든 원전은 문제가 없거나, 원전이 지진에 대해 가장 안전하지 못한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안전을 무시하거나 과시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다른 의도를 갖고 공포와 불안을 파는 행위도 그에 못지않게 매우 위험하다”고 밝히고, “이는 안전에 투입할 한정된 인적·물적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게 하기 때문” 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9·12 경주지진으로 인해 제기된 원자력 안전문제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사고 사례가 없었다면 제기되지 않았을 위험(Risk)이다. 이처럼 재난사례는 학습의 기회이자 사회의 안전체제를 강화시키기 위한 발전적 논의를 시작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발전적 논의를 진행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인가. 하지만 우리는 지진에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우리나라에서 발생되는 지진의 규모와 빈도에 대한 빅데이터 자료도, 지진재해에 대비한 기술개발도, 그리고 지진 발생 시 필요한 국민행동요령 등도 너무도 취약하다. 심폐소생술에 ‘골든타임’이 있듯이 대규모 지진 후에도 한정된 시간에 핵심적 기능을 필요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결국 경제적 피해와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국가적기반시설(Life Lind)에 대한 최소한의 핵심기능을 설정하고 이 모든 조직을 망라하는 거버넌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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