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삶의 쉼표가 필요하다면? '가고시마'
지친 삶의 쉼표가 필요하다면? '가고시마'
  • 양준환 기자
  • 승인 2018.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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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조용한 곳으로 힐링여행을 다녀오고 싶었다. 항공권 검색사이트에서 가장 저렴하고 가까운 곳을 물색하던 중 일본의 가고시마라는 도시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곳이었지만 간단한 인터넷 검색 후 내가 바라던 여행지와 가장 적합한 곳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소 일정과 인원이 정해진 패키지여행보다는 내가 원하는 대로 일정을 설계할 수 있는 자유여행을 선호하고 ‘아는 만큼 보이고 즐길 수 있다’는 나만의 여행신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항공권을 발권한 순간부터 가고시마라는 도시에 대해 열심히 공부를 시작했다.
일본 규슈 지역에 포함된 가고시마는 일본 본토 내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인구  60 만의 조용하고 작은 도시이다. 도쿄, 오사카, 삿포로 등 일본 내 유명관광도시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만큼 관광객이 많이 없어 번잡하지 않은 곳이다. 또한 활화산, 온천, 흑돼지, 고구마 소주 등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취항하는 항공편이 많지 않았기때문에 항공료가 비싸고 시간편이 다양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국내 저가항공편 취항이 늘어나 교통비와 접근성이 한층 나아졌다.
인천공항에서 가고시마 공항까지는  1시간  40분정도 소요됐다. 공항에 도착한 첫 느낌은 우리나라 지방도시의 버스터미널과 같은 작고 아기자기한 곳이었다. 서둘러 입국수속을 마치고 수화물을 찾자마자 가고시마 중앙역으로 향하는 공항버스 승차장으로 이동하였는데 온천도시답게 공항 내에서도 간단히 족욕을 할 수 있는 무료 족욕장이 눈에 띄었다.

 

공항버스를 타고 가고시마에서 가장번화가라 할 수 있는 가고시마 중앙역으로 향했다. 약 40분정도 이동해 가고시마 중앙역에 도착했고 가고시마의 명물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심전차를 이용해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는 가고시마의 대표적인 관광지중 하나인 사쿠라지마 활화산이 한눈에 보이는 호텔로 잡았으며 최상층에는 투숙객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노천탕이 있었기 때문에 여행의 피곤함을 풀기에는 더할 나위 없었다.
둘째 날 아침이 밝자마자 본격적인 관광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이동한 곳은 센간엔 정원이었다. 이곳은 CNN이 선정한 일본의 가장 아름다운  31선에 꼽힌 곳으로 옛 지역 영주였던 ‘시마즈 미츠히사’라는 인물의 별장이었던 곳이다. 면적만  15,000평에 달하는 곳으로 잘 관리된 일본식 정원을 산책할 수 있으며 사쿠라지마 활화산의 전경을 가까이서 관람할 수 있는 곳이었다. 사쿠라지마는 지난  1914년에 대분화가 있은 후 아직까지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활화산으로 여행일정 내내 분화구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희뿌연 화산재가 날리는 사쿠라지마를 보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폭발을 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조금은 아찔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곳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로 가고시마의 주민들은 사쿠라지마 분화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해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대분화의 전조 증상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센간엔 정원에는 일본의 커피 매니아들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스타벅스 센간엔점이 있었다.  2017 년 옛 광산회사의 사무실을 개조해 재탄생한 이곳은 유럽풍의 독특한 인테리어로 사진을 찍지 않고 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포토스팟이다.
오전 일정을 뒤로하고 오후에는 돌핀포트라는 곳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해안가에 아케이드 상점들이 위치한 전형적인 관광객을 위한 장소였다. 돌핀포트 근처에는 규슈지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오월드 수족관이 있었으며 수족관 내에는 야외에서 돌고래 쇼를 관람할 수 있는 장소도 마련되어 있었다. 저녁에는 지역 대표 특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흑돼지 샤브샤브를 먹으러 갔다. 주안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을 검색해 방문했는데 고급스러운 일본식 고택 느낌의 외관이 인상적이었다. 일본어를 못하기 때문에 주문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찰나 종업원이 영어 메뉴를 가져다주어 큰 어려움 없이 주문을 했다. 여행일정 중 방문한 대부분의 식당에는 영어 또는 한국어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었다.

