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제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 손우형
  • 승인 201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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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우형 두산중공업 상무

ICT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변화의 핵심 최근 학계와 업계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가장 많이 회자 되는 단어는 ‘4차 산업혁명과 Industry 4.0’이다. 즉, 18세기 중반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 촉발된 산업혁명과 같은 혁신 이 지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18세기 중반에 시작된 산업혁명은 기업과 근로자의 생산성 이 획기적으로 증가해 자본가 집단이 형성되었고 노동자들 이 급격히 증가하는 경제변화를 가져온 것 외에도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극적인 변화를 야기했다. 정치적으로는 왕 족과 귀족체계가 무너졌고, 사회적으로는 농촌에서 도시로의 급격한 인구이동이 이루어져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됐다. 그런데 현 시점이, 지난 산업혁명과 유사하다면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목격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 부 분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학자들이 아직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언급되는 Industry 4.0은 산업혁명과는 무관하며 독일정부에서 제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차원의 프로그램으로 ‘Smart Factory’ 구축이 주요 핵심 사업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을 붙여졌 을 때는 뭔가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변화를 살 펴보면 근본에는 ICT(Information CommunicationTechnology)의 혁신적인 발전에 기인한다. 즉, 1950년대부 터 시작된 IT기술은 기하급수적인 발전을 이루었으며 최근 그 변곡점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이 혁신적인 발전을 몇 가지 살펴보면, 인텔의 창업자 중 한 명인 무어(Moore)가 1968년에 예측한 18개월마다 컴퓨팅 파워가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 지 금도 맞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하급수적인 발전 형태는 여러 기술에서도 목격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IoT)의 경우, 현재 22억 개의 디바이스 가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 만 해도 상승률이 미미했던 것이 2010년도 전후로 늘어나 기 시작하면서 2016년에는 22억 개, 2020년에는 40억 개에 이를 전망이다. 데이터양의 경우도 디지털화가 되기 시작한 1990년대 말부 터 조금씩 증가하던 것이 2010년부터는 급격히 늘어나기 시 작해 2020년이 되면 40ZB(제타바이트)가 될 것으로 예상 된다. 상상이 안 되는 숫자이다. 또한, 요즘 인공지능, 머신 러닝, 딥러닝을 이야기하는데 미국 특허청의 머신러닝 특허 출현 건수를 보면 거의 변화가 없다가 2002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2016년에는 특허출원 건수만 한 해 약 3,000 건이 된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ICT기술이 오랫동안 발전해 왔지만 어느 순간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그 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겨 졌던 일들이 가능해진 것이 가장 큰 핵심이다.
기술의 혁신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ICT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 이 가능해지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가장 대표적인 경 우이고, 지난해 알파고라는 소프트웨어가 머신러닝을 통해 바둑을 학습해서 인간을 상대로 승리한 것도 하나의 예이 다. 최근에는 AI 스피커가 등장해 가정에서 일반인들이 음성만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받고 있고 글로벌 IT기업들이 앞 다투어 AI 스피커를 출시하고 있다. ICT기술 혁신이 개인의 삶에만 급격한 변화를 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도 큰 변화를 주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데이터가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것이다. 보통은 데이터화라고 말 하는데 요즘 잘 나가는 회사인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구글은 개인의 관심사가 기업의 자 산이며, 페이스북은 인간관계를 데이터화하여 돈을 벌고 있다. 다른 하나는 모든 비즈니스가 서비스화 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제품을 팔던 곳에서 서비스를 파는 형태로 바뀌고 있 다. 서비스화는 이미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대부 분의 정수기가 서비스로 판매되고 있고 침대, 타이어도 서비스화되고 있다. 카카오, 우버 등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 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서비스화 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경험을 담아내는 역량과 고객과 파트너를 포함한 생태계를 구축하 는 것이 핵심이다. 앞서 언급한 회사들은 대부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이지만 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화를 추진한 회사도 찾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롤스로 이스는 항공기 엔진을 만드는 회사였다. 이 회사는 항공사 에 항공기 엔진을 납품해오던 것을 1990년대 중반부터 토 털 케어(Total Care)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즉, 엔진은 팔지 않고 엔진의 사용 시간을 파는 비 즈니스를 실행한 것이다. 제품을 파는 것으로만 끝내는 것 이 아니라 고객이 보다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비즈니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적절히 융합 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다.

