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업계 ‘세계 Top 3’ 진입을 노린다
전선업계 ‘세계 Top 3’ 진입을 노린다
  • 조경윤 기자
  • 승인 2017.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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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선의 전진기지 ‘당진공장’을 가다
대한전선 당진공장 전경

2000년대 중후반부터 이어진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국내 회사들 대부분은 어려운 살림살이를 꾸려나가고 있었다. 특히 국내 대표적인 전선업체인 대한전선의 경우 회사 재무상태가 좋지 않아 경영상 어려움을 더 많이 겪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대한전선은 많은 사람들의 우려 속에서도 당진공장 설립에 대해서만큼은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헌데 5년이 지난 지금, 우려의 시선을 깨끗하게 걷어내며 대한전선의 경영정상화에 있어 일등공신으로 우뚝 섰다. 그리고 대한전선을 전선업계 세계 ‘톱3’로 올려놓기 위한 전진기지로 부상했다.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대한전선의 당진공장을 다녀왔다.

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25일 오전, 요즘 해외수주 성공이라는 타이틀로 언론매체에 자주 등장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는 대한전선의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당진공장으로 향했다. 당진 송산산업단지를 지나 석문대교를 진입할 즈음 창밖으로 대한전선 당진공장의 VCV(Vertical Continuous Vulcanization) 타워가 눈앞에 보였다. 오늘의 목적지가 시선에 들어와 ‘도착이 머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차량 내비게이션의 이동거리가 아직 10km나 남아 있는 것을 보고, ‘얼마나 크기에 멀리서도 보일까’ 순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동 중 당진의 끝없이 펼쳐진 평야 한가운데 우뚝 선 대한전선 당진공장의 첫 인상은 꼭 UAE 사막 한가운데 지어진 두바이의 버즈칼리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막상 당진공장 입구에 들어섰을 땐 VCV 타워의 위용이 더욱 웅장해 보여 지역의 랜드마크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니라는 것을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2012년 3월 준공된 당진공장은 4개 단위공장(초고압케이블, 산업전선, 소재, 통신케이블)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단일 전선공장이다. 특히 준공 이후 생산성 및 품질향상을 위해 초고압케이블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소재공장에 최신 설비를 도입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안양공장 대비 약 40% 이상의 설비 케파가 증가했다고 공장 관계자는 전했다. 소재 및 초고압케이블 공장을 둘러보기 위해 공장을 찾는 모든 방문객이 반드시 들어야 하는 안전수칙 교육을 받고 곧바로 소재공장으로 이동했다. 소재공장은 케이블의 모재인 99.99% 고품질의 동롯드(Copper Rod) 및 부스덕트 등을 생산하는 곳이다. 당진공장은 최신 SCR(Southwire Continuous Rod System) 라인을 갖추고 있는데 모든 생산공정이 자동화돼 생산성과 품질 면에서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장 내부에 작업하는 근로자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점이 궁금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자동화에 있었다는 설명이다. 대한전선 최재형 케이블기술팀장은 “장입과 용해, 주조, 압연, 권취, 검사, 포장까지 연속되는 공정을 거쳐 동롯드가 생산된다”며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한 데이터 집계와 컴퓨터 제어 등 모든 생산공정을 자동화해 생산성과 품질을 고도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진공장의 가장 큰 자랑거리인 초고압케이블 공장으로 이동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초고압케이블의 내전압시험을 위한 설비였다. 설 연휴 전 생산된 케이블을 시험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시험원들도 눈에 띄었다. 좀 더 이동하니 중동으로 수출하기 위한 출하 대기 중인 케이블이 보였고 소재공장에서 넘어온 동롯드들이 설비에 투입돼 얇은 구리선으로 변하는 공정도 보였다. 여러 가닥의 구리선들이 회전하는 설비의 끝에서 연선으로 꼬아지는 공정과 그 꼬인 선들이 설비를 거칠수록 점점 케이블로 변모해가는 과정들을 지켜봤다. 다음으로 발걸음을 옮긴 곳은 지상 160.5m 높이로 우뚝 솟은 당진공장의 상징인 VCV 타워였다. VCV 라인 꼭대기에서 초고압케이블 절연공정을 보기 위해서였는데, 먼저 125m 높이에 위치한 전망대로 우선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는데 어느 순간 아찔해지는 기분마저 들 정도로 높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초고층 타워는 세계 전선 타워 중에서도 으뜸이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방열복을 입은 직원이 소재공장의 SCR 설비를 둘러보고 있다.


