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가 지은 도시, 바르셀로나 여행기
가우디가 지은 도시, 바르셀로나 여행기
  • 최빈 기자
  • 승인 2018.0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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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opia기자단 | 최 빈 기자

오래 전부터 스페인 여행을 준비했었다. 과거 대학생 시절 유럽 여행을 해보았지만 스페인에는 가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소위 대표적인 관광지만 다녀온 터라 스페인은 여전히 미지의 나라로 남아있었다. 그런 스페인을 이번 겨울 다녀오게 되었다.

 

스페인은 우리와 그리 친숙하지 않다.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같은 대도시가 있지만 파리나 런던, 로마처럼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유럽을 대표하는 선진국도 아니고 전통적 인 관광국도 아니기 때문에 우리 언론에서도 크게 주목하 지는 않았다. 그러나 몇 년 전 인기리에 방영된 ‘꽃보다 할 배–스페인편’을 기점으로 최고의 관광지로 부각되었다. 방송을 계기로 많은 국내 관광객들이 스페인을 방문하였으며 이는 스페인 직항로 개설까지 이어졌다. 수십 년째 직항로도 없을 만큼 소외된 관광지에서 이제는 누구나 가고 싶은 관광지로 거듭난 스페인은 기대만큼이나 멋진 곳이었다. 직항이 생긴 덕에 편안하게 바르셀로나에 도착할 수 있었 다. 바르셀로나는 까탈루냐 지방에 위치한 가장 큰 도시이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경상도의 부산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것이 지역민들의 도시에 대한 자부심이다. 공항 안내판, 도로 표 지판, 관광안내도만 보아도 본인 지방의 언어인 까탈루냐 어와 모국어인 스페인어를 병행 표기하고 심지어 먼저 표기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전라도나 경상도 방언을 표 준어와 병행 표기한다고 생각하면 쉽게 납득이 되지 않지 만 역사적인 배경을 이해한다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까탈루냐 지방은 본디 스페인 영토가 아니라 독립국이었 다. 후에 전쟁에서 패한 후 스페인에 복속되었다. 20세기 초 스페인 내전을 거치며 프랑코 정권은 까탈루냐 지역을 정치적, 경제적으로 탄압하였다. 이런 과거가 있기에 까탈 루냐 시민들은 스페인으로부터 분리 독립하고자 하는 열망이 강하며, 본인들을 스페인의 국민이 아닌 까탈루냐인 이라 생각한다.  밤에 도착한 이후 숙소에 짐을 풀고 간단히 요기를 채우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숙소는 우리나라의 명동거리 격에 해당되는 람블라스 거리에 있는 호텔로 잡았다. 람블라스 거 리는 바르셀로나 여행의 중심지이다. 구시가지로서 전통 건축물과 유적들의 보존이 잘 되어있으며, 도시가 큰 편이 아니기에 웬만한 관광지는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다. 스페인 사람들은 식사를 늦게 하는 편이다. 점심은 보통 1시 이후, 저녁은 8시 이후에 먹는다. 그러기에 밤 10시가 넘는 늦은 시간에도 음식점들은 한창 장사를 하고 있었다. 스페인의 대표 음식으로 빠에야를 꼽을 수 있다. 철판볶음 밥 정도로 이해하면 되지만 우리나라의 음식과 비교하면 다소 맛이 강하고, 쌀이 달라서인지 찰지지가 않는다. 하지 만 우리나라의 볶음밥과는 다른 맛을 뽐낸다. 빠에야와 곁 들일 수 있는 술로는 샹그리아가 안성맞춤이다. 샹그리아 역시 스페인 전통주로서 과일주와 와인의 경계에 있는 술 이다. 여행 내내 빠에야와 샹그리아를 빠트린 날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맛을 자랑하였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열에 아홉은 가우디라고 답할 것이다. 안토니오 가우디는 세계적인 건축가로서 바르셀로나에 다수의 건축물을 만들 었다. 건축물이 예술작품이 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 었지만 작품을 보는 순간 그 생각은 금세 사라졌다. 독특한 장식과 문양, 직각에 익숙한 고정관념을 깬 곡선미로 표 현해 낸 외관 등 한 번 보면 쉽게 잊혀 지지 않는다. 처음 방문한 곳은 ‘까사 비센스’이다. ‘까사’는 집이라는 뜻의 스페인어고 ‘비센스’는 사람이름이다. 즉 ‘비센스의 집’이라 는 뜻이다. 해석해보면 별거 아니지만 외국어라는 게 참 그 럴듯해 보이기도 한다. 나중에 살펴 볼 건물 이름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가우디 작품은 의뢰한 건축주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다. 까사 비센스는 가우디의 초기 작품이다. 그러 기에 이후 작품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원색의 화려한 색을 사용해 마치 러시아 크렘린 궁 근처 건물 같기도 하다. 하지만 가우디 특유의 특성이 잘 살아있는 작품이다. 가우 디는 건물에 타일을 많이 사용했는데 마침 건물주인 비센 스가 타일공장 사장이라 원 없이 타일을 사용했다고 한다. 타일은 그저 화장실 바닥에 쓰이는 재료인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외관에 사용되니 그 사고력에 대단함을 느꼈다. 까사 비센스 관람을 마치고 다음 관람지인 까사 바트요와 까사 밀라로 향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두 건물은 바 트요와 밀라라는 사람이 의뢰한 작품이다. 두 건물은 가우디의 곡선미가 잘 표현된 작품이다. 까사 바트요의 경우 테라스에, 까사 밀라의 경우 건물 외관이 곡선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렇게 곡선으로 된 건물을 본 적이 없었던 만큼 굉장히 생소하게 느껴졌다. 흡사 거대한 우주선 같기도 했고 생활에 불편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 고 지금도 이렇게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데 이 건물이 지 어진 100여 년 전에는 어떤 반응이었을까 하는 상상도 해 보았다. 가우디는 생전 훌륭한 건축가로 명성이 높았지만 최고로 평가 받지는 못하였다. 아마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간 것이 아니었을까. 까사 바트요는 용을 물리친 기사의 전설 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한다. 이야기를 건물에 녹이다니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이렇게 두 건물을 둘러보고 가우디가 지은 또 다른 건축 물인 구엘 공원으로 향하였다. 구엘 공원은 가우디의 평생 친구이며 후원자인 구엘이 의뢰한 작품이다. 공원에 도착하면 마치 동화나라에 온 것 같은 신비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타일을 활용해 공원 외관과 장식품들을 빼곡히 꾸밈과 동시에 야자수 나무와 구석기 시대에서나 볼법한 투박 한 기둥들이 길게 늘어져 있어 시공간을 초월한 느낌을 받 는다. 구엘 공원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도마뱀 분수 앞에서 사진도 찍고 동화 ‘헨델과 그레텔’의 과자집에 착안해 만 든 건물도 둘러보았다. 이렇게 큰 공원 구석구석에 조그마 한 것 하나까지 신경 쓴 가우디의 완벽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벤치하나 기둥하나까지 가우디의 손길이 가지 않는 곳이 없었다. 둘러도 보고 앉아도 보고 하는 전부가 하 나의 거대한 예술작품이었다.

