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과 경영
정책과 경영
  • 김창섭
  • 승인 2018.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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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섭
가천대 교수·전기저널 편수위원장

2018년은 3차 에너지기본계획, 2030 기후로드맵 등 주요 정부계획들이 결정되는 한 해이다. 국가적인 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한편, 드디어 에너지업계의 수장들이 임명되어 조만간 간부진들을 포함한 새로운 리더들이 진용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시장에서의 경영적 불확실성도 역시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과 경영이 모두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 정책과 경영간의 조화가 잘 이루어질 것인지가 향후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상황을 보면 정책이 경영을 유난히 완전하게 압도하고 있다. 에너지업계에 참여하는 각 기업들의 매출과 수익은 경영적 요소보다는 정책적 요소에 의하여 결정되고 있다. 시장규칙, 경영평가, REC, 조정계수 등이 그것이다. 모두 경영적인 요소가 아니라 정책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경영노력이 인센티브와 직접 연동되지 않게 되면 그 조직의 혁신노력이나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훼손된다. 이는 최종적으로 에너지 비용증대와 대정전의 우려를 야기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민간사업자마 저도 공기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런데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정책이 주도함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안정성은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는 것이다. 보이는 손이 상황을 더 안 보이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에너지생태계가 경험하게 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수요의 포화, 공급의 과잉 그리고 망 인프라의 포화이다. 게다가 현 정부의 정책 핵심은 전기요금인하 억제이므로 에너지업계의 조건은 더욱 심각하다. 에너지생태계는 지난 수십 년 간 본인들의 노력과 무관하게 수요가 꾸준히 예측가능하게 성장하여 온 분야이다. 고도성장의 시대에 적합하게 생태계 역할분담과 계획기능들이 진화되고 정책에 순치되어 온 것이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상황이 도래했다. 자동으로 발생했던 먹거리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생태계의 질서는 이러한 여건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너무 오랫동안 편안하게 살아온 것이고 주체적인 경영적 판단경험도 일천하다. 누가 배가 고픈가? 누구도 관심이 없다. 높은 사람들일 수록 둔감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한계상황에 봉착할 경우 정책을 탓하기 보다는 스스로 사업다각화와 기술혁신을 통해 극복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정책과 경영간의 극단적인 격차는 이러한 변화를 허용하지 않는다. 경영 자율성이 주어져도 잘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도 하다.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것이다. 지난 고도성장시대의 인식에 몸이 익숙한 것이다. 그러나 조만간 신참직원부터 배고파질 것이다. 그리고 서서히 국민경제도 괴로워 질 것이다. 어떻게 이런 고착화된 상황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인가. 포화된 내수에서 벗어날 길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경영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정책과 경영 두 가지 모두 문제가 많다. 이제 선택해야 한다면 경영을 택해야 한다. 정책의 시대가 아니라 경영의 시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에너지계의 리더십을 다시 한번 지켜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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