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틸리티 비즈니스의 5가지 변화
유틸리티 비즈니스의 5가지 변화
  • 이한상
  • 승인 2018.07.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한상
한전 경제경영연구원
선임연구원

 

1) 유틸리티의 비즈니스 변화 배경

가. 유틸리티의 전통적 사업방식

유틸리티의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유틸리티가 소유한 설비로 구축된 중앙집중형 전력공급 시스템을 통해 전력이라는 상품을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 한다”

이러한 방식은 1882년 에디슨이 뉴욕주 맨하탄에 ‘Pearl Street Station’이라는 발전소를 건설하고 24km 길이의 송전망을 이용해 전력을 판매한 것이 시초라고 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전후 피해 복구와 경제성장에 필요한 전력생산 시설을 빠르게 확충하기 위해 설비를 보다 대형화하고 중앙에서 집중하여 관리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프랑스는 1946년에 이탈리아는 1962년에 전국적으로 단일 유틸리티를 설립하기로 결정하였고, 이를 통해 글로벌 유틸리티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EDF와 Enel 등이 등장하게 되었다. 1990년대에 선진국에서 전력산업에 대한 규제완화를 추진하면서 발전과 판매사업 부문이 경쟁시장으로 전환되었지만 대규모 발전 및 송배전 설비에 기반한 중앙집중형 전력공급 방식이라는 전력회사 비즈니스의 본질은 변화하지 않았다.

나. 전통적 사업방식의 변화 원인

하지만 최근 유틸리티의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데 그 기저에는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깔려 있다.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지속가능성장을 위협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전력산업 정책은 ‘탄소감축’을 가장 큰 목표의 하나로 설정하고 있다.

전력산업의 탄소감축 수단 가운데 신재생 발전과 에너지효율 향상이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데 IEA의 분석에 따르면 신재생 확대와 전력사용 절감의 잠재적 효과가 감축목표의 65%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력산업 저탄소화 정책에 따라 신재생발전과 에너지효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전력산업에 진출하는 비유틸리티 기업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비 유틸리티 기업의 전력산업 비즈니스는 전력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기존 유틸리티의 사업 한계점인 ‘계량기(meter)’를 벗어난 영역에서 Behind the Meter라는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유틸리티가 기존의 전력산업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장과 경쟁 환경에 직면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한편, 유틸리티 고객도 과거에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하기를 희망하는 단순한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 등 전기소비의 외부효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저탄소 전원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분산형 발전이나 BTM 시장을 활용해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틸리티도 과거의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켜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2) 유틸리티 비즈니스의 5가지 변화

가. From Facility to Data

과거에 유틸리티는 지속적인 수요 증가에 맞춰 발전 및 송배전설비를 확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들의 전력수요는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정체 또는 감소세로 전환되고 있어 전통적인 사업을 통해 수익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에 따라 유틸리티들은 전력의 생산 및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이용하여 수익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사업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컨설팅 기관들은 데이터를 이용한 디지털 변환(Digital Transformation)은 유틸리티의 수익향상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McKinsey는 유틸리티가 디지털화를 통해 EBIT을 약 23.3%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고, 세계경제포럼에서는 2020년까지 전력산업의 디지털화를 통한 수익이 전력산업 수익의 45% 수준인 1.3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였다.

실제로 Enel은 자산, 고객, 직원 등 밸류체인 전반의 디지털화를 달성하기 위해 전담조직(Global ICT DBE)과 글로벌 사업조직(E-Solutions)를 설립하였고, 2017~2019년간 47억 유로를 투자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같은 기간 동안 약 16억 유로의 EBITDA 증대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장기수익 전망은 발표된 자료가 없어 전체적인 디지털화의 수익성을 판단하기는 곤란하다.

