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와 자연의 공존, 선유도 공원
콘크리트와 자연의 공존, 선유도 공원
  • 최빈 기자
  • 승인 2017.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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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빈 기자(e-Topia기자단)

 

천만 가까운 인구가 살고 있고, 우리나라 역사·문화의 중심지인 서울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경복궁, 남산타워, 홍대거리 등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 시킬 수 있는 곳들이 많다. 그 수많은 곳 중 대도시 속 힐링 장소로 각광받고 있는 선유도 공원에서 하루를 보내었다.
선유도는 한강 한 가운데 있는 섬이다. 우리가 인지를 잘 하지 못할 뿐 한강에는 여러 섬이 있다. 금융의 중심지인 여의도는 말할 것도 없고, 밤섬, 노들섬 등 크고 작은 섬들이 있다. 선유도를 가기 위해서는 한강에서 선유도로 들어가는 다리인 선유교를 건너거나 양화대교를 통해 들어가야 한다. 필자는 9호선 선유도역에서 내려 한강을 지나갔다. 선유도 입구인 선유교 초입부터 사람이 북적였다.
선유도 공원은 과거 20여년 간 영등포 일대에 수돗물을 공급한 선유정수장을 자연과 공유할 수 있도록 최소한으로 개조한 후 2002년 5월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환경재생 생태공원이다. 그러한 역사가 있기에 공원에는 콘크리트로 된 폐기된 공장 시설물들이 종종 보인다. 만약 외딴 곳에 널브러져 있었다면 을씨년스러울 수 있겠지만, 나무 넝쿨과 어우려져 있으니 하나의 아름다운 건축물로 보였다.
특히, 선유교로부터 내려와 공원으로 들어가니, 큰 콘크리트 건축물이 보인다. 설명이 잘되어 있지 않아 무엇에 쓰이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영국의 한 폐공장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그만큼 이질적으로 느껴진 건 낡은 콘크리트와 나무 넝쿨의 조화때문인 듯하다.

 

바람따라 이리저리 걷다보니 주위에 사진 촬영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최근 메스컴을 통해 접한 바로는 사진 촬영 장소로 선유도 공원이 1등을 차지하였다고 한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해 있고, 정수장을 개조한 공원이라 앞서 본 시설물과 같이 자연과 상이한 매력을 지녔지만 한데 어우러져 있는 장소들이 많다. 스냅사진을 찍는 가족, 친구들에서부터, 웨딩촬영을 온 예비 부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사진 촬영에 매진 중이었다.
사진 촬영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종종걸음으로 뛰어 다니다 보니 또 하나의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빗물 방류밸브라고 불리는 것인데, 이는 선유정수장 당시 많은 빗물 유입 시 내부에 있는 빗물을 한강으로 방류할 때 사용했던 밸브라고 한다. 그리 크진 않지만 무게가 11톤이나 된다고 한다. 녹이 슨 밸브는 그 자체로 훌륭한 피사체인 듯하다. 한참을 물끄러미 보고 있으니 주위 사람들도 그 앞을 떠나지 못한 채 연신 플래시를 터트리고 있었다.
밸브를 보고 나와 공원 안쪽으로 들어갔다. 선유도 공원은 외곽부분이 높고 중심부가 파여있는 구조이다. 축구경기장을 생각하면 될 듯하다. 이제껏 외곽지역을 돌았는데, 본격적인 공원 탐방을 위해 중심 공원부로 옮겼다. 선유도 공원 내에는 크게 세 개의 주제로 된 공원이 있다. 시간의 정원, 수생식물원, 녹색기둥의 정원이다.
시간의 정원은 콘크리트 기둥 사이사이로 나무와 풀숲이 조성되어 있다. 왜 시간의 정원이라 명명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미로와 같이 되어 있어 시간을 잊어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매끄럽지 못하고 군데군데 엉성한 페인트칠로 덮인 콘크리트 외벽이 70, 80년대의 과거 느낌을 물씬 나게 했다. 그래서 시간의 정원이라 지어진 것 같다. 마치 멈춰진 시간을 떠도는 여행자 같았다.수생식물원은 물 위에 식물이 많이 조성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정수장을 개조한 공원이기에 평소 공원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수생 식물들이 있었다. 특히 백련, 갯버들, 금불초 등과 같은 수생식물들이 많았다. 여느 수목원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녹색기둥의 정원은 정수지의 콘크리트 상판 지붕을 들어내고 기둥만을 남긴 정원이다. 큰 기둥들을 보니 정수장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었다. 11톤 짜리 방류 밸브도 그렇고, 상당히 큰 정수장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정수장의 자취가 온데 간데 없고 20여년 간 수돗물을 공급했던 이 기둥 위에 이제는 담쟁이 넝쿨이 뒤덮어져 있다. 커다란 담쟁이 기둥을 가까이서 보니 마치 외국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담쟁이 넝쿨은 주로 벽에 수놓아져 있는데 이렇게 큰 기둥에 덮어져 있으니 그러한 것 같았다.
녹색기둥의 정원을 지나면 선유도 이야기라는 선유도 홍보관이 보인다. 마침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연중 내내 이러한 전시회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공원 내에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렇듯 선유도 공원은 서울 시민의 힐링 장소로 손색없다. 대중교통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돗자리 하나면 하루 종일 무료한 일상을 즐길 수 있다. 퀴퀴한 매연 냄새도 없고, 시끌벅적한 소음도 없다.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사는 것도 좋지만, 힘들고 현실에 부대낄 때 가끔은 쉬어가는 것도 좋다. 그리고 선유도 공원은 쉼표를 위한 최고의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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