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발전 확대를 위한 새로운 송전 전압 도입
신재생발전 확대를 위한 새로운 송전 전압 도입
  • 유희덕
  • 승인 2018.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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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희 덕
전기신문 편집부국장

 

한전이 중·소규모 신재생 발전 접속을 원활히 하기 위해 70kV급 송전 전압을 도입한다.

70kV급 송전전압 도입에 맞춰 기존 154kV 변전소를 다운 사이징한 70kV급 스마트 디지털 변전소가 같이 개발되는 만큼, 70kV급에 맞는 변압기, 개폐기 등 관련기기 개발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력공급 체계는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765kV 또는 345kV로 공급하고 있으며, 수용가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154kV로 전압을 낮춘다. 특히 소형 수용가의 경우 154kV에서 22.9kV로 전압을 낮추는 데 전압을 낮춰 전력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전력손실은 불가피하다.

또 22.9kV로 급격히 전압이 낮아지다 보니 수용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회선을 먼 거리까지 연결해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154kV와 22.9kV 사이에 중간전압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으며, 주요 전력 선진국도 66kV/69kV 등 중간전압을 사용하고 있다.

일본 동경전력의 경우 66kV 변전소를 1281개, 관서전력은 77kV 변전소를 783개 운영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소규모 변전소가 부하 집중지역 가까이에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70kV급 중간전압이 들어오면 수용가에 보다 가까이 소형변전소가 들어설 수 있기 때문에 전기 공급을 위한 회선 경과지가 줄어들고 설비구성을 단순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아파트 전기실 규모의 변전소를 건설하는 만큼 대형 변전소 건설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 등 외부 환경요인에 대한 대처도 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소규모 부하를 책임지는 70kV급 변전소는 광역정전에 대한 우려도 일정부분 해소할 수 있다. 154kV급 변전소에서 정전이 발생할 경우 광역정전으로 번지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지난 2006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대용량 변전소 고장에 따른 정전 현황을 보면 정전시간은 32분에서 180분까지 다양했으며 정전 호수도 4만호까지 광범위했다. 중앙 집중식 전력공급 시스템에 의한 광역정전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 대목이다.

또 소규모 변전소가 필요한 것은 신재생에너지의 확산과도 무관치 않다.

지난 2016년 7월 정부는 1MW 이하 신재생발전설비에 대해 무제한 접속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가 때에너지정책’에 따라 신재생발전량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전국적으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설비의 증설이 봇물을 이루는 상황이다. 정부의 목표량을 계통에 연결하기 위해선 기존의 전력 설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만큼, 변전소 건설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 관계자는 “송전전압을 줄여 소규모 수용가의 접속을 쉽게 하는 것은 물론 40~100MW 규모의 중간부하 고객은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어 전력을 공급하는 한전은 물론 수용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일본 등 많은 주요 국가도 63∼90kV급 송전전압을 운영 중에 있으며, 부하가 복잡하고 다양해질수록 수용가의 선택권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70kV급 새로운 전압의 등장으로 관련 산업 활성화도 기대된다. 전력계통 보강이 마무리되면서 송변전설비 건설은 이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관련 산업도 도미노처럼 후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전압을 책임질 변전소의 등장은 개폐기, 변압기 등 전력계통 설비 분야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

한전도 70kV 신전압변전소에 필요한 변압기, 개폐장치, 선로보호반 등 총 8종의 신기술자재구매규격을 제정해 2021년 10월까지 주요 자재 개발을 마칠 계획이다.

또한 70kV전압에 맞는 소용량 스마트디지털 변전소 모델 개발을 추진할 방침이다.

한전 관계자는 “70kV급 전압에 필요한 소용량 스마트디지털 변전소는 아파트 수배전설비와 유사한 규모로 지중화, 소형화를 통해 전력설비가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을 탈피하고, 무정전 전력망 확보 및 단거리에 적합한 최적의 전력공급을 통해 신뢰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한전이 70kV전압을 도입하면서 관련 기기개발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기기개발는 154/70kV, 70/23kV 변압기, 70kV 친환경개폐장치 변압기는 2019년 2월 154/70kV 2019년 12월까지 70/23kV, 2020년 10월까지 70kV 개폐장치를 개발할 계획이다. 154/70kV 대용량, 70/23kV 소용량, 154/23kV 소규모 등으로 개발된다. 운남에너지센터와 2022년 10월 건설 예정인 신안에너지센터에서 시범 적용한다.

 

기업들 새로운 전압에서 활로 찾기 위해 준비도 빨라져

한전이 중·소규모 신재생 발전 접속을 위한 70kV급 송전전압 도입을 본격화한 가운데 다수 개폐기업체가 관련 제품 개발을 준비 중이다. 국내 전력기기 시장이 포화상태로 접어든 상황에서 신시장 개척을 통해 활로를 찾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이 지난해 말부터 추진 중인 ‘소용량 디지털변전소 설계용역 및 모델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전력기기 대기업 4사 외에도 5개 제조업체가 69kV용 전력기기 개발을 준비 중이다. 올해 말 최종 규격이 나올 예정이지만, 이미 지난 4월 공개된 초안 규격을 바탕으로 실제 개발에 착수한 업체들도 여럿이다.

개폐기업계의 적극적인 대응에는 신시장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폐기업계는 한전 물량 감소, 수출 하락세 등 대내외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생할 수 있는 돌파구로 69kV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70kV 신계통전압 신설에 따라 형성될 시장 규모 또한 작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력산업계이 말을 종합해 보면 69kV 물량은 한전 500BAY·민수 500BAY 등 총1,000BAY 수준으로, 규모는 1,000억원대에 달한다.

또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골자로 70kV 등 신계통전압 신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이 기본계획은 ‘재생에너지용 분산형 소규모 변전소 도입을 위한 새로운 전압’으로 70kV를 규정, 중·소규모 신재생 발전 접속, 저수요, 저전압지역 전력공급 등 154kV보다 70kV 송전선로 건설이 적합한 경우를 신설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아울러 69kV의 경우 제품이 소용량에 콤팩트화된다는 특성만 제외하면 기존 154kV 제품과 기술적 차이가 크지 않아 기존 업체들의 진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점도 신시장 진출을 유도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선 69kV 제품 개발 이후 계통적용 및 입지선정이 이뤄지는 2020년 9월 이후를 시장 진출 시점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시장 전망과 관련해선 다소 시각차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업체들은 신시장에 대한 큰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는 반면 시장이 창출돼도 대기업 4사가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라 후발주자들의 먹거리는 많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69kV 제품군 개발에 나서는 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개폐기 시장의 상황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며 “개발 이후에 시장이 예상만큼 활성화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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