 

나. From Sales to Save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사용 절감에 대하여 국가 정책과 소비자의 니즈가 일치하고 있다. 국가적으로는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려고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에한 EPPI2)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전 세계의 에너지효율 정책의 범위와 강도는 에너지소비량을 약 6.3% 줄일 수 있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2000~2010년에 비해 2011년 이후의 EPPI가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 에너지효율 정책이 점점 더 강하게 추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에너지효율화를 통해 요금을 절약하고자 하는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SRBI에서 주택용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기요금과 관련된 항목의 만족도가 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요금 수준 뿐만 아니라 스스로 전기요금을 조절할 수 있는 선택권이 부족하다는 점 또한 만족도 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

유틸리티의 입장에서도 전력수요 증가에 대응하거나 노후설비를 대체하기 위한 방안으로 신규 발전설비를 건설하는 것보다 에너지효율을 향상시키는 것이 더 경제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2015년 기준으로 에너지효율 향상이 다른 어떠한 에너지원에 비해 LCOE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Variant Market Research3)에서는 에너지효율 시장이 연간 17.9%씩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에너지효율 비즈니스의 장래가 유망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효율향상을 통해 전력판매를 줄이는 것이 유틸리티의 성장 방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

EDF는 2015년에 ‘CAP 2030’이라는 장기전략을 수립하고 소비자 친화, 신재생 증대, 해외사업 확대라는 3대 목표를 설정하였다. 그리고 이 가운데 소비자 친화의 핵심을 ‘더 나은 에너지 사용을 위한 에너지효율화 사업 확대’라고 밝히고 있다. 소비자 친화형 에너지효율 사업의 일환으로 주택용 고객의 디지털 솔루션인 ‘e.quilibre’를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는데 이것은 과거와 현재의 전력사용량 및 요금의 비교, 가전제품별 전력사용량 비교 등을 통해 소비자가 스스로 전기사용량과 요금을 절감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사업 초기에 2만 가구를 대상으로 성과를 분석한 결과 가구당 5%의 요금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효율화 사업의 확대가 유틸리티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순수익을 창출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DTE는 ‘EO(Energy Optimizztion)’라는 명칭의 에너지효율화 사업을 추진 중이며, 약 20여 가지의 세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16년 DTE의 EO사업너지효율 향상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IEA가 산출성과보고서4)에 따르면 프로그램의 운영비용에 비해 가입자로부터 징수한 수입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여 적용할 경우 유틸리티에게 재무적으로 도움이 되는 에너지효율화 사업도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다. From Centralized to Distributed

탄소배출 감축을 추진하면서 배전망에 신재생, ESS(에너지저장장치), DR(수요관리) 등 소규모 발전 및 수요자원인 DER(Distributed Energy Resources; 분산형 에너지자원)의 접속이 증가하고 있다. 유틸리티는 DER 시장의 빠른 성장가능성과 DER의 확대에 따른 고객만족도나 에너지효율 향상 등의 긍정적인 효과에 기대를 품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전력공급자의 다변화에 따른 전력시장과 전력망의 복잡도 증가와 이에 따른 사업리스크의 증가 등은 도전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유틸리티는 DER의 확산에 따른 기회를 활용하면서 동시에 리스크를 축소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미국 유틸리티인 SCE(Southern California Edison)은 DER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2014년부터 PRP(Preferred Resource Pilot)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렌지카운티의 약 25만 가구를 대상으로 진행 중이며, 2013년 전 피크수요 대비 2022년까지의 전력수요 증가(약 300MW)를 100% DER로 충당하고, DER의 확대에 따른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이 시범사업이 성공한다면 분산형 전력시스템의 확산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유틸리티인 Duke Energy는 DER 확산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전력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운영시스템의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중앙형 운영시스템으로는 다종・다수의 DER을 통합운영하기에 부적합하다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 분석과 운영시스템・설비 간 상호 운영성(Interoperationability)을 향상하기 위한 새로운 분산형 프레임워크인 ‘Open FMB(Field Message Bus)’를 개발하고 있다. Open FMB의 개발에는 Duke Energy 외에 Siemens, Verizon, Cisco 등 다양한 분야의 25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향후 전력산업의 표준 운영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라. From Own to Operate

