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와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발전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다”
“에너지와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발전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다”
  • 원혜림 기자
  • 승인 2018.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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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발전소 ‘서울복합화력발전소’를 가다

최근 폐공장이나 창고를 활용한 카페, 음식점, 문화공간 등이 뜨고 있다. 버려진 건물이 새로운 보물로 급부상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가동을 멈춘 발전소가 새로운 문화·예술 복합공간으로 재탄생 될 예정이어서 전력관계자는 물론 일반시민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내년 8월 ‘세계 최초 도심 지하발전소’로 변신을 앞두고 있는 한국중부발전의 서울복 합화력발전소를 다녀왔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27일 오후, 일명 ‘문화창작 발전소’로 거듭나고 있는 서울복합화력발전소에 방문하기 위해 마포구 당인동에 위치한 한국중부발전 서울건설본부 를 찾았다. 발전소라고 하믄 인적이 드문 외딴 곳에 있을 법 한데 웬걸 ‘젊음의 메카’로 뜨고 있는 상수역에서 5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발전소를 둘러보기 앞서 서울건설본부 사무실로 향했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벽면에 걸려있는 서울복합화력소 의 조감도였다. 지하에 발전소, 지상에는 공원과 복합문화 공간 그리고 앞에 흐르는 한강까지 이 조감도대로만 완공된 다면 서울의 랜드마크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혁신적인 공간임이 분명했다. 조감도로만 보면 과거가 상상이 안될 정도로 세련되기만 해 보이는 서울복합화력발전소는 역사가 꽤 깊었다. 중부발전 관계자에 따르면 1930년 11월 1만kW 규모의 당인리발전소 1호기를 준공해 이후 2호기(12㎿), 3호기(25㎿), 4호기(13.7 ㎿), 5호기(25㎿) 등 기술 수준을 높이며 용량도 확대했다. 특히 5호기 준공 시 서울 전력 수요의 75%를 담당하는 등 우리나라 전력 역사에서 큰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발전 용량이 1만~2만㎾급에 불과한 1~3호기는 일찌감치 폐기 됐으며, 4,5호기는 환경문제로 액화천연가스(LNG) 화력으로 전환됐다.

‘당인리 발전소’라는 이름이 필자에게는 생소하지만 1960년 대 가수 은방울자매의 ‘마포종점’ 노래가사에도 등장할 만큼 옛 어르신들에게 서울복합화력발전소는 여전히 당인리 발전소로 불리우고 있기도 하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이러한 역사를 대변할 만한 흑백사진 몇 장을 보여줬다. 1950년 마포나루에서 바라 본 발전소, 1953년 이승만 전 대통령 시찰 당시의 발전소, 1969년 박정희 전 대통령 5호기 준공식 참석 사진 등이다. 사진에서 발전소 변화 뿐만 아니라 서울의 변화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역사 깊은 서울복합화력발전소가 어떻게 문화가 접목된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되었을까. 중부발전은 서울 및 수도권 전력계통 및 전력수급 안정화와 노후설비 대체 건설로 에너지 이용효율을 극대화하고자 했다. 또한 발전소를 기피시설이 아닌 주민친화시설로 전환해 지역주민과 공존, 공생하는 방안을 수립하고자 했다. 이에 중부발전은 발전소를 개조하여 만든 영국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 을 벤치마킹해 지하발전소를 건설하고, 기존 서울화력 4,5 호기 발전소를 문화창작발전소로 조성해 지역주민들의 문화, 예술 및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발전소 부지 118,779㎡(3만6,000평) 중 74%인 88.350㎡가 지상 공원으로 작업 진행된다. 특히 인근 홍대 문화·예술권의 영향으 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요청에 따라 기존 4,5호기는 본래 모 습 그대로 보존하기로 하면서, 옛 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도 하나의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이로써 서울복합발전소는 지난 2013년 6월 공사에 착수, 1조181억원이 투자됐다. 시설용량 800MW 규모의 ‘세계 최초 대용량 도심 지하발전소’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중부발전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발전소 공사현장을 볼 수 있었다. 내년 8월 준공예정을 앞두고 공사가 한참 진행 중이었다. 한 켠에는 기존 4,5호기가 우뚝 솟아 있었다. 실물 로 보니 높이가 상당했다. 그저 단순 고철로만 보이는 이 곳이 그대로 보존돼 어떠한 예술적 공간으로 탄생될지 상 상이 되지 않았다. 지하발전소 구조물은 흡사 축구 경기 장과 비슷한 모양으로 깊이가 지상으로부터 30M, 지하면 적은 2만6000㎡에 달한다. 내부에는 배열회수설비, 가스 터빈, 증기터빈, 열공급설비 등이 들어서는데, 가스터빈 과 증기터빈으로 두 번에 걸쳐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이는 서울복합발전소로 불리우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지하 발전소 위로는 서울건설본부 통합 사무실이 세워진다. 언뜻봐도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지하발전소 안에 무거운 자재들은 어떻게 옮겨졌을까 의문이 들었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아무래도 지하에 발전소를 짓는터라 자재 등을 나르 는데 지상 발전소보다 2배로 힘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발전소 앞 한강을 통해 지하굴착 토사를 수상운반할 수 있 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지하발전소 옆으로 길을 내어 시설 등을 운반하고, 추후 발전소 점검시에 도 활용되게 했다”고 덧붙였다.
깊은 역사와 좋은 지리적 조건, 문화·예술 공간까지 겸비 한 서울복합화력발전소로의 재탄생에 기대감이 크지만, 무엇보다 ‘안전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때문에 서울복합화력 발전소는 계획 초기부터 안전에 관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 다. 세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지하 대용량발전소이다보니 가스 누출시 환기가 잘되지 않아 폭발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중부발전은 지하발전소 안정성 확보를 위해 기존 3단계인 화력발전소 건설 안전성 검증절차를 6단계로 강화했다. 또 준공 시까지 가스, 소방, 환기 각 분야 외부 전문기관에 안전성 검증 용역을 맡기고, 19명으로 구성된 주민협의체를 운영해 안전성 검증 내용을 공유하고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하에는 강제환기시스템이 24시간 가동되는데, 이 환기시스템은 1시간에 지하 전체공기량을 4~5회 환기시킬 수 있는 대용량으로 시공됐다. 또한 가스 및 화재감지기가 집중 배치되고 가스 누출로 인한 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 기 위해 심리스(Seamless) 배관, 용접이음, 전기방폭 설계 등이 적용됐다. 뿐만 아니라 내진설계도 강화하여 기존 원자력발전소 설계기준과 유사한 리히터규모 6.4가 적용됐다. 이는 2016년 9월 발생한 경주지진 대비 약 7.9배 이상의 진동에너지를 견딜 수 있음을 의미한다.
취재하는 내내 중부발전 서울건설본부 직원에게서 발전소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 최초’라는 측면에서 그 가치와 희소성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취재를 마치고 ‘광혜시원(光惠始原)’이라는 비석 앞에서 기념촬영을 가졌다. ‘광혜시원’은 빛의 축복이 시작된 곳이라는 뜻으로, 서울건설본부의 상징과 같은 존재다. 국내 최초 서울화력발전소에서 세계 최초 서울복합화력발전소로 새롭게 시작하는 시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빛나는 듯 했다.
 

