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 성공 위해선 시장기능 확대와 제도 개선해야
에너지 전환 성공 위해선 시장기능 확대와 제도 개선해야
  • 배성수 기자
  • 승인 2018.01.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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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조영탁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전영환 홍 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 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등 에너지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포함한 정부정책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펼쳤다.
 

▶새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담은 제 8차 전력수급기본 계획이 발표됐다. 이번 계획 수립 과정에 참여한 위원으로서 평가를 한다면.

유승훈 교수 “직접 참여한 수요전망 워킹그룹의 경우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올해 1월부터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해 전력수요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대표적 전망전제인 경제성장률의 경우 7차 계획 때 는 연평균 3.38%를 적용했지만, 이번에는 기획재정부의 8 월 중기재정전망 및 한국개발연구원 전망에 따라 2.43%를 적용했다. 노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경제활동 감소 추세 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전력수요를 확 낮춰 탈원전 정책을 옹호하려 한 것이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전력수요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복수의 전망모형을 활용해 정확성과 객관성을 높였고, 국내 최고 권위기관의 공신력 있는 전망자료를 적용했다. 또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전 력수요 변화는 아직 불확실한데다 전력수요 증가효과도 있 지만 감소효과도 커서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전영환 교수 “과거에는 대규모 발전단지 위주로 설비를 구 성했다면 이번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신재생을 중 심으로 한 분산화 정책을 구체적으로 담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생각한다. 다만 신재생에너지 확충을 위해서 는 이를 전력계통에서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간헐성과 불확실성이 큰 신재생설비가 계통에 병입되면 전력품질과 전압안정도 등 신뢰도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 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전력계통 워킹그룹 에서는 단기적으로 재생에너지 접속 대기 해소를 위한 계 통보강을 조기 완료하고, 중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밀집예 상 지역에 송변전 설비를 적기에 보강한다는 방침을 정했 다. 또 재생에너지용 분산형 소규모 변전소 도입을 위한 전 압(70kV)도 신설키로 했다. 아울러 출력의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와 가변속 양수와 같은 최소한의 백업설비를 반영키로 의견을 모았다.”

조영탁 교수 “이전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비교해 볼 때 8차 계획은 많은 면에서 개선됐다고 생각한다. 첫째, 수요의 측면에서 전 세계 100여개 국가의 자료를 그룹핑해 활용하는 수요전망모형을 활용했는데 유승훈 교수의 이야기대로 방 법론상 개선이라고 본다. 또 공급 위주의 전력수급정책을 수요관리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에너지효율향상과 수 요자원 시장 확대·개편 등의 대책을 강조한 것도 긍정적인 요소이다. 둘째, 공급 측면에서는 안전과 환경을 고려해 원 전과 석탄 비중을 낮추는 대신 가스와 신재생 비중을 높이 는 믹스개선을 추진한 점이다. 계획수립 과정에 있어서도 이전보다 정보가 많이 공개되는 등 투명성이 높아졌다. 다만 원전은 지나치게 정치화되는 바람에 전문가들이 개입 할 여지가 별로 없었고, 신재생의 경우 2030년까지 20%로 확대한다는 목표만 정했을 뿐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가 남 은 과제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 핵심인 에너지 전환이 성공하기 위해선 선결 조건이 많다. 특히 많은 에너지전문가들이 에너 지가격과 세제개편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유승훈 교수 “이번 8차 계획에서는 이전 계획과 달리 전기 요금에 대한 전망을 내놓으면서 2022년까지 에너지 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거의 없다고 밝혔는데 이는 아쉬운 부분이다. 석탄 생산지에서도 환경 관련 세금을 강하게 물리는 등 올해만 해도 작년에 비해 발전용 유연탄 가격이 2배나 올랐다. 내년에도 석탄의 개별소비세 인상이 예정돼 있고, 가스 발전량을 늘리려면 앞으로 국민들의 추가적인 부담이 있을 것이므로 정부가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는 다고 단정 짓기보다는 국민들의 부담이 늘 수 있음을 설득 한 것이 더 나았을 것 같이다. 또 신재생의 경우도 정부는 그리드패리티가 조만간 달성될 것이라고 하지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고, 계통접속비용이나 간헐성에 대비한 백업 비용 등도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수요관리를 하려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해 만일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는다면 결국 한전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전영환 교수 “유승훈 교수의 지적대로 에너지 전환 과정에 서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결국 한전과 발전사들의 부 담만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수요관리 대책의 일환으로 에너지 다소비 건물과 공장을 중심으로 에너지관리시스템 (EMS)을 집중 보급한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현재와 같은 요금 수준에서는 기업들이 에너지효율을 높이려는 유인이 거의 없다. 오히려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수요자원 시장과 자가용 태양광 보급을 확대하는 게 더 효과가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영탁 교수 “에너지전환의 핵심이 수요관리와 믹스개선 인데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매번 지적된 것처럼 수요관리 목표는 큰데 요금을 활용한 수단은 제한적이었 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여서 경직적인 요금제도 가 지속될 경우 수요관리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에너지 전환을 성공적으로 달성하려면 요금규제보다는 시장기 능을 확대하고, 요금의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 또 유연탄 과 원자력에 대한 공정한 과세를 통해 발전원간 비용 격 차를 줄여야 한다. 격차가 줄어들면 시장을 통해 일부 믹스 전환을 추진할 수가 있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 확대 에 대비해 전력시장의 경우 현행 하루 전 입찰시장에서 실시간시장으로 전환하고 계통보조서비스 시장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미세먼지를 2030년까지 62% 줄이고, 온실가스도 BAU대비 37% 감축해야 하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상에서 오히려 석탄 설비가 늘어나는 것으로 계획됐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영탁 교수 “사실 전원구성 워킹그룹에서도 이 문제를 놓 고 논의를 많이 했다. 신규 석탄 9기를 건설 중인 발전사업 자들을 모두 불러서 얘기도 들어봤는데, 진행 중인 사업을 중단하는 게 어렵고 신규 석탄은 효율이나 환경성 측면에 서 노후 설비보다 좋다는 점에서 건설 중단보다 사후 조치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석탄 등 노 후 발전기의 경우 리트로핏해서 수명을 늘리기도 하는데, 원자력처럼 설계수명을 정해서 퇴출시킬 것인지, 더 사용 할 것인지 명확한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 또 환경을 고려한 급전을 어떤 수준에서 구현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어 찌됐든 현재와 같은 전력시장제도가 지속되면 2022년까지 석탄발전은 늘어나고 LNG발전량 지속적으로 떨어진다. 발전공기업들은 정산조정계수를 통해 대응할 수 있지만, 민간발전사들은 일명 ‘죽음의 계곡’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수급계획 이후 이에 대한 후속보완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원전과 석탄 축소 정책에도 불구하고 LNG발전량 증가 는 불확실하다. LNG 수익성은 계속해서 악화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을 제시한다면.