데이터가 서비스화 되면서 기업의 일하는 방식도 바뀌었다. 스타트업(Startup)들은 이미 에자일(Agile) 방식으로 비즈 니스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있고, GE 역시 린 스타트업 (Lean Startup)을 창시한 에릭 리스를 고용해 2년에 걸쳐  일하는 환경을 바꿨다. 그동안 품질을 강조하던 GE가 시장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린 스타트업과 에자일을 채 택하여 혁신을 추진한 것이다. 에자일이나 린 스타트업에서 강조하는 것은 불확실한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짧은 기간 내에 고객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최소기능을 가진 제품 (MVP, Minimum Viable Product)을 만드는 것과 고객의 반응에 따라 사업 방향을 수시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이다.  기술은 이미 존재하지만 이 기술들이 급격하게 발전함으로 써 예상하지 못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그 변화에 대응해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비즈니스가 데이터 중심으로 일어나고, 서비스를 판매하는 형태로 바뀌게 되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사람 그리고 새로운 프로세스 를 도입하고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 미 소비재 산업에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스나미처 럼 퍼져나가고 있으며 산업재 중심의 산업에도 변화가 시작 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여정 두산중공업은 지난 2013년부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여정을 시작했다. 이 여정은 크게 4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단계는 디지털 아젠더를 갖는 것이었다. CEO를 포함한 탑 매니지먼트가 디지털화를 해야 한다는 의지와 함께 변 화에 대한 아젠더를 갖고 지속적으로 관리했다. 두 번째 단계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진행하기 위한 디지털 씨앗 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기존 기업 내에 갖고 있지 않던 디지 털 역량인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데 이터 사이언티스트, 인공지능 전문가들을 외부에서 채용 해 별도의 팀을 만들고 이를 리딩한 디지털 리더를 확보했다. 일하는 환경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처럼 별 도의 근무환경을 만들었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기업 내에 있는 모든 임직원이 디지털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디지털 레디(Ready)를 진행했다. 기업의 임직원들이 디지털에 대한 준비가 어느 정도 되면 본격적인 디지털 트랜스 포메이션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디지털 솔루션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를 사업화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두산중 공업은 서비스 비즈니스 조직을 별도로 만들었다. 또한 디 지털 기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면서 얻은 교훈은 디지털 솔루션만 제공하기보다는 엔지니어링 지식과 경험을 함께 연결했을 때 고객에게 더욱 가치가 있고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앞서 언급한 디지털 레디의 일환으로 두산중공업은 데이터 를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인프라스트럭처를 만들었고, 그것을 기반으로 여러 분야에서 데이터 분석 과제를 수행하면서 데이터 활용의 가능성과 데이터 분석이 현 업에 적용해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성공 체험들을 쌓아 나 갔다. 적용 영역으로는 스마트팩토리를 추진 중인 공장의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데이터를 활용 해 좀 더 개선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분석업무를 수행했다. 그 외의 구매 데이터에 분석을 적용해 구매 비용을 절감했 고, 품질 관련 부문에서는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 기 법을 활용해 어느 공정, 어느 시점에 품질의 결함이 많이 발 생하는지를 찾아내서 사전 준비를 통해 품질 실패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데이터 분석 이외에 두산중공업은 산업용 소프트웨어도 개발하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전에 나름의 차 별화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기 위해 머신러닝을 적용했 다. 머신러닝이 쓰이는 영역은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인식 영역에서 다른 하나는 예측 영역에서 효과를 볼 수 있 다. 두산중공업처럼 터빈, 발전기 등 고가의 대형 기계를 만드는 회사에서는 기계를 운영하면서 나오는 데이터를 가지고 현재 상태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는데 이 알고리즘이 매우 효과적이다. 이러한 머신러닝을 활용하여 두 산중공업은 프리비전(PreVision)이라는 조기경보 소프트 웨어를 개발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기계의 운전 데이터를 학습하여 에측 모델을 생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기의 이 상 상황을 예측해 사전에 고장을 예방할 수 있다. 이 조기 경보 소프트웨어를 파트너 고객사에 적용하여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했다.

직원들이 디지털 레디가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IT기술을 도입하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성과를 만드는 일과 함께 일하 는 방식의 변화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사내에 데이터 분석 교육과정을 개설해 직원들의 수준에 맞추어 회사의 데이터 를 활용한 분석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위해 에자일 기법 중 하나인 스크럼을 도입해 과제를 수 행하는데 적용했다. 이로 인해 짧은 스프린트 단위로 업무 를 수행할 수 있어 조기에 성과를 만들고 필요하면 언제든 지 방향을 수정할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고 있다. 데 이터를 분석 하고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에자일을 적용하는 일들이 직원 전체에게 전달되기 위해 매달 ICT 뉴스레터도 발송하고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최근 IT기술은 발전의 속도가 변곡점에 도달해 있고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가능해지고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겨나고 있다. 이 모든 변 화에 대처하는 것이 바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다. 이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기업의 선택사항이 아니라 하 지 않으며 안 되는 필수사항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디지털 씨앗을 확보하는 것 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한 신기술의 도입도 중요하지만 회사 전체의 마인드를 바꾸는 것이 더욱 중요하며 에자일 이나 린 스타트업이 변화를 위한 좋은 도구 들이라고 할 수 있다. 두산중공업은 현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여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변화를 추진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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