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력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Ⅱ) 파괴적 혁신의 시대
글로벌 전력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Ⅱ) 파괴적 혁신의 시대
  • 허준혁
  • 승인 2017.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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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혁 한전 경제경영연구원 일반연구원
1.파괴적 혁신의 시대
가. 등장 배경
 
1) 전력수요 둔화 현상 심화
2000년대 이후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경제성장 둔화 와 경제성장-전력수요 간 탈동조화 현상 심화로 인해 전력 수요가 점차 둔화되었다. 인구고령화,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으로의 업종 변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및 2010년 유 럽 재정위기로 인한 경기침체 지속, 소득불균형 심화 등 구조 적인 문제로 선진국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었고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통한 전력 수요 증가를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선진국의 경기회복 이후에도 에너지효율 기술 발달과 정책지원에 따른 1차 및 최종 에너지소비 효율 향상은 경제 성장과 전력수요 간 탈동조화 현상을 가속하는 주요한 원 인으로 작용하였다. 가정·상업 부문에서는 냉난방, 조명, 가전제품, 수송 등의 분야에서 에너지효율이 향상되었으며 산업 부문에서는 전력 소비량이 높은 철강, 화학, 제지 부 문의 에너지 집약도가 향상되었다. 이와 같은 저성장 기조, 경제성장과 전력수요의 탈동조화 현상 등으로 인해 전력회사가 전력수요 증가에 따라 자연적으로 성장하는 시대가 끝나고 직접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2) 저탄소 패러다임 확산
한편 산업화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한 온실가스 배출과 기온상승이 인류의 생존 위협요인으로 등장하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파국을 방지하기 위해 전 세계적인 저탄소 패러다 임이 확산되었다. 산업화 이전과 비교하였을 때 지구의 이 산화탄소 농도는 약 40% 증가, 기온은 0.85℃ 상승하였으 며 이로 인한 해수면 상승, 이상기후 등이 인류 생존의 위협 요인으로 등장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 세계의 공 동 대응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또한 최근 UN이 인류의 화석연료 사용을 기후변화의 원인 이라고 지목하면서, 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한 인류 생활양 식 변화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이에 2015년 12월 196개국 이 파리 기후협정을 체결하였고, 2016년 11월에 파리 협정의 두 가지 충족 기준인 ‘비준국가 55개국 이상, 목표 감축 량 55% 이상’을 달성하여 파리협정이 발효됨으로써 탄소배 출 감축 의지를 표명하였다. 196개 참여국가는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 상승 폭을 2℃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감축 목표를 설정하였으며, 이 중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 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전력산업의 감축 필요성이 증가하였다.

 


3) ICT 기술 발달에 따른 New Player 등장
과거에는 전력 및 가스 등의 유틸리티가 점유하였던 전력 산업에 IT, 통신, 금융, 유통 등 비에너지기업이 새롭게 진 출하고, ICT 기술을 활용하여 전기차, 수요반응(Demand Response), 스마트홈 등 저탄소 기술을 토대로 신사업, 신 비즈니스를 창출하였다. 또한 분산발전 및 ICT 기술을 활용한 에너지 프로슈머의 등장과 수요자원시장 개설 등의 시장 변화에 따라 에너지 공급자와 수요자 간 경계가 와해되는 현상이 심화되었다. 에너지 프로슈머는 분산전원, V2G, ESS 등 다양한 전력 생산 및 공급설비를 갖추면서 수동적 소비자에서 적극적인 에너지 생산자로 변화하였으며, 고객이 직접 설비를 소유하 지 않더라도 신재생 설비건설 및 운영에 자금을 투자하고
전력판매를 통한 수익을 공유하는 간접적인 참여 사례도 등장하였다. 게다가 에너지 프로슈머를 비롯한 소비자는 고객권리 강화 기조 확산과 온라인 소통 창구 발달에 따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게 되었다. 새로운 소비자들은 맞춤형·친환경 상품/서비스 개발, 소비자선택권 강조, 요금제도 개 선, 송전망 건설 반대, 원전 반대 등 전력산업 전 분야에 걸 쳐 다양한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전력산업의 정책에 적극적 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4) 원전 신뢰도 하락으로 인한 원전 폐지 또는 축소 기조 확산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 원자력발전은 한 때 온실가스를 줄이면서도 저가격에 전력을 공급하는 주요 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에 대한 기대 가 증가했다. 그러나 사고 이후 원전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증가하고 원전 반대여론이 확대되면서 각국 정부의 원 전 운영 재검토 분위기 확산되었다. 대표적으로 독일은 에너지전환정책에서 2022년까지 원전을 완전히 폐지하겠다 는 의지를 표명하였고, 이로 인해 원전을 소유한 E.ON, RWE, Vattenfall 등의 독일 전력회사는 대규모 손실을 떠안게 된다.


나. 전력산업 특성
파괴적 혁신의 시대 전력산업 구조는 단방향 시스템에서 스마트로 대변되는 양방향 혹은 순환형으로 변화하였다. 기존 전력산업 구조가 대규모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송· 배전망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단방향 시스템이었다면 새로운 전력산업은 상호적이며 양방향 또는 순환형 구조로 진화하게 되었다.
Behind the Meter 시장의 등장에 따라 소비자는 전기요금, 도매전력가격, 계통운영 등을 고려하여 전력소비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고, 고객이 분산전원으로 생산한 전력 을 전력망을 통해 공급하거나, 수요 이상의 전력은 ESS를 통해 저장한 후 이를 전력시장에 재판매 할 수 있게 되었다. 전력시장에서는 분산전원의 확산으로 인해 중앙집중형 화 력발전원의 위상이 약화된 반면, 안정적인 분산전원 연계 를 위한 송배전망의 역할이 강화되었다. 발전부문에서는 저탄소 기조의 확산으로 인해 대규모 석탄화력 발전의 가치가 하락한 반면, 태양광, 풍력 중심의 신재생 발전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확대되었다. 송배전부문은 분산전원 확산에 따른 계통 불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한 투자가 확대되었고 특히 송배전 설비를 IT기술과 융합하여 현대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강화되었다. 한편 소매 부문에서는 소비자 선택 권 강화와 Behind the Meter 시장 발달에 따른 신규 서비 스 확대로 계절·시간별, 실시간 요금제, 선불요금제, Green Pricing 등의 다양한 요금제가 설계되었다.
 


