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선택 국가들, 어떤 과정 거쳤나
‘탈원전’ 선택 국가들, 어떤 과정 거쳤나
  • 변우식 기자
  • 승인 2017.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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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모두 100대 국정과제들이 발표됐는데, 60번째 과제로 ‘탈원전 정책으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즉 ‘탈원전’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해당 국정과제의 경우 탈원전 로드맵 수립을 통해 단계적으로 원전제로시대로 이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에너지가격체제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고 분산형 전원 보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탈원전 정책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다. 그렇다면 해외에서 탈원전을 선택한 국가들은 어 떠했을까. 무엇보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찬반 논리는 차치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탈원전을 선택했을까’ 하는데 궁금증이 생긴다. 탈원전을 선택한 바 있는 대표적 국가인 일본과 독일을 중심으로 결정시까지의 과정을 정리해 봤다. 


독일 – 협의를 통한 선택
독일에서 최초로 탈원전 정책을 수립하게 된 시기는 1998년 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998년 선거 이후 사민당과 녹 색당 연립정부가 형성됐고, 이 연립정부는 같은 해 6월에 당 시 원전을 운영하던 4개 업체와 협상을 통해 원전을 폐지하 기로 합의하고 10월에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이때 결정된 내용은 당시 19기의 원전 발전량은 2,623TWh로 제 한(32년 동안 생산할 수 있는 전력량)하고 신규원전 건설은 중단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최대치를 기준으로 발전량을 제한하면서 실제로는 32년보다 훨씬 더 긴 기간 동안 발전 을 할 수 있도록 합의된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이 있었다. 물론 그 이전인 1970년대부터 원전에 대한 갈등은 있었다. 특히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계기로 기민당과 사민 당-녹색당의 원전에 대한 시각차이가 뚜렷해졌고, 이후 원 전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은 지속된 바 있다. 결국 원전 폐 쇄를 주장해 온 사민당-녹색당 연립정부가 들어서면서 탈 원전 정책을 가시화한 것이다. 연립정부는 2001년 6월에 원 전업체와 Stade원전과 Obrigheim원전을 각각 2003년과 2005년에 가동중지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2005년 선거에서는 기민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메 르켈 정부가 출범하게 되지만 당시 기민당/기사연합과 사민 당의 대연정이 구성된다. 메르켈 정부는 결국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기존의 원전 폐지 정책은 유지했다. 그러던 중 2009년 독일 총선거를 통해 메르켈 정부가 승리하게 되고 사민당과의 연정 없이도 과반 구성이 가능하게 되자 탈원 전 정책 폐지를 추진하게 된다. 2009년에 2022년까지 17개 의 원전 가동을 모두 중단한다는 사민당-녹색당 대연정의 정책을 폐기하기로 합의한다. 1980년대 이전에 건설된 원자로 7기는 2022년부터 8년 연장하고, 기 이후 건설된 10기는 2036년까지 14년 연장하기로 2010년 10월 발표된다. 그런데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메르켈 총리 입장에서도 원전 옹호 입장을 계 속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사고 직후 메르켈 총리는 오래된 원전 7기에 대해 3개월의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위해 클라우스 퇴퍼(전 환경부 장관), 마 티아스 클라이너(독일연구재단이사장)를 공동위원장으로 종교 지도자, 대학교수, 원로 정치인, 시민단체, 노조 대표 등이 참여하는 ‘에너지공급윤리위원회’를 구성하게 된다. 이 위원회에는 울리히 백(뮌헨대 사회학 교수), 위르겐 함브 레히트 회장(독일 화학기업 대표), 올리히 피셔(카톨릭 주 교), 미란다 슈로이어(EU 환경자문회의 의장, 베를린자유 대 환경정책연구 소장) 등이 참여했다. 윤리위원회는 약 8주(4.4~5.30) 동안 운영됐는데, 약 100여 차례의 토론과 공청회를 개최했으며 공영방송인 피닉스에 서 11시간 동안 생방송 TV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4.18). 이러한 과정을 거친 윤리위원회는 10년 이내에 원전 폐지가 가능하다는 보고서를 제출했고, 연방정부는 기술검토를 거 쳐 17기 중 8기의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2022년까지 독 일 내 모든 원전을 폐기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 선언은 같 은해 6월 30일 의회표결을 통한 원자력법 개정을 통해 확정 됐다. 총 513명 중 찬성 426명, 반대 79명, 기권 8명 등 83%의 찬성률을 보이며 현재 독일의 탈원전 정책은 확정지어졌다. 이처럼 독일은 크게 두 차례 탈원전 정책을 선택했다. 그 선 택들은 첫 번째는 연립정부와 원전 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두 번째는 국회의 표결(협의)을 통해 진행됐다.


