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에너지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향후 에너지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 이상범
  • 승인 2017.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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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 MBN 보도국 경제부 차장

필자는 지난 2014년 독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MecklenburgVorpommern) 주 로스톡(Rostock)의 로스톡대학에서 1년 동안 연수를 했다. 로스톡은 독일 땅에서도 최북단 발트해에 접해 있는 도시이다.
바다가 가까이 접해있다 보니 국도와 우리의 고속도로에 해당하는 아우토반 (Autobahn)을 달리다 보면 반드시 눈에 띄는 것이 풍력 발전기이다. 발트해에 서 자연적으로 부는 바람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해상 풍력인데, 큰 덩치에 그 숫자가 손에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반응은 나쁘지 않다. 환경 훼손이나 소음 문제로부터 자유로워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2000년 이후 풍력발전 도입에 온 힘을 쏟아 부은 결과 일거에 세계 제일 의 풍력발전 능력을 갖추게 됐으며, 착실하게 시장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다.
또한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탈핵을 선언했다. 나아가 오는 2022년까지 원전 17기를 모두 가동 중지하기로 하고, 2050년까지 전기생산량의 8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탈핵을 통해 청정국가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떤가?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빠르 게 에너지 다소비 국가로 바뀌고 있다. 지난 2013년을 기준 으로 하루에 약 1조원, 연간으로 따지면 약 371조원을 지출 하고 있다. 특히 광물자원의 90%, 에너지의 97%를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 수입액이 3대 수출 품목인 자 동차와 반도체, 선박의 총 수출액보다 많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런 천문학적인 에너지 수입 비용을 줄 이고, 한걸음 나아가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쪽으로 에 너지 정책의 방향을 잡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석유와 가스 에 의존하는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 매달려왔다. 하지만 석유와 석탄 의존도는 줄이고 원자력과 신재생 비 중을 높이고 있다.
가장 큰 계기는 전 세계 약 200개 국가의 서명으로 지난해 11월 발효된 파리기후협정이다. 이는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 혁명 이전보다 섭씨 2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파리협정 발효로 온실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 혁신수단인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확대가 요구되었다.
그래서 정부는 파리협정 이행과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비율을 4%를 시작으로 2018년 5%, 2019년 6%, 2020년 7%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RPS 비율 확대는 국내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수요 확대를 의미한다.
우선 태양광발전은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대 정책의 하나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장려하고 있다. 초기 투자비용은 많이 들지만, 화석 연료에 비해 유지비용이 낮고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도 뛰어나 친환경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지 난 2012년부터 급증해 전국에 2만2,000 곳이 넘는다.
하지만 산림이나 농경지, 주거밀집지역 등 주민생활과 밀접 한 장소에 무분별하게 설치함으로써 민원을 야기할 뿐만 아 니라 심각한 환경훼손을 가져오기도 한다. 24시간 동안 날씨와 계절에 상관없이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온실가스 감축의 가장 효율적인 선두주자로 꼽히는 풍력발전도 각광받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100kW 이상 상업용 발전단지는 중대형풍력 80개소 531기와 소형풍력 3개소 20기 등 총 83개소 551기이다.
이는 2016년 12월 기준 화석에너지를 포함한 국내 전체 발전설비용량의 약 1%, 전체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용량의 약 7%에 해당하는 용량이다. 하지만 그동안 풍력산업 발전을 이끌어왔던 주요 대기업이 조선산업의 불황에 따라 풍력발전사업을 정리하면서 추진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다른 핵심 에너지원은 원자력발전이다. 원전은 우리나라 전력공급량의 비중에서 30% 이상을 차지한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총 24기다. 깨끗하고 안전한 발전 설비란 점을 앞세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은 경주 5.8 지진으로 벽에 부 딪혔다. 이제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저(低)탄소’가 아닌 ‘안 전’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5월 조기 대선 국면에 주요 대권 주자들이 ‘탈(脫)원전’을 주장하며 전력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부는 친환경 발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방향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정치 논리에 휩쓸려 현실성이 떨어지는 주장이 난무할 것을 우려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 확대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구체적인 ‘에너지믹스’ 정책이 마련돼 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기에 에너지부 신설 또한 힘을 얻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행정과 미래창조과학부의 원자력 행정, 여러 부처에 산재한 기후변화 대응 행정을 분리해 하나로 통합한 에너지부를 신설해 에너지가격 기능과 시장 구조의 정상화 를 추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이들은 에너지정책이 균형을 잃지 않고 고유의 공적 기능을 하기 위해 산업부로부터 독립돼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일부 정치인들은 신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법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정부의 에너지정책의 핵심인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주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2년마다 향후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맞춰 전력 설비, 전원 믹스 등을 결정하는 것으로 에너지정책의 핵심이다. 산업육성과 물가 안정 외에도 안정성과 환경성, 형평성 등을 보다 균형있게 고려한 계획을 내놓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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