내전압시험기에서 초고압케이블 완제품을 검사하고 있는 모습.


초고압케이블의 전기적 강도 보강을 위해 금속 시스(Sheath)를 감고 있다.

이어 절연작업을 하는 공간으로 이동했는데, 이 타워의 총 3기 VCV 라인에서 피복을 입히는 절연작업 등을 통해 중동 등으로 수출되는 380kV급 초고압케이블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초고압케이블의 경우 수평으로 절연작업을 할 경우 밑에 부분이 처지는 등 균형적인 절연이 이뤄지지 않아 이렇게 수직으로 놓고 절연작업을 한다고 한다. 세계 최대의 초고압케이블을 양산할 수 있는 자동화 설비를 구축해 도체를 반도전 PE와 절연 PE를 3중 압출하고, 주요 불량 요인인 편심률을 획기적으로 낮춰 세계 어느 공장보다 고품질의 제품을 가장 빠른 속도록 제조할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작업장 안을 들여다보니 마치 반도체 공장과 같이 방진복을 입고 근무하는 모습은 완벽 품질을 위해서라고 대변하는 듯 했다. 당진공장은 전체 대지 면적(34만m2)의 30% 이상이 조경으로 구성돼 있었으며, 공장에서 발생되는 용수는 전량 재활용되고 모든 폐수는 무방류 시스템을 통해 관리되는 것을 육안으로 직접 보니 현대적이면서도 친환경적으로 설계됐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올해는 기존의 초고압케이블의 조장 한계 극복을 위해 장조장 케이블 양산을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기존에 개발된 HVDC보다 더 높은 등급의 DC케이블 개발 및 설비 투자를 진행하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높여나갈 예정이라니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MINI INTERVIEW


대한전선 당진공장 총괄공장장 김윤수 전무


경영 정상화를 위한 당진공장의 역할은.
작년까지는 근무복 상단에 ‘품질 생존, 불량 죽음’이라고 표시 했고, 올해는 ’완벽 품질, 원가 생존’이라는 문구를 새겼습니다. 작년에 이룩한 품질을 고도화하고, 원가 경쟁력을 높여 실질적인 이익 창출을 공장에서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입니다. 또한 작년은 ‘TOP 활동’을 대대적으로 시행했던 한 해였습니다. ‘과연 잘 될까?’하는 회의적 시각도 있었지만, 실제 현장의 참여와 열정은 대단했었습니다. 많은 성과를 이뤘으며, ‘대한전선의 성공스토리’를 만들었다고 자부합니다. 시장은 날로 어려워지고, 경쟁은 계속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결국 품질과 원가경쟁력이 기본이 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당진공장이 최고의 품질과 원가를 바탕으로 대한전선을 이끌어 나갈 것입니다.

‘지속성장 경영’의 의미는.
먼저 올해 전선산업의 경우 기존 메이커간의 경쟁 심화와 함께 원자재 및 유가의 변동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중동 등 주요 수출국에 대한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태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선제적 Risk 대응’이 가장 중요한데, 전기동, 환율, 금리 등의 변동으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고 잔여 비영업 자산을 정리해 재무적인 Risk를 원천 봉쇄하자는 것이 지속성장 경영의 의미입니다. 품질에 대한 의지 또한 한 단계 높였습니다. 사외 클레임뿐만 아니라 내부 품질 검사에서도 불량이 나오지 않도록 완벽한 품질을 고수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매출과 이익의 고성장 실현에도 매진하고자 합니다. 초고압케이블을 비롯해 증용량가공선, 배전해저케이블 등 전략 제품 위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매출 확대를 꾀하고, 지속적인 원가관리를 통해 영업이익률도 높여 나갈 계획입니다. 주요 수출국인 중동의 경기 하락을 대비해 해외시장 다변화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설비 투자를 완료한 장조장 평활쉬스 케이블로 유럽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며, 브라질, 우루과이 등 남미 시장에도 진입할 계획입니다.