다. 전력회사 대응전략
전력회사는 수요 둔화 및 저탄소 기조 강화로 인해 수익 성이 악화되는 화력발전과 상류부문 사업을 축소하였다. E.ON은 화력발전 및 자원개발 사업을 Uniper로 분사하고 연결을 분리, 신재생, 배전, 판매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수립하였다. RWE도 신재생, 송전망, 판매 부문을 자회사 Innogy로 분사시키고, 상류부문 자회사인 DEA를 매각하였다. Engie, Vattenfall은 수익성이 악화된 석탄발 전소를 매각함으로써 화력발전 규모를 각각 13GW, 8GW 축소하였다. 이와 같이 전력회사들은 분사, 사업매각을 통해 전통화력 비중을 축소하는 반면 성장성이 높거나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한 신재생, 네트워크, 판매 부문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였다. E.ON은 기업 슬로건을 ‘Energy Provider, Energy Networks, Customer Solutions’로 설정하고 세 부문을 핵심 역량사업으로 선정하였고, Engie는 Decarbonization, Decentralization, Digitalization, Energy Efficiency 4대 분야를 핵심 사업으로 선정하고 신 재생 및 에너지솔루션 사업을 중점 추진하는 전략을 수립 하였다. 전력회사가 추진하던 해외사업의 경우 전력회사들은 과거 경쟁의 시대에 추진했던 글로벌 지역다각화 기조에서 벗어 나, 향후 성장성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에 한해 투 자를 지속하고 성장둔화 지역은 철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nel은 전체 투자비용 중 남미지역에의 투자 비중을 2011년 35%에서 2015년 51%로 확대하는 반면, 이베리아 외 유럽지역 비중을 11%에서 2%로 축소하고 러시아 사업부문 은 매각하였다. E.ON의 자회사인 Uniper는 러시아 가스판 매 사업을 매각하기로 결정하였으며 Engie 또한 동유럽 부 문의 가스사업 부문을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 전력회사는 4차 산업혁명 트렌드에 발맞추어 전통 적 전력설비와 ICT기술을 융합하고 파괴적 산업환경 변화 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전력회사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빅데이터, 머신러닝, 무선통신 기술 등을 활용하여 설비를 디지털화하고, 데이터 분석을 통한 전력설비 효율화 및 최적화를 수행하고 있다. 미국 중부지역 전력회사 Exelon은 GE와 공동으로 발전소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Exelon은 GE가 개발한 ‘Predix’솔루션을 발전설비에 도입하였으며, IoT와 클라우드 기반의 Predix 솔루션은 전력 설비에 부착된 센서 기반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설비 모니터링 및 운영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Exelon은 또한 원전, 가스 중심의 기존 발전시스템에 신재 생 발전의 예측 및 운영을 결합하고 신재생과 전통발전원의 통합 운영을 안정화하고 있다. 일리노이주 전력회사 Con Edison은 2012년 폭풍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뉴욕시 동부지역 변전소 시설을 복구하면서 변전소 자동화 및 IT화를 구현하였다. 이들은 변압기 주요 시설인 차단기, 변압기, 한류기, 개폐기 등을 복합화함으로써 변전소 필요공간을 절약하고, 광섬유 기반의 데이터 통신 및 자동화 솔루션 도입으로 전력망 안정성 및 신뢰도, 사이버 보안 등을 강화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력회사는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신기술과 혁 신에 대응하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조직 형태를 유연하게 변화하고 있다. 전력회사의 기존 대규모 중앙집중형 사업구조는 복잡하고 경직된 의사결정 체제로 인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를 선점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되었다. 따라서 전력회사는 성장성이 높은 사업에 빠르게 진출하 면서도 사업 실패시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자회사, SPC, 사내벤처 등의 민첩하고 유연한 사업조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었다. E.ON의 경우 신산업 추진시 SPC를 설립함으로써, 해당 사 업에 빠르게 진출하면서도 재무연결을 회피해 사업리스크 를 한정하고 있다. 현재는 약 1,100개의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전력회사는 과거 폐쇄적인 사업 구도에서 벗어나, 시스템 전체를 조망하고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플랫폼을 구축하며, 기업 내·외부 간에 협력과 융합할 수 있는 공생 비즈니스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Enel은 ‘Open Innovation’이라는 개방형 혁신 슬로건 하에 자체 R&D 외에 벤처 캐피탈 자회사, 사내벤처 등의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Enel은 이를 통해 기업외부에서 발생하는 혁신을 내재화함으로써 전력산업 생태계 공생과 기술혁신을 동시에 달성하 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참고문헌
·Eurostat Energy Saving Statistics
·IEA CO2 Emission from Fuel Combustion ·Accenture, The New Energy Consumer: Architecting for the future
·전력경제 Review ‘파리협정 주요내용과 전력부문 이슈’, 한전 경제경영연구원
·World Bank Databank
·UK Department for Business, Energy & Industrial Strategy, Ofgem
·각 기업 사업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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