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지지를 토대로 기후비용 포함하는 가격 정상화 나서야”
“시민사회 지지를 토대로 기후비용 포함하는 가격 정상화 나서야”
  • 홍혜란
  • 승인 201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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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

최근 전기협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답변자들은 에너지공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전환의 시대를 맞아 혁신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과연 어떠한 방법으로 혁신이 이루어져야 하는지 학계, 언론계, 법조계, 민간기업, 공기업, 시민사회계 등 각계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

 

1) 들어가며

인류에 의한 기후변화와 이에 대한 대처를 둘러싼 지구촌 기후정치학은 2015년 파리회의에서 신기후체제를 생성하면서 하나의 통합 프레임을 구상했다. 국가별 탄소감축 기여(이하 INDC) 체제로 불리는 이 프레임은 그 자체로 세계적이며 국가적인 행동계획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2030년 탄소감축 목표를 배출예상치(BAU) 대비 37%로 잡았다. 5억 3600만 톤의 탄소감축을 하겠다는 목표다.

이 가운데 순수하게 국내 감축분은 25.7% 뿐이고 나머지는 해외 배출권 시장을 통해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이 국‘ 제사회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상과 실력에 비례하는 것인가?’에 대한 평가는 극적으로 갈린다.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국내 환경단체들은 ‘크게 부족하다’고 평가했고, 국내 산업계는 경제에 부담된다는 다른 이유로 ‘부적합’하다고 반발했다. 이러한 반발은 정부가 제조업 중심의 산업계의 감축률을 국가목표 수준의 3분의 1선으로 하향 조정해 준 뒤에 나온 것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정부가 산업계 감싸기 계획을 세웠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중심 수출주도 경제체제를 감안해 계획한 INDC가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이하, 2차 에기본)을 기초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차 에기본은 우리나라 탄소배출예상치를 가정하면서 그 안에 핵발전을 29% 확대한다는 계획을 반영했다는 점이다.

결국, 핵발전소 밀도 세계 1위 국가인 우리나라는 더욱 완벽하게 핵발전이 아니면 기후변화도 경제도 꾸리기 힘든 지경으로 국가에너지계획이 흘러가게 된 것이다. 반전은 촛불과 함께 시작됐다. 2016~2017 대선 전까지 불어온 시민혁명의 열기가 새로운 에너지 비전을 가진 정부의 형성을 이끌었다. 문재인 정부는 에너지전환의 큰 그림을 그려갈 국가 기획으로 크게 보아 2가지 중점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장기 탈핵으로 이어지는 ‘핵발전 의존정책의 탈피’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3020 신재생에너지 이행계획’이다.

2) 에너지 공기업의 핵심 역할

이상의 국내외적 조건 속에서 한국가스공사와 계열그룹, 한전과 계열그룹으로 이루어진 에너지공기업들은 에너지전환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공기업의 기업활동은 국가에너지계획과 분리할 수 없고 공기업의 경쟁력 또한 그러하다. 그것은 한계가 아니라 존속의 이유이자 활동의 근거이다. 공기업도 경영평가를 받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해야 하지만 반드시 그것이 기업의 이익이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공기업은 기업이지만 정부의 국가기획을 실현하는 기관이기도 한 까닭이다. 이 당연설을 전제하는 까닭은 에너지공기업들이 국가에너지전환을 통해 기후파탄의 미래에서 국가와 세계를 건져내는 중임을 지고 있다는 자각, 그에 따른 기업행동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2050년까지 탄소감축계획을 완수하지 못하면 1.5℃ 이내의 기후변화 통제 기획은 실패하므로 사실상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30여년에 불과하다.

이 시간 동안 에너지전환을 이룩해 국가와 세계의 탄소감축 기획을 성공시켜야 할 주요 주체인 에너지공기업들이 해야할 역할은 3가지 핵심으로 압축된다.