저녁식사 후에 호텔로 향하기가 아쉬워 주변을 산책하던 중 이자카야 상점들이 즐비한 곳이 눈에 띄었다. 야타이무라라는 이곳은 젊은 소상공인들이 만든 이자카야 촌으로 각 상점마다 각기 다른 대표메뉴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메뉴의양이 많지 않고 술도 한잔씩 주문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여러 상점들을 돌아가며 즐기는 재미가 있었다. 가게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카운터석 위주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자유롭게 대화하며 술친구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야타이무라 초입에는 작은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고 한국어 팸플릿도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도 각 상점의 대표메뉴 위치 등을 알기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느덧 셋째 날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가고시마현 유명 온천단지인 이부스키로 가는 날이다. 이곳은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온천과 숙박, 저녁정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고급 료칸들도 많이 위치한 곳이며 바다를 바라보며 노천온천과 흑모래 찜질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장소이다. 가고시마 시내에서 이부스키까지 기차를 타면  1시간 정도 소요되지만 나는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기 위해 렌트카를 이용했다. 렌트카는 우리나라에서 사전예약을 했기 때문에 차량픽업까지 순조로웠다. 하지만 운전석에 앉자마자 어색함과 당황스러움을 숨길수가 없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운전석 위치가 반대이기 때문이다. 사전에 인터넷으로 어느 정도 알아가기는 했지만 막상 운전대를 잡으니 경력  10년의 나름 베테랑 운전사라 자부했던 내가 다시 초보운전자로 되돌아간 느낌이었다. 일본에서 운전 시 차선이 반대이기 때문에 좌우를 바꿔 운전해야 하는 식으로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운전석이 항상 중앙선에 가깝게 위치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금세 적응 할 수 있을 것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약 한 시간 정도 운전을 하니 어느덧 이부스키 간판이 눈에 띄었다. 쵸주안이라는 이름의 이 식당은 온타마란동이라는 음식이 대표메뉴였다. 온타마란동은 이부스키 지역의 뜨거운 온천수를 이용해 반숙으로 조리한 달걀을 잘게 다진 소고기 위에 얹은 덮밥이다. 뒤늦은 점심 탓에 맛을 음미할 새도 없이 허겁지겁 온타마란동을 먹었다. 어느 정도 배를 채운 후 본격적인 온천을 위한 장소로 이동했다. 헬시랜드라는 온천장으로 이동을 했는데 흡사 우리나라의 찜질방 이름 같았다. 해안가에 위치한 이곳은 흑모래찜질과 해안 노천온천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수건을 무료로 제공하지 않으니 미리 챙겨가는 것을 추천한다. 일본식 전통의상인 유카타로 갈아입고 해변가에 준비된 모래찜질장으로 나가니 미리 준비된 모래 바닥에 눕게 하고 직원 분들께서 모래를 덮어 주었다. 지열로 달궈진 모래이기 때문에 추운 날씨에 따뜻한 이불을 덮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찜질시간은  10 ~ 20 분정도로 권장하고 있는데 너무 오래하면 저온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고 한다. 찜질을 다한 후 노천 온천장으로 이동하는 길에는 온천수를 이용한 삶은 계란과 이부스키 지역에서 만든 사이다를 판매하고 있었다.

 

노천 온천장의 정식 명칭은 타마테바코 온천이며 일본 남해 바다의 절경을 바라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남탕과 여탕이 분리되어 있으며 홀수 짝수일마다 남탕 여탕을 번갈아가며 바꾸기 때문에 각기 다른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추운 날씨에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뜨거운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얼굴에 부딪히는 찬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이 너무 좋았다. 타마테바코 온천은 여행이 끝난 후 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으로 가고시마에 온다면 꼭 들려야하는 필수 명소라고 생각한다.
요즘같이 추운 날씨를 피해 조용한 곳으로 한해를 마무리하는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가고시마 온천여행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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