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석탄회처리장을 초록빛 ‘생명’의 땅으로…
회색빛 석탄회처리장을 초록빛 ‘생명’의 땅으로…
  • 변우식 기자
  • 승인 2017.0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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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동서발전 정부3.0 협업과제 ‘목초지 조성사업’ 현장을 가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석탄을 연소시켜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당연히 ‘재(석탄회)’가 남는다. 현재 석탄을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고 나면 사용된 석탄량의 약 10% 내외 정도의 석탄재가 발생된다고 한다. ‘생각보다 많이 남지는 않네’하고 생각할 수도있 지만, 문제는 사용되는 석탄의 양이 어마어마하다는데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전용 연로로 수입되는 석탄의 양이 연간 약 1억톤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매년 석탄회가 1,000만톤 정도 발생되고 있는 셈이다. 당진화력발전소만 해도 연간 120만톤의 석탄회가 발생한다. 물론 이 중 약70~80% 정도는 레미콘 혼합재료 등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는 발전소 인근 회처리장에 매립되고 있어 회처리장 신축이나 증축 등 석탄회 처리에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무엇보다 강한 바람에 석탄회가 날리면 먼지가 발생돼 인근 지역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이슈로 부각된 미세먼지 논란에 있어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데 최근 한국동서발전(사장 김용진)이 미세먼지 논란을 완화하고, 심지어 인근 낙농축산 농가도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내놓아 관심이 간다. 바로 회처리장을 목초지로 조성하겠다는 사업인데, 아직은 시작단계이지만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추진 경과를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있 어 보인다. 회처리장 목초지 조성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기 위해 지난달 21일 그 현장을 다녀왔다.

지난달 21일 오전, 한국동서발전의 회처리장 목초지 조성사업 담당자를 만나기 위해 당진화력발전소로 향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서해대교를 지날 때 쯤 비가 한 두 방울씩 내리더니, 발전소에 도착할 즈음에는 제법 굵은 빗방울로 바뀌었다. 여기에 겨울철 바다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까지 더해져 한기가 온 몸을 휩싸는 듯 했다. 여기서 문득 ‘이런 겨울철 날씨에도 사료로 사용할 수 있는 풀이 자랄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의심도 잠시, 담당자를 만나 함께 도착한 회처리장에는 정말 초록색 생명들이 여기저기서 솟아나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주위를 둘러보니 회처리장의 면적에 깜짝 놀랐다. 당진화력발전소의 1,2 회처리장 면적만 축구장 면적의 170배에 달하는 200만㎡라고 하니 ‘지평선이 보인다’는 말이 농담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회처리장은 석탄회를 보통 수면 하에 관리하지만, 석탄회가 쌓이면 결국 수면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바람이 불면 먼지가 날리기 때문에, 나중에는 회 노출부를 흙으로 덮어두게 된다. 지난해 10월말 기준으로 당진화력발전소 회처리장에 대한 복토 면적은 약 87만㎡에 달한다. 그러나 겨울철에는 거센 바닷바람으로 인해 먼지가 많이 날리기 때문에 비산방진막으로 덮고, 물을 뿌려 최대한 먼지발생을 억제하고 있지만, 방진막이 바람에 찢기고 날려 이또한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 무엇보다 비산먼지에 대한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지속적으로 부각되며, 각 발전사들은 회처리장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동서발전 역시 이러한 회처리장의 비산먼지에 대한 대책을 다각도로 강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15년 동서발전은 방진막을 보강하는 단순한 대책에서 벗어나, 발전소의 친환경 이미지를 제고하고 발전소 주변지역의 주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발한 사업하나를 기획하게 됐다. 바로 회색빛 회처리장을 초록빛으로 물들이겠다는 ‘녹초지 조성사업’이 그것이다. 녹초지를 조성하게 되면 바람에도 먼지가 날리지 않고, 시각적으로도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다는 장점이있다고 판단, 본격적으로 사업 착수에 나서게 된다. 특히 그와중에 FTA 타결 및 시장개방 확대로 인해 지역 낙농축산농가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동서발전은 기왕에 목초지를 조성할 것이라면, 농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료를 심어 농촌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데 중지를 모았다.


