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호주의 대정전 발생과 에너지정책 전환
남호주의 대정전 발생과 에너지정책 전환
  • 한유리
  • 승인 2018.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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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리
한전 경제경영연구원
선임연구원

 

1) 호주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개황

호주의 2016년 발전량은 화석연료 비중이 82.7%,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17.3%를 차지하며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중에는 수력이 42.3%로 비중이 가장 크고, 풍력 30.8%, 소규모 태양광 16%를 차지한다. 2016년에는 강수량이 증가해 수력발전량이 많아지면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2015년 14.6%에서 2.7%p 늘어난 17.3%로 역사상 최고점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호주의 주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호주 남쪽의 타즈매니아 주가 93%로 가장 높으며, 남호주 주가 48%, 빅토리아 주 16%, 서호주 주는 13% 수준이다.

호주의 태양광 발전설비는 총 5.48GW(2016년 말)로 퀸즐랜드 주에 전체의 30%(1.65GW), 뉴사우스웨일즈 주에 21%(1.13GW), 빅토리아 주에 18%(1GW) 보급되었으며 풍력 설비는 총 4,327MW(2016년 말 기준)로 남호주 주가 전체의 37%(1,595MW), 빅토리아 주가 29%(1,250MW)를 차지하는 등 남부지역에 주로 집중되어 있다. 특히, 남호주 주는 경제성이 악화된 석탄화력 발전소 폐업의 영향으로 신재생발전 비중이 증가하게 되었고, 2016년에는 풍력발전이 남호주 전력 공급의 핵심 전원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2) 남호주 주(州) 대정전 발생 현황과 원인

남호주 주는 2016. 9. 28 대정전 외에도 2016~2017년까지 폭우, 폭염, 토네이도와 같은 기상 이변에 의해 수차례의 정전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전력 공급의 불안정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가. 대정전 개요(2016. 9. 28)

남호주 에들레이드 전역에 걸친 대정전 발생 당시 남호주는 전체 설비용량의 48%를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공급중이였으며, 화력이 18%, 나머지 34%는 빅토리아 주에서 구입한 전력으로 충당하고 있었다. 2016년 9월 28일 정전 한 시간 전인 15시부터 풍력발전기의 출력 변동성이 급격히 악화 되었으며 다수의 송전설비 또한 정전 발생 이전부터 소규모 정전과 복구를 반복 중이였다.
두 지역에서 동시에 발생한 토네이도로 170km 거리에 이르는 275kV 송전선로에 다수의 고장 발생, 저전압 상태 지속으로 풍력발전기의 출력이 급감하였으며, 송전탑 총 22개(275kV 2회선 송전철탑 5개, 275kV 1회선 16개, 132kV 1회선 1개 등) 손실, 주택, 사업장, 통신, 수도공급, 공항, 도로 신호등, 병원, 쇼핑센터 등 남호주 에들레이드 전역에 걸쳐 정전 피해 고객이 850,000호에 이르렀다. 정전 당일(9. 28) 저녁 7시부터 전기 공급이 재개되어 8시 30분에 약40%가 복구 완료 되었으며, 정전 하루 뒤(29일 오전)까지 주택용 전기 공급은 90% 이상 회복되었으나 복구가 완료된것은 10월 11일로 정전 발생 후 12일 소요되었다. 호주 연방정부는 남호주 대정전의 직접 원인은 악천후 때문이지만 정전 복구속도가 느린 것은 남호주 주정부의 지나친 풍력 발전설비 보급에 따른 비상상황 대응 능력 상실이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으며, 실제 남호주 주정부는 202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확산 계획에 따라 총 에너지 공급의 13%를 차지하던 석탄화력을 전면 폐쇄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53%까지 확대 추진 중에 있다.

 

나. 대정전 개요(2017. 2. 8)

AEMO는 한낮 최고 기온이 42℃까지 치솟은 후 18시 이후 약화될 것으로 예측하였으나 저녁 시간이 지나도 기온은 낮아지지 않고 오히려 한낮보다 높아지는 이상 폭염 현상이 발생했다. 저녁 시간에 기온이 더 높아지면서 전력수요는 예측했던 피크수요(2,600MW)를 크게 상회해 실제 피크수요는 3,100MW(오후 6시 기준)까지 치솟았으나 저녁이 되며 바람이 잦아들어 전력 소비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풍력발전량이 급감하여 공급 차질이 발생하게 된다.