일본 – 사고로 인한 결정
일본의 경우 정책 결정은 대부분 정부(관료)에 의해 진행되는 면이 강하다. 원전 정책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론이 원전 정책을 좌우할 만큼 영향을 끼쳤던 것은 아니었다는 게 전 문가들의 분석이다. 국제적으로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일본 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높아졌지만 정책으로 연결시키거나, 선거를 좌우할 만큼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분위기가 급격히 변화된 것이다. 2011년 3월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국민들의 원전에 대한 불신이 반원전 시위로 연일 확대되며 정부입장에서도 정책변화를 추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처럼 당장 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여론이 급상승하자 같은해 7월 총리가 나서 원전 제로 입장을 표명했다. 이는 총 54기 중 14기를 가동 중지(2016.8)하고, 재가동을 승인하지 않거나 영구정비방식으로 나머지 40 기도 순차적으로 가동을 중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원전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진행된다. 사고 발생 전에 만 해도 온실가스 감축 효과와 경제성 등을 이유로 원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발 전단가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소위 ‘사회적비용’을 포함하는 발전단가 개념을 도입하기에 이른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은 2012년 7~8월 여론조사와 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쳤고, 다음 달인 9월에 2030년대 원전 제로를 목표로 하는 에너지·환경 전략을 발표하게 된다. 2010년 6월에 수립된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53%로 하는 에너지기본계획을 백지화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같은 해 12월 자민당 아베정부는 총선승리 후 원전 재가동 정책으로 전환했고, 2014년 4월에는 원전을 중요 기저부하로 규정한 에너지기 본계획을 의결했으며, 2015년 7월에는 2030년까지 원전 비 중 20~22%를 목표로 하는 에너지기본계획안을 발표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 달인 8월 원전 재가동에 들어갔다. 이처럼 독일의 탈원전 정책이 정치적 협의에 따라 진행됐다 면, 일본은 사고를 통해 급격하게 진행된 점에서 차이가 난다.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반원전 여론이 급상승하면서 정 부에서도 원전 제로 정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독 일과 다르게 일본은 현재 다시 원전 재가동 정책을 채택해 운영 중이다.



기타국가 – 국민투표 또는 정치적 결정
현재 탈원전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독일, 벨기에, 스위스, 대만,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6개국 정도이다. 이 중 이탈리아는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방식을 따랐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국민투표를 거쳐 원전 폐 쇄를 결정했고, 2000년대 말 정부의 재도입 결정이 있은 후 이듬해 발생한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당시 90% 이상이 정부의 재도입 결정을 반대했다. 스위스도 국민투표를 통해 정책이 결정되는 유형이다. 1984년 ‘원전 없는 미래방침’에 대해 국민투표가 진행됐지만 당시에는 55%가 반대했다. 하지만 1990년에 진행된 국 민투표에서는 향후 10년간 신규원전 건설을 동결하는 사 안이 53%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그런데 또 2003년에 진 행된 국민투표에서는 원전건설 유예조치 연장 및 폐쇄 방 침에 대해 66%가 반대하는 등 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투 표 결과가 매번 다르게 나왔다. 이후 2011년에 하원(6월) 및 상원(10월)에서 내각이 제안한 2034년까지 원전을 폐 지하는 정책을 승인했다. 2014년 5월 Muehleberg원전의 즉각 폐쇄를 두고 실시된 지역주민투표에서는 63%가 반대했고, 2016년 11월 원전 가동중단 가속화 법안에 대한 국민투표에서도 54.2%가 반대했다. 올 5월에 실시된 에너지전략 2050 법안(2050년까지 원전 5기의 점진적 폐쇄)은 58.2%의 찬성으로 국민투표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 전문 가들은 스위스의 경우 탈원전을 결정하기는 했으나 원전의 안전성만 확보된다면 2050년까지 최대한 원전을 가동해 이로 인한 경제적 혜택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으로 보고 있다. 대만의 탈원전 정책은 정치적 결정으로 진행됐다. 2016년 1월 치러진 대선에서 원자력 제로를 지지하던 민진당이 승리하면서 탈원전 정책이 가속화됐는데, 같은 해 6월 대만 정부는 2025년까지 원자력 제로를 달성하는 탈원전 계획 을 발표하게 된다. 그리고 올 1월 이러한 탈원전 내용을 담은 전기사업법이 통과됐다. 한편, 민진당은 체르노빌 사고에 대한 경각심과 국민당의 일당 독재에 대한 불만 등을 바탕으로 국민당 당외세력이 중심이 돼 1986년 9월 만든 정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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