구엘 공원을 둘러본 후 가우디 작품의 하이라이트인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으로 향하였다.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은 1883년부터 공사가 시작되어 아직까지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가우디는 비록 1926년에 사망하였지만 건축 가들과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건축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금도 성당에 가보면 공사가 한창인데 이들 모두 무보수 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높이가 무려 170미터에 달하며 다른 성당과 다른 점이 첨탑이 4개나 있다는 점이다. 그러기에 정면에서 보면 압도적인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외벽 조각 하나하나에 성경 구절을 조각하였다. 그냥 짓기도 힘든데 성경까지 옮겨 표현 한다는 것이 참으로 대단 하게 느껴졌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라 하나하나 의미를 곱 씹으며 성당을 보니 또 다르게 보였다. 조각 하나하나에 들어간 이야기와 정성 등이 어우러져 하나의 거대한 예술작 품으로 탄생한 것이다. 성당 전면부는 가우디가 건축하였으나 나머지 부분은 다른 건축가들이 만들었다. 특히 후면 은 전면과 전혀 다른 이미지이다. 전면부가 웅장하고 화려 하다면 후면은 심플한 공간미를 느낄 수 있다. 하나의 성당 을 전혀 다른 두 가지 느낌으로 표현을 하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가우디는 갑작스러운 열차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 그는 성당 지하에 묻혀 있는데 본디 성당에는 교황청에서 인정받은 성인이 아니면 묻힐 수 없 다고 한다. 가우디는 특별히 예외로 하였으며 아마 이 성당 을 위하여 평생을 바친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바르셀로나 곳곳을 돌아다니면 가우디의 흔적을 여기저 기서 느낄 수 있다. 앞서 관람한 건축물 중 구엘 공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시내 한복판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시민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래서 바르셀로나를 가우디가 지은 도시라고 하는 것 같다. 건축물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느끼고 싶다면 현대 건축가 중 가장 위대한 건축가의 작품이 숨 쉬고 있는 바르셀로나로 방문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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