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급 전망… 전력계통 영향 주는 변수 반드시 반영해야
전력수급 전망… 전력계통 영향 주는 변수 반드시 반영해야
  • 김진철
  • 승인 2017.02.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이 단연 핫 이슈다. 선행 기본계획에서 논란의 핵심이었던 전력수요 전망이 또 다시 갈등의 핵심으로 수면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게 점쳐지고 있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당시 전력수요 전망에 대한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난항이 이어졌다. 정부는 안정적인 전력수급 차원에서 보수적으로 전력수요 전망치를 내놓은 반면 시민단체는 원전과 석탄발전, 가스발전 등 기존 발전전원 증설을 위해 전력수요 전망을 정부에서 부풀리고 있다고 맞섰다. 벌써부터 이 논란은 시작됐다. 최근 환경운동연합은 현재 건설이 계획된 원전과 석탄발전을 건설하지 않고 노후된 석탄발전을 모두 폐쇄시키더라도 높은 예비전력 탓에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선제공격을 한 셈이다. 2010년대 접어들면서 전력수요 전망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전력계통에 영향을 주는 전기제품 개발과 보급 등 다양한 변수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력수요 전망이 실제와 큰 차이를 보일 가능성은 앞으로도 훨씬 커질 것 으로 관측되고 있다. 기존 경제성장률만을 잣대로 전망되던 전력수요 전망은 공급측면에서 신재생에너지 등 분산전원, 수요측면에서 삶의 질 향상과 전기자동차 보급 등의 다양한 변수를 반영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신재생에너지 등 분산전원 보급 확대로 전력계통 내 전력수요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친환경에너지 전환이 더딘 반면 삶의 질이 윤택해지고 전기자동차 보급이 한계점을 넘어선다면 전력수요는 예상치 못한 상승곡선을 그리게 될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먼저 공급측면에서 살펴보면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부분에 있어 변수들이 다양히 존재한다. 올해 들어 벌써부터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프로젝트가 민원과 지자체 등의 반발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9.15 순환정전사태 당시에도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강하게 추진하던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목표대비 저조한 실적을 보이면서 발전설비 증설의 골든타임을 놓쳐 한 동안 전력수급 난에 곤욕을 치렀다고 주장하고 있다.물론 신(新)기후체제 전환 등으로 인해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대비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이 여전히 불투명한 것도 사실이다. 이와 함께 수요측면에서 삶의 질 향상과 전기자동차 보급은 큰 변수가 아닐 수 없다. 삶의 질이 향상됐다는 것은 전기요금 인상 등을 통한 인위적인 수요관리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여름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국민적 불만은 이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 등 능동적으로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음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전쟁 이후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정전은 일상일 수 있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 손에 핸드폰을 들고 있지 않거나 방전돼 전원이 들어오지 않을 때 느껴지는 불안감 만큼이나 정전에 대한 불안감은 크다. 그 만큼 문명이 진화됐기 때문인데 국민은 그만큼 안정적인 전력수급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 특히 앞으로 전력수요를 전망하는데 가장 큰 변수는 전기자동차 보급이다. 일정수준에서의 전기자동차 보급은 수요관리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점쳐지지만 한계점을 넘어선다면 전력화를부채질 할 수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 후자의 경우 1차 에너지를 사용하는 자동차연료는 2차 에너지인 전력을 사용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원전이나 석탄발전·가스발전 등 기존 발전전원에 또 다시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문제가 크게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전기자동차는 전력을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는 탓에 최대전력수요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단서가 붙는다. 신재생에너지 등 분산전원 보급이 보폭을 같이할 때 가능한 일이다. 이 경우 전기자동차 보급이 전력계통에 미치는 영향은 줄어들거나 되레 최대전력수요를 낮추는 역할을 하지만 전기자동차 보급이 한계점을 넘어선다면 전력계통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전기자동차는 태양광발전 등으로 낮에 생산한 전력을 밤에 충전할 때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다. 그런데 국토면적이 좁은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적인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그래서 혹자는 우리 전력수요 전망치를 결정하는 바로미터는 전기자동차 증가율에 달려 있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초대 전기위원회 위원장과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 등을 지낸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최근 도시가스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장기적인 전력수요를 전망하는데 많은 변수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뒤 “신(新)기후체제 전환과 송전제약문제, 분산전원 추세 등을 포함한 전기자동차 보급 등이 그것”이라고 손꼽았다. 이어 이 사장은 전기자동차 보급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 전력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본 뒤 전력수요 전망을 다양하게 예측할 수 있는 예측모델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다고 어필했다. 그렇다면 전기자동차 보급이 전력계통에 영향을 줄 정도로 증가세가 빠를까. 지난해 11월 에너지혁명 2030 저자로 유명한 토니 세바(Tony Seba) 미국스탠퍼드대학교 교수는 ‘2016 빛가람 국제전력기술 엑스포(Bitgarma International Expositionof Electric Power Technology 2016)’ 특별강연에서 2025년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전기자동차만 생산하게 되고, 2030년이면 도로 위를 달리는 모든 자동차가 전기자동차로 바뀌어져 있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특히 그는 2020년이면 내연자동차보다 10%가량 가격이 낮아지는 반면 에너지효율이 5배나 높고, 1/10 수준의 연료비와 제로에 가까운 유지관리비 등 경제적인 측면을 봤을 때 전기자동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점쳤다. 그러면서 당시 3년 반이 남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전기자동차 보급은 우리의 삶에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를 일이다. 중요한 것은 전기자동차 보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면 전력수요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상승곡선을 그릴 수 있다는 가정만 남게 된다. 올해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의 전력수요 전망은 머지않은 미래에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 다양한 변수들을 반드시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가장 현실적인 변수는 지난해 12월 발표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이다. 이 조치는 최대전력수요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게다가 전력의 편리성 탓에 최대 전력피크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진우 연세대학교 특임교수(前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는 “전력수요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개편 등은) 최대전력수요를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평상시 아무리 예비전력이 많아도 최대전력 수요가 높아진다면 전력공급능력을 최대전력수요에 맞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장기계획인 만큼 안정적인 전력공급 차원에서 보수적으로 수립될 수밖에 없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전력공급 주 발전전원의 경우 기본계획부터 준공에 이르기까지 원전은 10년, 석탄발전 7년, 가스발전 3년 등의 건설기간을 필요로 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전력수요 전망은 보수적으로 설계되지 않을 수 없음이다.올해도 전력수요 전망을 두고 정부와 시민단체가 팽팽하게 맞서 적잖은 진통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흑백논리에 갇혀 허송세월을 보내는 소모전보다 미래에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을 적절히 예측모델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실수가 없어야 한다. 이미 우리는 9.15 순환정전사태와 지난해 여름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둘러싼 국민들의 분노를 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