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더 이상 혐오 시설이 아니다…마을의 보물 ‘칠보수력발전소’
발전소 더 이상 혐오 시설이 아니다…마을의 보물 ‘칠보수력발전소’
  • 배성수 기자
  • 승인 2018.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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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 있는 댐의 물 일부를 터널을 통해 낮은 곳으로 끌어들인 뒤 낙차를 통해 전기를 얻는 수력발전방식인 유역변경식발전. 남한지역 최초의 유역변경식 수력발전소는 칠보수력발전소다. 1985년 섬진강 발전소로 이름을 변경 후 약 33년 만에 지역주민들과 발전소, 지자체 등의 협력을 통해 원래 이름을 되찾았다. 최근 발전소 이름에서 지역을 제외한다던가 발전소건설을 두고 지역주민들과 갈등을 빚는 사례들이 많은 가운데 상생 협력의 모범 사례가 된 전북 정읍 칠보 수력발전소를 다녀왔다.

섬진강 유역 서쪽에 있는 동진강 유역은 대부분 광활한 평야 지대로서 하구지역에는 광대한 평야 지대가 발달해 있다. 농업개발의 적지를 형성하고 있으나 수원의 부재로 항상 심각한 가뭄이 발생했다. 당시 동진수리조합에서는 수자원이 풍부한 섬진강에 댐을 막아 유역을 변경해 그 물을 농업용수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에 착안해 운암댐 건설을 착공했다.
일제 강점기인 1928년에 준공된 운암댐은 농업용수 공급과 전력생산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다목적 댐이다. 3년 후 1931년 운암수력발전소 2기가 준공되면서 본격적으로 전력 생산을 시작했다. 이후 1945년 칠보수력발전소가 준공됐다.

1985년 54년간 전기를 생산한 운암수력발전소가 폐쇄되자 칠보발전소를 섬진강 수력발전소로 명칭을 바꿨다. 하지만 발전소의 행정구역은 전북 정읍시 칠보면으로 섬진강댐 행정구역 전북 임실군 운암면과 차이가 있었다. 이에 정읍시 칠보면 주민들이 발전소가 섬진강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발전소 명칭을 우리고장의 이름으로 바꿔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2009년 정읍시의회 김승범 의원이 시의회 차원의 명칭변경 요구(안)을 발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권순관 칠보수력발전소장(좌)과 이경연 칠보면 번영회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권순관 발전소장이 지난해 취임하면서부터다. 권 소장과 지역 주민들은 발전소 이름 변경을 위해 또 한 번 힘을 모았다. 지난해 8월 칠보면장과 번영회장 주관으로 ‘칠보발전소 명칭 되찾기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선 지역주민 2,600명(2017년 6월 기준) 중 1,100명의 서명을 받았다. 정읍시의회의에도 대정부 건의안을 채택하는 등 힘을 보탰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지난 2월까지 검토를 했으며 올해 3월 발전소 이름을 바꾸는 결실을 이뤘다.

33년 만에 제 이름을 찾은 칠보 수력발전소는 김제평야, 부안, 계화도간척지까지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서 관개기간(4월15일~9월 30일)과 비관개기관(10월 1일부터 4월 14일까지)을 정해 운전하고 있다. 과거 200여 명의 직원들이 근무했지만 발전소가 현대화 시설로 바뀌면서 현재는 25명의 직원들만이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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