먼저 가격체계에서 기후비용을 비롯해 외화 되어 있는 요소를 내재화시키는 작업을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2016년 말 누진제 개편 당시 에너지시민단체들은 누진제의 부문별 가격차별을 폐지하는 것 이상으로 전력가격 자체에 기후비용을 비롯한 에너지전환비용을 포함시킬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현실은 전력가격 할인이라는 작은 변화로만 수렴되었다. 물론, 공기업이 전력을 포함한 에너지가격 정상화 주장을 펴기에는 승‘ 이 제 머리를 깎는 어려움’이 있다. ‘땅 짚고 헤엄치려는 의도’냐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에너지공기업들은 먼저 경영 효율화를 통해 정상화된 에너지가격이 이윤확대가 아니라 에너지전환비용으로 쓰일 수 있다는 신뢰를 사회적으로 확립해야 한다. 비용 없는 계획은 실천되지 않는다. 에너지공기업들은 시민사회의 지지를 토대로 기후비용을 포함하는 에너지가격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둘째, 남북평화체제 이행을 뒷받침하는 에너지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한반도의 야경을 담은 한 장의 위성사진은 북한의 에너지 상황을 웅변적으로 입증한다. 남북 공동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남은 먼저 북의 에너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에너지 설비개선에 협력해야 한다. 특히 남이 겪고 이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된 핵발전 중심의 장거리 대용량 송전체계 대신 북이 본격적인 전력개발사업 초기부터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의 분산형 전원체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설계 단계에서부터 역할을 해야 한다. 에너지공기업들이 북한 에너지 지원 협력사업을 하자면 그럴 만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

셋째, 에너지전환은 에너지수요조절의 기반 위에서만 가능하다.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의 특색은 같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소속 국가들의 에너지 소비 대비 가치 생산성이 낮다는 것이다.
OECD 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와 인구와 경제구조를 비교할 만한 나라들 가운데 우리만큼 폭발적인 전력소비율을 보인 곳도 없었고 1인당 전력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나라도 없다. 에너지공기업 특히 한전 그룹은 전력 생산에서 소비자들에게 전력을 판매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전국적인 수요관리정책을 짤 수 있다. 특히, ‘3020 재생에너지 이행계획’으로 핵발전량이 주는 몫을 감당하려면 재생에너지 특유의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해 저장기술과 설비증대 외에 증가 일변도의 수요를 조절하지 않을 수 없다. 피크 시기에 가스복합발전을 비롯해 재생가능에너지전력 공급을 늘린다고 해도 수요가 조절되지 않으면 전력수급의 파국이 올 수 있다. 우리나라가 공급 위주 에너지 정책에 몰두해 온 것은 경제개발기 이래 오늘날까지이다. 우리로서는 전인미답의 길이 에너지전환의 길이다. 에너지공기업은 이 길에서 공급에서 수요조절의 현장 기관으로서 기업이기 이전에 에너지정책의 실행 기관으로 자기 혁신에 나서야 한다.

3)마무리하며

‘오지 않을 것 같던 시간’이 왔다. 남북극 빙하의 해빙이 매년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한 세대 전 동해의 주 어종들이 북상하고 남방식물의 수목한계선 또한 그러하다. 기후변화는 현실이 되었고 이 현실을 부른 화석에너지 남용은 여전히 교정되지 않은 상황이며 결정적 기후파국을 부르는 탄소배출 증가를 지구적 차원에서 감소로 반전시킬 전환시점은 단지 30여년, 2050년으로 정해졌다. 에너지공기업들이 기업으로서의 생존, 생존을 결정짓는 기업 경쟁력을 가지려면 연간 경영평가에 매몰될 일이 아니다. 2050을 넘어 금세기 전반의 에너지 흐름을 설계하는 장기적 변화를 준비하고 실천해야 한다. 에너지전환의 길에 집중하라. 생산 안정성이 제일 목표가 아니다. 에너지 전환이다. 사명이 바뀌어야 혁신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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