유승훈 교수 “LNG발전량은 지난해 22.4% 수준이었는데, 8차 계획상에서는 2030년 18.8%로 떨어지게 된다. 업계에 서는 최소한 지금의 20% 수준은 유지돼야 하는 것 아니냐 는 불만을 제기한다. 하지만 당초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서는 LNG 발전비중이 2029년 7.9%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돼 있으니까 그것보다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조영탁 교수 이야기대로 현행 전력시장제도가 유지된다고 하면 2022년 에는 현재보다 이용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 발전비중도 9.9%로 낮아지는 것이다. 정부가 말로는 에너지전환 브릿 지로서 가스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하는데 실제는 더 힘들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매물로 나오는 LNG 발전소가 있을 정도니 전력시장제도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신재생이 대폭 확대될 경우 전력수급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에 대한 대책을 제시한다면.
 

전영환 교수 “전력계통운영에서 신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는 발전량 예측이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신 재생 설비의 출력변동용량이3GW 이상 돼서 구름이 끼 는 날은 출력이 급격히 줄어 수요가 늘어나는 것으로 판단 해 양수가 가동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날 만일 발전기 고장 사고라도 나면 양수발전 가동이 어려워 수급 불안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런 측면에서 신재생발전량 을 예측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출력이 증 가하게 되면 기존의 다른 발전기 출력을 조절해야 한다. 이 때 원자력, 석탄, 가스발전기의 출력 뿐 아니라 예비력 운영 조합, 때에 따라서는 신재생 출력을 얼마나 어떻게 조절하 는가에 따라 안정성뿐만 아니라 경제성도 크게 좌우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전반적인 계통운영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 하며, 신재생통합관제시스템에서 신재생출력제어 기능을 가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전력산업을 포함한 에너지산업의 구조개편 방향에 대한 견해는.

유승훈 교수 “규모의 경제나 중복투자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발전5사 체제가 조금 비효율적인 것은 사실이다. 지 금 생산량의 3배가 될 때까지는 규모의 경제가 더 낫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현행 발전사가 2~3개로 재편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원별보다는 지역별로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충청권역별로 경상권역 별로 통합하면 발전원도 균형적이게 될 것이다. 한전의 판 매부문 개방은 한전 내부적으로 반발이 심하고, 특히 광주 전남지역 여론이나 국민적인 여론을 고려할 때 쉽지는 않아 보인다. 반면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의 경우 기능이 비슷 해 하나로 합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조영탁 교수 “현재의 시장과 구조로는 에너지전환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된다. 전 세계적인 추세도 수요 자원시장과 수요관리사업 등이 중요해지고 있어 시장개 방은 불가피해 보인다. 에너지 전환과정에서 가스의 역할 을 생각한다면 가스와 전력 분야가 더욱 긴밀하게 연계되 는 구조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의 기술이 활성화되면 전력망이라는 게 단순히 송전망이 아니라 플랫폼이어서 모든 플레이어에게 개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요금을 강하게 규제하는 상황에서는 전력산업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가격기능을 통해 시 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전영환 교수 “시장제도와 전력산업의 구조는 서로 맞물려 돌아가지만, 이를 구분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전력 산업구조 하에서도 신재생에너지가 점점 확대되는 상황에서 현재의 시장제도로 대응하기는 어렵다. 제도 개선도 단 기적으로 당장 필요한 것도 있고, 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도 있다. 우선 앞으로 예상되는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규제계약을 통해 발전회사, 판매회사(한전)의 수익성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세제 개편, SMP에 의한 시장가격결정, 실시간시장, 예비력제도 등 전반에 대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구조개편까지 고려한다면 더욱 더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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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주 2018-12-14 18:00:54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