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가 없으면 기둥도 없다
뿌리가 없으면 기둥도 없다
  • 변우식 기자
  • 승인 2017.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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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국제뿌리산업전시회'를 가다
나무의 뿌리는 드러나지 않는다. 화려하지도 않다. 하지만 뿌리가 없다면 튼튼한 기둥도, 수려한 꽃과 잎사귀도 존재할 수 없다. 우리 경제를 이끄는 모든 산업을 뿌리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뒷받침하는 소중한 산업이 있다. 바로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 최종제품을 내놓는데 있어 없어서는 안될 뿌리산업이다. 전력산업 역시 이러한 뿌리산업이 있기에 돌아간다. 전력산업을 구성하는 수많은 제품들이 이러한 뿌리산업을 통해 만들어지고 현장에 제공된다. 하지만 뿌리산업은 중요성에 비해 그 존재감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뿌리산업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겨보는 자리인 ‘2017 국제뿌리산업전시회’가 지난달 26~28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됐다. 뿌리산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은 뿌리산업전시회를 직접 다녀왔다.

 

 
광주광역시, 한국생산기술원이 주최하고 김대중컨벤션센 터, KOTRA, 광주테크노파크, 남부대제조기반기술RIS사 업단이 주관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라남도가 후원한 ‘2017 국제뿌리산업전시회’가 지난달 26~28일 사흘간 광 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전시홀에서 7개국 126개사 272부스 규모로 열렸다. 뿌리산업이란 나무의 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나 최 종제품에 내재돼 제품 품질경쟁력 제고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인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과 같은 산업을 의미한다. 즉 철강, 화학 외에도 전력과 에너지 를 포함한 현대사회를 이끌어가기 위한 기본적인 산업이자 핵심요소이다. 이번 전시회는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주력산업과 의료, 에너지신산업 등 국내 신성장동력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 화에 기여해온 뿌리산업의 현황과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혁신적인 기술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됐다. 지난달 26일 진행된 개막식에서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은 “뿌리산업은 우리나라가 성장하고 생존해나가기 위해 소홀 히해선 안될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근본적인 산업”이라 며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국가적인 위기에 놓인 조선기자재 등 산업을 부활시키고 성장세로 전환하는 유일한 방법도 뿌 리산업인 만큼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핵심 기술개 발과 시장창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은 축사를 통해 “제조업 중 에서도 가장 탄탄한 기반을 이루고 있는 뿌리산업을 더욱 성장시켜 국가 원동력으로 키워나가겠다는 의지를 정부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한 스마트공장 확산, 글로벌기업과의 네트워크 구축, 근무환경 개선 등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을 강화시키도록 기여하겠다”고 말 했다. 사흘간 진행된 이번 국제뿌리산업전시회에서는 주조, 금 형, 소성가공, 열처리, 용접, 표면처리 6대 뿌리산업과 관련해 국내 최초로 모든 분야에 관련된 제품과 기술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는 6대 뿌리기술 전시를 바탕으로 소재·부품분야까지 확대 개최됐고, 또한 3D 프린팅 등 최 첨단 기술들을 한눈에 관람할 수 있었다. 특히 뿌리기술을 참관객들이 체험해 볼 수 있는 체험관도 준비돼 일반 시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뿌리기술을 보다 쉽 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전시회에는 △동양금속 △GEC △대일기공 △현대하 이텍 △한성스틸 △화인특장 △에어렉스 △일진복합소재 △ 대우건설 등 주력기업들과 함께 △전남테크노파크 △대구 테크노파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국내 뿌리기업들을 지원해온 기관들도 참가해 핵심기술과 제품을 공개했다. 또 한 광주·전남 3D프린팅협회 △3D프린터 전문회사 씨이피 테크 등도 최신 기술을 선보여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참여 한 바이어들의 주목을 끌었다.  이번 뿌리산업전시회에는 국내 뿌리산업의 성장을 이어가 기 위한 방향을 제시할 행사도 준비돼 있었다. 이번 행사에 서 준비된 국제뿌리산업포럼에선 △3차원스캐너를 활용한 제품검사 및 역설계 활용 △금형가공 스마트팩토리시스템 등 핵심 뿌리기술이 공개되며 뿌리기술정책 설명회와 함께 산업 육성방안도 소개됐다.
 

27일에는 수소 산업세션이 개최돼 광주시와 창원시의 수소 산업 현황 및 향후 추진계획이 발표됐으며 △주요국 수소전기차 활성화 요인분석 및 국내 정책제언 △건물용 연료전지 기술 및 시장현황 △액화수소기반 수소충전소 △수소 전기 차용 수소저장기술 등 수소산업 동향과 수소 융합기술, 수 소 소재 부품융합 등 관련산업에 관련된 핵심 정보들을 공 유하기도 했다. 또한 28일에는 △전자선을 이용한 복합소재 개발 △플라즈 마를 이용한 나노소재 합성기술 등 세라믹, 복합소재, 금 속, 고분자 관련 핵심기술들이 소개되며 기술이전 상담회 도 동시에 진행됐다.  한편,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의 공정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이어온 국내 뿌리산업 종사자들 은 해당 분야의 발전뿐만이 아닌 우리나라 성장동력의 기 틀을 구축하고 국내산업계의 성공과 안정을 지탱하기 위해 땀과 열정을 바쳐왔으며 지금도 튼튼한 뿌리처럼 보이지 않 는 곳에서 이런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전세계가 인정한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것도 뿌리산업이 밑받침한 제조업의 성장이 그 역할을 했다. 반면 시대가 흐 르면서 뿌리산업이 소외되는 경향이 이어져 안타까움도 이 어진다. 3D 업종이라는 인식과 낮은 임금 수준에 따른 전공자, 청년 층의 취업 기피로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젊은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최근에는 외국인 고용이 증가하 면서 기술과 노하우의 해외 유출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 며 게다가 뿌리산업 특성상 대기업 등 의존도가 높아 비용 절감의 압박에 상시 노출돼 있다. 석유화학, 신축회사, 조선소, 발전소 등 모든 산업기반에 필 요한 뿌리산업, 즉 용접공에 대한 근로환경 개선은 산업성 장의 속도에 비해 늦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국내 뿌리산업은 내수시장에서 탈피해 보다 다 양한 판로 확보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대기업들 이 해외 공장증설에 따른 단기적인 효과로 인해 일부 특정 국가로의 금형 수출이 증가하기도 하지만 이를 기회로 국내 뿌리산업의 신뢰를 높이고 수출 저변을 넓혀야 하며 그간 쌓아온 인지도와 저변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시장 진출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가공기기, 철강소재, 화학소재, 소프트웨어 등 후방산업 개발업체와 긴밀히 협업 확대가 필요하며 경쟁 력을 높일 수 있도록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 이업종간 R&D 협력 등에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뿌리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대내외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만 한다. 특히 미국, 중남미 등 시장 잠재력이 큰 지역을 넘어 자체 산업경제 성장률이 높은 멕시코, 국내 대기업 등의 생산기지가 가동되고 있는 베트남, 최근 경제 제재가 해제된 이란 등의 신흥국에 대한 적극적인 시장 개척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물론 대기업 등 수요업체에서 금형의 중요성을 적극 인식해 야 하겠지만 뿌리업계 자체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최근 공 정 선진화 등을 위한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을 그 대안으로 삼아 자체 경쟁력 확보에 적극 나서는 한편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도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이번 국제뿌리산업전시회의 경우 뿌리산업의 현재와 미래 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산업 융합 전시회로서 자리잡았으며, 뿌리산업이 국내 내수시장을 넘어 전세계 시장개척을 주도 해나갈 방법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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