오후 4시부터 실제 풍력발전량과 발전량 예측치 간의 차이가 발생하기 시작하였으며 2017년 2월 8일 오후 2시에 예상한 18시 30분 풍력발전 예측치는 약 175MW, 동 시간에 대한 오후 4시 예측치는 약 200MW 수준이었으나 실제 발전은 100MW 미만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풍력발전량이 급감한 시점에 통신망 전산장애로 화력발전소 약 153MW도 시장 참여가 불가한 상황이었다.
2017년 2월 8일 오후 6시경 수요가 공급가능 용량을 넘어 정전이 발생했으며, 정전 이후 최초 전력 공급까지 27분 동안 정전 상태가 지속되었다. 정전 당일 남호주 주 전력시장 Spot price는 최대 13,440 AUD/MWh(낙찰가 기준)까지 급등했다.

남호주는 대규모 풍력단지와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급격히 늘어난 상태에서 이상 기온, 천재지변으로 인한 발전량 급감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해 정전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였고, 국가차원에서 안정적인 전력공급 확보 방안을 검토하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3)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한 에너지정책 전환 주요내용 및 향후 계획

호주 연방정부는 2017년 10월 기존의 신재생 강화 정책인 ‘RET(Renewable Energy Target)’를 안정적인 전력보장을 강조한 ‘국가에너지보장(NEG, National Energy Guarantee)’정책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하고 2018년 4월까지 NEG 정책의 상세조항을 마련하여 연내 구체적 정책 추진내용을 완성, 2019년 말까지 조정기간을 거쳐 2020~2030년에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가에너지보장정책(NEG)은 확실한 전력공급, 탄소 배출량 감소, 합리적 가격을 3대 목표로 설정하고 신재생 발전량 확대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RET 정책을 대체할 계획이다. 정부는 국가에너지보장정책을 통해 신재생 확대 등으로 높아진 전기 요금을 낮추고 가정 및 산업에 안정적인 전기 공급과 탄소배출량 저감을 동시에 추진한다.

 

대표적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인 RET는 인센티브 기반의 정책인 반면 국가에너지보장정책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보조금 혜택을 전면 폐지하고 유틸리티등 공급자와 대용량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저탄소 이행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도록 유도한다. 유틸리티와 전력 소비량이 많은 대기업 등은 정부의 새로운 정책 기준 충족을 위해 석탄, 가스, 풍력, 태양광, ESS 등과 같은 다양한 에너지원에 대한 투자가 증대될 전망이며, 전력 판매회사의 경우 공급전력 확보와 탄소배출량 기준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최적 조합으로 다양한 발전소 및 공급원과 자유로운 계약 체결 가능해 진다.

국가에너지보장정책(NEG)에 대해 주정부, 산업체, 환경단체, 소비자 단체 등이 다양한 견해를 제출하고 의견 수렴 중에 있으며 각자의 위치에서 찬성과 반대의 입장이 분분하다.

 

호주 연방 정부는 국가에너지보장정책으로 전환과 동시에 기상 조건에 큰 영향을 받는 태양광, 풍력발전의 공급안정성 강화를 위해 양수 및 ESS를 활용하여 상시 사용이 가능한 전력 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다. 2017년 3월 호주 정부는 ‘Snowy Mountains Schema 2.0ʼ 계획을 발표를 통해 호주에서 가장 일반적이며 매우 성숙한 단계에 이른 에너지 저장 방식인 양수발전 프로젝트를 다수 추진 중이다.

또한, 호주 정부는 미래 에너지산업을 책임질 핵심 기술 솔루션으로 ESS를 주목하고 2억 2,200만AUD 이상을 ESS 산업에 투자하는 등 ESS 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중이다. 2016년에만 6,750개(52MW)의 주택용 태양광에너지 저장용 ESS가 설치되었으며(2015년 대비 13배 증가), 2017년 설치용량은 2016년 대비 약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잠정 추산된다. 호주의 ESS 시장은 약 20여개의 제조사가 90여개의 배터리 제품으로 경쟁 중이며 Tesla(미국), LG Chem(한국), Sonnen(독일), RedFlow(호주) 등이 대표적 기업으로 손꼽힌다. ESS 전문가들은 2년 내에 배터리 가격이 현재(현재 설치비 평균 : 8,000~12,000AUD/가구) 대비 약 30%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남호주 주정부는 48%에 달하는 신재생 비중으로 인한 전력공급 불안정성 문제 해결을 위해 연방정부의 계획과 별도로 1.5억 AUD 규모의 차세대 신재생기술 펀드 조성 및 대규모 ESS 프로젝트 등에 자금을 지원할 전망이다. 차세대 신재생기술 펀드는 혁신기술 개발을 추진 중인 민간 기업의 적격 프로젝트에 대해 보조금(7,500만 AUD) 및 대출(7,500만 AUD) 지원을 위해 쓰일 계획이며 대표적으로 남호주 주 혼스데일 풍력발전단지와 연결된 Tesla의 100MW(129MWh) 규모의 ESS 설비 공급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여 세계 최대 규모의 ESS 설비를 확보한 바 있다. 이 외에도 4개의 신규 에너지저장 프로젝트에 신재생 기술 펀드를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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