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안 한가득, ‘수제버거’의 매력 속으로
입 안 한가득, ‘수제버거’의 매력 속으로
  • 진혜수 기자
  • 승인 2018.0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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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opia기자단 진혜수 기자

어릴 적 생일파티의 장소는 대부분 햄버거 가게였다. 항상 먹던 집 밥과는 다르게 적당히 짭조름한 패티와 아삭하게 씹히는 양상추나 채소가 한입 가득 들어올 때면 행복한 느 낌을 받곤 했다. 어릴 때는 없어서 못 먹는 음식 중 하나였는데 일명 ‘햄버거 병’이라 불리는 용혈성 요독성 증후군의 여파로 최근 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 이유 때문인지 입맛이 바뀐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더 이상 햄버거를 찾지 않게 되었다. 햄버거에 대한 흥미가 있던 적이 있었나 싶을 때쯤 친구의 추천으로 이태원 수제버거 집에 가게 되었다. 금요일 저녁, 저마다 평일의 일과를 마친 사람들이 녹사평 역으로 몰려들었다. 나도 그 무리 중 하나가 되어 자연스레 해방촌으로 향했다. 이태원과 해방촌에는 여러 맛 집들이 많다. 피자, 삼겹살, 쌀국수 등 원하는 종류는 모두 있다. 그 중에서도 한 때 ‘내장파괴버거’로 유명세를 날렸던 곳이 오늘 소개할 맛 집이다. 상호명은 ‘자코비스 버거(Jacoby’s burger)’로 좋은 고기로 만든 패티, 신선한 채소, 갓 구운 빵을 주문 즉시 조리하는 것이 특징 중 하나였다.

 

매장의 규모는 생각보다 작았다. 그래서일까? 도착했을 때 이미 좌석은 만석이었고, 30여분을 기다려 드디어 자리에 착석할 수 있었다. 가장 유명한 ‘내장파괴버거’를 시킬까 했 지만 친구와 다 먹을 자신이 없어 과감히 다음 기회로 넘기 기로 했다. 이후 부랴부랴 버섯과 패티가 2장 들어간 햄버 거와 감자튀김을 주문했다. 주문 후 조리를 하는 방식이어서 그런지 20여분을 더 기다리고서야 햄버거를 먹을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기다려서 먹을 만한 음식인가?’ 스스로 자문하면서 한껏 날선 마음으로 한 조각을 먹었다. 그러나 먹기 전 단호했던 생각은 패티를 씹을 때 나오는 육즙과 버섯의 향이 퍼지는 순간에 사라져버렸다. 줄서서 기다리며 먹는 맛 집을 제일 싫어하는 나인데 기다리며 먹는 사람들 모두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맥주, 그리고 수제버거를 먹는 그 시간들 속에서 요즘 유행하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중에서도 나처럼 일반 프랜차이즈의 햄버거가 지겨워졌거나 햄버거는 항상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든다거나 또는 맛 집은 왜 기다려서 먹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과감히 이 집을 추천하고 싶다. 매장은 작지만 흐르는 음악과 음식 그리고 당신의 지인들이 삼박자 를 갖춰 잊지 못할 기억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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