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흥냉면과 평양냉면의 절묘한 조화, ‘유정우 함흥냉면’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의 절묘한 조화, ‘유정우 함흥냉면’
  • 최빈 기자
  • 승인 201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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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opia기자단 | 최 빈 기자

 

냉면은 남녀노소 부담 없이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외식메뉴이다. 사시사철 가릴 것 없이 시원하고 매콤한 국물에 쫄깃한 냉면 한 사발이면 없는 식욕도 불끈 솟아나게 하는 것이 냉면이다. 냉면을 워낙 좋아해, 그 동안 많은 냉면집들을 방문했었다. 3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집, TV에 소개된 맛집, 블로거들이 극찬한 집 등 수 많은 냉면집을 방문해 왔지만 오늘 찾아 간 곳은 비록 앞서 얘기한 집들처럼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맛 하나는 어디에도 밀리지 않는 집이다. 이곳은 이수역 남성시장 골목에 위치한 ‘유정우 함흥냉면’이다.

처음 이 집을 오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이수역에 약속이 있어 식사메뉴를 정하던 중 마침 냉면이 생각나 인터넷 검색 후 방문하게 된 것이 인연이 되어 3년이 넘도록 두어 달에 한 번은 꼭 방문하고 있다. 인터넷에 이수역 냉면집으로 검색하면 나오지만 시장 골목에 위치해 있어 막상 찾아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길을 조금 헤매고 시간이 걸려도 충분한 맛을 자랑하는 곳이니 이 정도의 수고로움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유정우 함흥냉면이 다른 냉면집과 다른 점은 냉면에 들어가는 육수이다. 얼핏 보면 참기름 같지만 간장과 사골을 24시간 동안 우려낸 이 집 특제 소스이다. 딱 보아도 진해 보이는 것이 왜인지 모르는 맛에 대한 확신을 준다. 이 특제 소스는 달달하지만 과하지 달콤함으로 냉면의 맛을 배가 시킨다. 또한 다른 집과는 달리 고구마 가루로 면을 직접 반죽하여 사용한다. 흔히 함흥냉면은 특유의 쫄깃하다 못해 즐긴 면발로 처음엔 맛있게 먹다가도, 나중엔 가위로 잘라 먹기 일쑤다. 하지만 이 집의 면발은 평양냉면처럼 뚝뚝 끊어지는 면발이다. 녹두 가루가 아닌 고구마 가루를 사용하여 그러하다. 이런 면발 덕분에 다른 냉면집에 비하여 좀 더 담백한 맛이 나며 면발도 꽤나 굵은 편이다.

난 여느 때와 같이 회냉면을 먹었다. 물냉면도 맛있지만 냉면은 역시 비빔소스의 매콤함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맛본 회냉면은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매콤한 소스와 육수의 달콤함, 그리고 오이와 무의 아삭아삭함, 참깨가루의 고소함이 합쳐져 최고의 맛을 구현해 낸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먹다 보니, 한 그릇을 금세 비웠고 사리까지 추가하여 먹었다. 앞 사람이 시킨 물냉면도 한 젓가락 맛을 보았다. 육수의 시원함이 남다른 것이 회냉면과는 또 다른 맛이다. 냉면으로 끝내기 아쉬워 만두를 시켰다. 만두 역시 큼직하게 나온 것이 맘에 든다. 맛 또한 냉면에 뒤지지 않다. 냉면만 맛있고 만두가 맛이 없을 리가 없다. 만두 속이 꽉 찬 것이 냉면으로는 조금 부족한 양을 채워준다.

함흥냉면의 맛과 평양냉면의 식감을 동시에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잘못하였다간 흡사 막국수로 변질될 수 있다. 막국수 역시 맛은 있으나 냉면과는 다르다. 유정우의 함흥냉면은 우리나라 냉면 계를 양분하고 있는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장점만을 실현한 곳이다.

아직은 추운 겨울이기에 냉면을 먹는 사람들은 많지 않지만 여름이 되면 줄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붐비는 곳이다. 여름철 시원한 국물에 땀을 식히는 것도 좋지만 겨울철 따뜻한 육수국물에 시원한 냉면 한 사발도 이에 못지않다. 맛있는 음식은 계절을 가리지 않으니 정말 맛있는 냉면을 맛보고 싶은 분들은 유정우 함흥냉면을 꼭 방문해 보길 바란다. 후회 할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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