당진공장만이 가지고 있는 차별점은.
전 세계 어느 나라, 어떤 고객이라도 당진공장을 직접 방문하면 공장의 설비와 규모의 위용에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세계 최고 높이인 VCV 타워와 효율적인 설비의 배치, 친환경적인 건축물 등 최상의 생산환경이 조성돼 있어 당진공장 방문자라면 누구라도 글로벌 공장의 진면목을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이죠. 당진공장은 세계 최대의 초고압케이블을 양산할 수 있는 자동화 설비를 구축하고 있으며, 고객이 요구하는 모든 외장 타입의 케이블 제조가 가능합니다. 또한 케이블산업의 핵심인 절연공정을 VCV 타워를 통해 주요 불량 요인인 편심률을 획기적으로 낮춰 세계 어느 공장보다 고품질의 제품을 가장 빠른 속도로 제조가 가능합니다. 또한 공장 통합관제시스템에서 실시간으로 전력 및 에너지시스템이 관리되고 있으며, 원격정보 모니터링을 활용한 고효율의 공장운영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겐트리 크레인을 활용해 제품의 이동·보관·출하 등 전반적인 물류흐름이 개선된 효율적인 공장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실질적 차별점은 공장의 설비와 규모가 아닌 대한전선 구성원들의 개인역량 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강한 조직력과 역량을 가지고 있으며, ‘국내 최고, 나아가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라는 긍정의 DNA는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한 복지증진은.
임직원들의 기(氣)가 살아야 회사가 살아난다는 CEO의 ‘氣 경영’의 일환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가족 모두의 자긍심과 소속감을 고취시키기 위한 가족초청행사, 조직에 기여한 성과를 인정해 주는 ‘氣경영 포상제도’, 휴식을 통해 재충전의 기회를 갖게 하는 ‘집중휴가제도’, 부서간 소통을 지원하는 ‘3355 미팅’ 등이 대표적입니다.

품질확보를 위해 어떤 노력들을 펼치고 있는지.
작년 당진공장 근무복에는 ‘품질 생존, 불량 죽음’이라는 문구를 새겼습니다. 근무복을 입고 공장 밖을 나가면 모두들 쳐다볼 정도로 강한 어조의 문구이지요. 이는 2015년 7월 ‘품질과의 전쟁’이라는 대대적인 품질 전략을 수립하고 끊임없이 품질확보를 위해 노력하기 위한 다짐을 전사원이 몸속 깊이 새기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러한 Catch-Plan을 바탕으로 품질로 인한 실패비용이 작년에는 전년 실적 대비 20% 수준으로 떨어졌고, 이는 몇 사람만의 구호와 실행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당진공장 전 사원의 참여화가 이룩한 결과라고 봅니다.

총괄공장장으로서 올해 특별히 추진하고자 하는 계획이나 운영 목표가 있다면.
지난 1월에 대한전선 전 사업부·본부·실 단위 워크숍이 진행된 바 있습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한 해의 목표 달성을 위한 소통과 공감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번 워크숍에서 회사의 경영상황과 비전을 공유하는 시간을 통해 대한전선 임직원들의 진가와 가능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대한전선 임직원들의 눈빛에서 자신감을 보았고,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Trigger란 ‘방아쇠’라는 말입니다. 당진공장의 총괄 공장장으로서 모든 직원들이 함께 그리고 한 방향의 목표점을 향하는 방아쇠를 당길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입니다. 올 한 해, 이루고자 하는 다양한 목표를 설정했고, 철저하고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계획한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라는 원칙을 가지고 정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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