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벚꽃 명소, 안산
숨겨진 벚꽃 명소, 안산
  • 최빈 기자
  • 승인 201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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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빈 기자
e-Topia기자단

 

예년에 비해 추웠던 겨울도 어느덧 막을 내렸다. 기온이 벌써 20도를 웃도는 날도 잦으니 여름이 성큼 다가올 것만 같다. 하지만 봄이 없으면 여름도 없듯이 지금은 봄을 맞이할 때인 것 같다. 길거리의 꽃과 나무들이 하나 둘 자라며 우리를 반겨준다. 새삼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임을 느낄 수 있다. 봄을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건 벚꽃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벚꽃이 개화되는 4월 초부터 야외활동이 자유로워질 만큼 날도 따스해진다. 이렇게 또 찾아온 봄을 만끽하기 위해 그리고 벚꽃을 즐기기 위해 주말에 가까운 벚꽃 명소로 향했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 쯤은 벚꽃을 구경해보았을 것이다. 진해 군항제에서부터 경주 대릉원, 제천 청풍호, 여의도 윤중로까지 벚꽃 명소로 불리 우는 곳을 최소 한번 씩은 들어봤을 것이다. 내가 사는 서울에도 벚꽃으로 유명한 장소들이 많다. 여의도, 중랑천, 석촌호수, 안양천 등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도 되는 않는 거리이다. 그러나 이번 봄에 가볼 장소는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장소이다. 바로 서대문구에 위치한 안산이다.

서울에는 많은 산이 있다. 관광객들로 늘 붐비는 남산, 주말이면 많은 시민들이 찾는 관악산과 도봉산 등 도심 속 즐길 수 있는 산들이 많다. 하지만 안산은 왠지 좀 낯설다. 아마도 최근 들어 둘레길이 유행하면서 도심 속 많은 산들이 재발견 되고 있고 그 중 안산도 벚꽃이 유명하고 산행 길도 잘 조성되어 있어 재조명 되고 있다. 또 몇 해 전 인기리에 방영된 신‘ 사의 품격’ 이란 드라마에도 벚꽃길이 촬영되었다. 나도 이번 벚꽃구경을 가게 되면서 처음 들어본 산이었지만 유명하지 않다고 하여 훌륭하지 않은 건 아니기에 많은 기대를 안고 안산으로 향했다.

안산을 가기 위해 신촌 지하철역에서 버스를 탔다. 지하철로는 무악재역과 독립문역에서 내려 등반이 가능하지만 신촌에서 점심을 먹었기에 버스를 이용하였다. 서대문구청에서 하차하니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다정히 걷는 연인들과 마냥 신나 뛰어다니는 아이들 그리고 어르신을 모시고 온 가족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봄을 만끽하기 위해 이 곳으로 왔다. 서대문구청에서부터 안산까지는 곳곳에 경로가 자세히 안내되어 있어 헤맬 필요가 없다.

안산 자락길 입구까지 오르막 도로로 이동한다. 10분이 채 되지 않아 이정표대로 안산 자락길에 도착하였다. 자락길은 안산을 한 바퀴 도는 산책로로 총 7km로 이루어졌다. 낮은 산이기에 경사가 그리 심한 곳도 없고 나무 데크로 튼튼하게 조성되어 있어 산책하기 안성맞춤이다. 정상까지 등산해 서울을 한 눈에 보고 싶기도 했지만 오늘은 벚꽃 구경이 목적이기에 등산은 다음으로 미루었다.

 

가파른 도로길을 올라 안산 자락길에 도착하니 벚꽃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하얗게 만개한 벚꽃이 주위를 환히 밝히고 좋은 사진 배경이 되어주고 있었다. 벚꽃 뿐 아니라 개나리와 수많은 이름 모를 꽃들이 안산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우리에게 겨울이 가고 봄이 왔음을 이제야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저 기온이 올라 봄이 왔음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벚꽃을 보고 있자니 진짜 봄이 왔음을 느낀다. 벚꽃을 보며 사진도 찍고 유유자적 걷다 보니 안산의 벚꽃 하이라이트 장소인 연희 숲 속 쉼터에 다다랐다.

연희 숲 속 쉼터는 안산에 조성된 벚꽃 군락이다. 벚꽃이 만개해 있으며 장미와 튤립 같은 아름다운 꽃들이 많이 조성되어있다. 여기에 오니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핸드폰을 꺼내들고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어떤 사진도 지금 보는 광경을 담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안산 벚꽃 축제의 일환으로 소규모 밴드 공연도 있었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배경으로 인디밴드의 노래를 감상했다. 예상하지 못한 공연에 보너스를 받는 기분과 함께 흥겨움이 더해져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이렇게 공연도 보고 다시 슬슬 걸으며 벚꽃 감상에 빠졌다. 산이 워낙 커서 벚꽃으로 산 전체를 덮을 수는 없었지만 산책로 주변 위주로 벚꽃과 꽃들이 잘 조성되어 있어 봄을 만끽하기는 그 자체로도 충분했다.

 

이렇게 사진도 찍고 노래도 감상하는 벚꽃 구경을 마치고 하산하기 시작했다. 완만한 길을 따라 주위에 꽃을 보며 내려가다 보니 금세 내려와 버렸다. 벚꽃 구경이 끝인가 생각하였지만 더 큰 볼거리가 반겨주었다. 바로 홍제천 폭포이다. 시원하게 내리는 폭포 물줄기를 보고 있으니 이제 봄이 온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여름이 성큼 올 것만 같았다. 비록 인공폭포이긴 하지만 서울 한 복판에 폭포가 있다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꼭 여름휴가를 온 기분이랄까 도심에 있으면서도 잠시 벗어난 기분이 들었다.

유명한 벚꽃 명소들을 가보았지만 안산처럼 벚꽃 구경과 가벼운 등산을 즐길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또한 안산과 가까운 곳에 서대문형무소, 독립문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서울 속 좋은 관광 코스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겨우내 방에만 있어 움츠렸던 몸도 깨울 겸 이번 주말에는 가까운 안산으로 나들이 가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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