DER의 확산에 따라 발전 부문에서 유틸리티의 비중은 점차 감소되는 추세이다. 소규모 태양광 설치가 활발한 상업 및 주거부문에서 DER의 발전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유틸리티는 저탄소・탈원전 기조로 인해 대용량 발전설비의 건설・소유・운영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유틸리티는 DER을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타인이 개발 또는 소유한 신재생 발전설비에 대해 O&M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유틸리티가 DER 소유자보다 신재생 발전설비의 운영경험이 풍부한 점을 활용한 것이며, DER 소유자에게 운영최적화・수익확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것이 기본적인 사업 방식이다.

EDF는 미국에 EDF RS(Renewable Service)를 설립하고 북미지역의 신재생 설비에 대해 O&M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DF가 북미지역에 소유하고 있는 신재생 발전설비는 4.5GW인 반면, EDF RS가 운영 중인 설비는 약 10GW에 이르고 있는데 O&M 대상에는 개인이나 소규모 신재생사업자 뿐만 아니라 다른 유틸리티의 설비도 포함하고 있다. O&M 대상 중 약 8GW는 북미지역에 설립된 OCC(Operations Control Center)를 통해 통합 관리하고 있으며, EDF에서 자체 개발한 운영 솔루션인 ‘TRUalystics 2.0’을 활용하여 신재생 운영정보를 분석하고 서비스 가입자에게 O&M 관련 리포트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의 E.ON은 다수의 DER을 하나의 발전기처럼 운영하는 VPP(Vitrual Power Plant)를 통해 수익창출과 계통안정화를 추진하고 있다. DER 소유자는 개별적으로는 참여가 곤란했던 예비력 시장에서 VPP를 통해 추가수익을 확보할 수 있고, 계통운영자는 VPP를 새로운 예비력으로 활용하여 안정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ON은 유럽 각지에서 약 3,800MW 규모의 VPP를 운영중이며, VPP 서비스에 가입한 DER은 연평균 30~40£/MWh의 추가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 From Commodity to Service

DER의 확산과 BTM의 등장으로 소비자와 유틸리티의 관계 및 소비자의 유틸리티에 대한 기대도 변화하고 있다. 다양한 기업이 소비자의 비용절감과 소비자의 편의향상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되고 있고, 다른 기업의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은 유틸리티에게도 유사한 수준의 서비스를 기대하게 되었다. 또한, 전력산업에서 유틸리티의 위상도 과거에 비해 약화되고 있다.

유틸리티는 경영전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고객을 지목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최근 나타나고 있는 고객과의 관계 변화를 위기로 인식하는 유틸리티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유틸리티는 고객 니즈를 적기에 파악하고 솔루션을 제시하기 위해 전력소비자의 데이터 분석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소비자 데이터 분석에 전문화된 기업을 M&A하거나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고객 서비스 수준의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서비스 사업의 추진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담조직을 출범시키는 사례도 있다. 미국의 SCE의 모회사인 Edison International은 2000년대 후반부터 스타트업을 M&A하는 등 에너지서비스 사업을 확대하여 왔는데 에너지서비스 사업의 중요도가 증가하면서 해당 부문을 전력판매 사업과는 독립적인 비즈니스 운영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를 위해 2018년 1월에 Edison Energy Group이라는 지주회사를 설립하여 에너지서비스 비즈니스를 총괄하고, 상업 및 산업(C&I) 고객의 탄소배출 감축,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에너지비용 절감 등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토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이탈리아의 Enel은 신기술과 신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고객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Open Power’경영전략을 수립하고, 글로벌 e솔루션 전문기업이 ‘Enle X’를 출범시켰다. 기업의 명칭에서 ‘X’는 현재 대비 수배의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의미의 곱셈 기호와 EnelX의 4가지 주력사업 분야를 의미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