<인터뷰> 박종정 한국중부발전 서울건설본부장


                                                                                             “친근한 이웃 같은 서울 유일의 에너지 파크 될 것”
 


 

서울복합화력 1,2호기 건설사업의 의의와 기대효과는.
현재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는 대용량의 발전소가 없습니다. 기존 서울화력 4,5호 기가 폐지되면서 신규 로 건설되는 서울복합 화력 1,2호기가 서울의 유일한 대용량 발전소가 되는 것입 니다. 이는 수도권의 안정적인 전력공급, 정부청사·국회· 청와대와 같은 국가 중요시설에 비상시 전력을 긴급히 공급 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더불어 지상은 시민들을 위한 공원으로 조성되고, 기존 서울화력 4,5호기 는 일반인과 문화예술인을 위한 문화창작발전소로 변신하여, 에너지와 문화예술이 한데 어우러진 복합공간으로 재 탄생해 발전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친환경발전소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서울복합은 발전소 건설 안전성 검증단계를 3단계에서 6단계로 확대하고,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안전성 검증협의체를 운영하여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청정연료인 천연가스를 사용하여 미세먼지 발생을 없애고, 지하에 별도의 가스저장시설 없이 일반가정과 같이 가스기 지로부터 연료를 직접공급 받게 됩니다. 지하에는 강제 환기시스템이 24시간 가동되며, 이 환기시스템은 1시간에 지하 전체공기량을 4~5회 환기시킬 수 있는 대용량으로 시공됩니다. 또한, 가스 및 화재감지기가 집중 배치되며, 가스 누출로 인한 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하여 Seamless 배관, 용접이음, 전기방폭 설계 등이 적 용됩니다. 내진설계도 강화하여 기존 원자력발전소 설계기 준과 유사한 리히터규모 6.4 가 적용되었습니다.


그동안 힘들었던 부분과, 현재 적기 준공을 위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항은 무엇인지. 가장 어렵고 힘든 점은 공사장이 도심 한복판이라 끝없이 이어지는 안전에 대한 우려와 계속되는 민원에 인내와 슬기 로 이해시키고 협력을 구하는 것입니다. 지하굴착 토사운 반을 한강 아라뱃길을 이용하여 수상으로 운반하고, 공사 소음과 비산먼지 방지설비 등을 설치하여 주민에게 환경피 해가 없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한, 좁은 부지를 이용하여 공사를 진행하다보니 자재보관 및 운반, 그 리고 여러 공정 간의 조율에도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서울건설본부 전 직원이 머리를 맞댄 덕분에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주요설비 설치가 마무리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앞으로 있을 시운전 과정이 안전하게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지리적인 특성상 지역 주민과의 공생방안.
서울복합화력은 기존의 발전소와는 매우 다릅니다. 발전소 부지 지하에 전기생산시설이 들어서고, 지상은 공원과 다 양한 문화시설이 들어서게 됩니다. 이는 혐오시설로 여겨지던 발전소가 지역주민들에게 더 친근하고 쉽게 다가가고, 지역주민들은 발전소 부지내에서 휴식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또한, 에너지복지지원과 같은 지역소외계층을 위한 사회공 헌사업, 관내 최대 장학금 전달행사 등 지역인재 육성을 위한 육영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감으로써 공공기관으로 서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입니다.


앞으로의 포부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유일한 발전소로서 지역민과 함께 하는 친근한 이웃과 같은 에너지 파크가 될 것을 약속드립니 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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