 

 

이에 동서발전은 조사료를 재배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2015년 5월부터 10월까지 시범적으로 운영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조사료로 사용될 품종(호밀)은 잘 자라줬고, 덕분
에 비산먼지 방지를 통한 민원예방은 물론 경관을 개선하는 효과까지 두루 거둘 수 있었다. 무엇보다 조사료는 겨울철을 포함해 4계절 재배가 가능해 1년에 2번 수확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특히 이 목초지 조성사업은 2016년 2월 기획재정부 주관 26개 협업과제 중 동서발전 대표과제로 선정되며 기대를 모았다. ‘발전소 유휴부지의 목초지 조성으로 지역 농촌경제 활성화’를 과제명으로 한 이 사업은 동서발전이 회처리장을 복토해 부지를 제공하고, 당진낙농축협과 축산농가가 작물을 재배하며, 당진시가 인허가 등을 협조해 시행하는 협업체계를 구축한 대표적인 협업과제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조사료 재배를 위해서는 준설모래 상부 흙 깊이가 당초 10cm에서 50cm 이상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당진낙농축협 측은 재배면적도 30만㎡ 이상 등 사업규모 확대추진을 요청하여, 협업기관 간의 견해조정에 어려움이 있기도 하였다. 하지만 비산먼지 방지, 경관개선, 친환경이미지 부각 등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는 사업이었기에, 동서발전 측은 우선 2만㎡(L400m×W50m×H0.5m)를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추진키로 하고 현재 사업을 개시했다. 1만㎡ 당 2억원 정도 소요되는 복토 비용도 발전소내 공사현장에서 토사를 확보해 해결하였고, 영농비용도 인근 축산농가를 발굴해 파종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또한 지난해 10월 당진시도 동서발전과 MOU를 체결을 통해 지역농촌경제 활성화에 힘을 보태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드디어 지난해 10월 조사료로 이용될 호밀을 파종할 수 있었고, 한 겨울이지만 매서운 추위와 바람을 이겨내고 새싹들이 돋아나 2만㎡의 광활한 대지를 한창 초록빛으로 뒤덮고 있다. 그리고 올 5월이면 처음으로 수확의 맛을 느낄 수 있을 전망이다. 그 양만도 호밀 약 60톤에 달한다. 경제적 기대효과를 따져보면, 면적 2만㎡, 호밀 수확량 60톤, 수입단가 600원/kg 등을 기준으로 했을 때 축산농가는 조사료 수입대체로 약 0.72억원, 부지 임대료 경감으로 1.22억원 등 연간 1.94억원에 달하는 이득을 볼 것으로 보이며, 동서발전 역시 회처리장에 대한 녹화비용을 연간 0.47억원 정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당진을 포함한 태안, 영흥, 보령, 하동, 삼천포 등 표준화력의 회처리장(각 30만㎡)으로 확대할 경우 그 기대효과는 매년 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러한 경제적 효과는 차치하더라도 회처리장에 대한 경관개선을 통한 친환경이미지 제고, 그리고 비산먼지방지에 따른 민원예방 등 무형의 효과가 더 크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번 동서발전의 목초지 조성사업은 이제 시작이다. 오는 5월 수확의 시즌이 돌아오면 그 효과는 더 분명해질 것이다. 우거진 호밀밭이 어떤 감동을 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비산먼제 방지·축산농가 지원 등 일석이조 효과 노려
동서발전 대표과제로 기재부 중점 협업과제에도 선정
올해 5월 수확 예정 … 효과 검증 후 점진적 확대 추진


MINI INTERVIEW
한국동서발전 당진화력본부 환경관리팀 정종한 차장

“처음 시작하는 사업이라 쉽지는 않았습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렇게 매력적인 사업은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미세먼지 문제가 지속적으로 이슈화되고있고, 또 발전소에 대한 친환경적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는 신념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발전소 회처리장에 대한 목초지 조성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동서발전(주)당진화력본부 환경관리팀 정종한 차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무엇보다 회처리장에서 날리는 먼지를 방지함으로써 인근 주민들의 환경민원을 크게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정 차장은 내다봤다.

“2015년 시범재배 시에 비산먼지가 크게줄고, 경관개선에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무엇보다 바람이 거센 겨울철에도 재배가 가능하다는 점은 더욱 큰 장점입니다.”

정 차장은 복토 부지에 유채 등 다른 작물을 심을까도 고심한 바 있지만, FTA로 주변 낙농축산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는 주저 없이 조사료로 활용할 수 있는 작물을 선택하게 됐다고 한다.

“아직은 부지가 2만㎡이지만, 오는 5월 첫 수확을 하고 그 효과가 입증되면 재배 면적은 더 넓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복토, 영농 등에 비용이 발생하는 부분이 있지만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대안을 찾아 꼭 해결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정 차장은 본 사업의 경우 정부3.0 협업과제의 핵심가치인 개방, 공유, 소통, 협업의 대표과제로서 기관간 협업을 통해 보유자원과 역량을 공동으로 이용해 지역농촌경제 활성화 구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과제 추진을 설계할 때 수혜자인 발전소 주변지역 주민들의 니즈를 적극 반영하였고, 축산농가 및 당진낙농축협 등 민간 주도형으로 추진되고 있는 부분이 차별화된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돼 다른 발전사업장으로까지 확산됐으면 하는 것이 정 차장의 바람이다. 끝으로 정 차장은 환경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너와 나가 따로없다며, 타 발전사와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사업 노하우도 전수하는 소통의 자리가 더 많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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