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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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섭
  • 승인 2018.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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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섭
가천대 교수·전기저널 편수위원장

드디어 정부가 공약에서 벗어나 에너지 전반에 대한 주요 계획을 본격적으로 수립하기 시작했다. 산업부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했고 환경부는 기후기본계획을 통한 기후규제를 준비 중에 있다. 그리고 ‘4차 에너지기술개발 10개년 계획’ 역시 준비 중에 있다. 또한 조만간 이를 조율할 녹색성장위원회 구성도 마무리될 전망이다. 그간 석탄발전과 신고리 5·6호기에 매몰되어 있던 상황 하에서 이러한 큰 계획들의 동시적인 수립은 에너지업계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새로운 시작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희망한다.

에너지계는 그간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해왔다. 그 과정에서 복잡다단한 갈등과 어려움을 헤치며 진화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현재의 어려움과 불확실성 그 자체로는 새롭지 않다. 그러나 금번 주요 계획의 수립 배경은 여느 때와는 너무나도 다르다. 우선 수요포화로 인하여 즉 에너지시장의 포화로 인한 과거와 같은 대규모 투자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에너지계의 성장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는 의미이다. 과거의 갈등과 어려움은 투자로 인하여 발생한 측면이 있다. 동시에 투자가 그러한 문제를 해결해 온 측면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투자는 점차 줄어들 것이고 이에 따라 갈등도 줄어들 것이다. 이제 완전히 새로운 진짜 어려운 세상이 다가온 것이다.

이 와중에 에너지전환은 그간의 양적 성장을 질적 성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 뜻밖의 호재일 수 있다. 신재생 3020 계획은 분명히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이지만 새로운 투자를 견인하는 긍정적 기능이 분명히 있다. 또한 37%라는 국가감축목표는 여기에 더해 또 다른 비용과 함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 간의 발전용 믹스전환에서 벗어나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 전반의 전환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히 진행 중인 기후규제 로드맵에서는 전환부문의 경우 8차 수급계획에서 반영한 수준보다는 훨씬 높은 규제가 예상된다. 이러한 규제는 당연히 상당한 비용을 유발하게 되므로 우리 국민경제에 커다란 악재일 수 있다.

그러나 한편 이러한 신재생 3020을 포함하는 생산과 소비의 포괄적 전환을 보다 기술혁신적인 접근으로 해결할 경우 우리에게는 또 한 번의 진화할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점도 잘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산업부의 에너지기술개발 10개년 계획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여하히 전환을 보조금기반이 아닌 기술혁신 기반으로 달성한다면 그 간 우리가 경험한 무수한 시행착오들을 자산으로 삼아 커다란 성장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 에너지계에 주어진 마지막 ‘큰 성장의 기회’일 수도 있는 것이다. 2018년은 계획수립의 해이고 담론의 해이며, 그리고 에너지계의 반전의 해이기도 할 것이다. 올해 충분한 논의와 논쟁을 통해 에너지가 갈 길을 잘 설계하고 그 공감대를 바탕으로 2019년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각종 실행계획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하여 환경과 안전이 담보되면서 에너지계의 성장동력까지 확보할 수 있는 그러한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큰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좀 더 절실한 마음으로 기술혁신을 통한 에너지전환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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