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체계와 개선 방향에 대한 소고
전기요금 체계와 개선 방향에 대한 소고
  • 박광수
  • 승인 201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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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 서론

전력은 사용하기 편리하고 환경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아 가격만 높지 않다면 소비자가 선호할 수밖에 없는 에너지원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비효율적인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전력을 소비하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가 투입되기 때문이다. 2016년 전력 소비량은 42.7백만 toe이나 이러한 소비를 위해 투입된 에너지는 110.8백만 toe로 소비량의 2.6배나 되었다. 이처럼 비효율적인 에너지이지만 최종에너지원 가운데서 전력 소비가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에너지원별 소비를 보면 전력 소비가 112% 증가해 다른 에너지원(석유 26.1%, 도시가스 85.0%)보다 크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전력 소비가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한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격도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많은 연구에서 정부의 규제로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가격 상승폭이 낮아 전력화 현상이 심화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전기요금 결정방법과 현행 전기요금 체계의 특징에 대해 간단히 정리하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2. 현행 전기요금 제도

가. 전기요금 결정 및 조정 방법

현재 국내 전력시장은 크게 도매시장과 소매시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도매시장 가격은 전력공급자(발전사업자)와 전력수요자(판매사업자)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간대별로 결정된다(전기사업법 제33조제1항). 소매시장 가격(판매가격)은 한국전력공사의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에서 결정된다(산업통상자원부 고시). 여기서 총괄원가는 적정원가(연료비, 상각비, 수선비, 인건비 등의 영업비용과 적정 법인세로 구성)에 적정투자보수를 더한 개념이다. 이렇게 결정된 전기요금은 변경 요인이 발생하면 그림 1과 같은 경로를 통해 조정된다.

즉, 한국전력공사가 산업통상자원부에 전기요금 조정 신청을 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하고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인가하게 된다.

나. 전기요금 체계 특징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전기요금 체계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전기요금이 사용 용도에 따라 구분되는 용도별 요금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용도 구분은 주택용,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농사용, 가로등의 6개 용도와 심야전력으로 구분된다. 일부 용도는 전압이나 계약 전력 규모에 따라 보다 세분화된 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주택용의 경우는 저압과 고압 두 종류의 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둘째, 전기요금은 이부요금제로 구성된다. 전기공급약관 제67조를 보면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의 합으로 구성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본요금은 전력공급설비(발전소, 송배전선로)와 관련된 감가상각비, 수선유지비, 판매관리비 등의 고정비를 회수하기 위해 kW 단위로 부과한다. 기본요금은 계약전력이나 최대수요전력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주택용의 경우는 예외로 사용량에 따라 차등하여 적용하고 있다. 전력량요금은 연료비 등 사용량에 비례하여 발생하는 변동비를 회수하기 위해 부과한다.

셋째, 산업용과 일반용 등 일부 용도를 대상으로 계절별 시간대별 차등요금제가 적용되고 있다. 전력소비가 많은 계절(여름철, 겨울철)과 시간대(최대부하)에 높은 요금을 부과하고 전력소비가 적은 계절(봄, 가을)과 시간대(경부하, 중간부하)에는 낮은 요금을 적용하는 제도로 전력수요 크기에 따라 발생하는 계절별 시간대별 공급원가의 차이를 반영한다. 이러한 제도를 도입한 목적은 전기요금 가격기능에 의한 수요관리 강화로 전력수급 안정에 기여하고 수요관리를 통한 신규투자비 절감 및 자원이용의 합리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다.

 

넷째, 부하율에 따라 기본요금 및 전력량요금의 상대적 크기를 달리하는 부하율별 선택요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종류로는 선택(Ⅰ)요금, 선택(Ⅱ)요금, 선택(Ⅲ)요금의 세 가지가 있고, 기본요금의 크기는 선택(Ⅰ)요금 > 선택(Ⅱ)요금 > 선택(Ⅲ)요금 순이며 전력량요금은 선택(Ⅰ)요금이 가장 낮고 다음이 선택(Ⅱ)요금, 선택(Ⅲ)요금 순이다. 이러한 요금제를 도입한 것은 소비자 자신의 부하형태에 맞는 요금제도를 선택함으로써 요금 절감과 동시에 자발적인 피크시간대 부하관리를 유도하고 궁극적으로는 전력설비 투자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부하율이 낮은 소비자는 기본요금이 낮지만 전력량요금이 높은 요금제가 유리하고 부하율이 높은 소비자는 반대로 기본요금이 높지만 전력량요금이 낮은 요금제가 유리하다.

이 외에도 지역별로 요금에 차이가 없는 전국 단일요금제를 시행하고 있고 각종 복지할인 요금이 적용되고 있다.

3. 현행 전기요금 체계 문제점

가. 도매가격 결정 방법의 문제

현재 전력 도매시장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 거래되는 정산단가는 정산조정계수의 영향을 받아 결정된다. 정산조정계수는 한국전력공사와 발전자회사 사이의 재무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정산조정계수의 도입으로 현재 발전원별 거래단가는 다음과 같은 공식에 따라 결정된다. 정산단가 = 변동비 + (SMP – 변동비) × 정산조정계수. 정산조정계수는 연 1회 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분기별로 조정이 가능하다. 정산조정계수는 한국전력공사와 발전자회사의 미래에 대한 수지 분석 결과를 토대로 정부와 전력거래소의 중재에 따라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SMP와 변동비의 차이가 클수록 낮은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한다. 그런데 정산조정계수의 도입으로 발전연료 가격과 정산단가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고 있고 또한 발전경쟁의 의미가 퇴색되는 문제가 초래되고 있다.

판매가격이 도매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발전연료 가격 상승으로 도매시장 가격이 상승하였지만 정부가 물가안정 등의 이유로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않아 발생한 현상이다. 전기요금이 안정되어 소비자의 비용부담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긍정적 효과가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로 인해 전기요금의 가격신호 기능이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고 전력 소비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전력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낮은 요금으로 전력을 가열용으로 이용하는 경우는 석유나 가스를 직접 소비할 때에 비해 훨씬 많은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하므로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표 2는 도매시장 정산단가와 판매단가 추이를 정리한 것이다. 2012년의 경우 도매시장 정산단가는 kWh에 90.32원까지 상승했으나 판매단가는 99.10원에 그쳐 양자의 차이가 8.78원까지 축소되었고 판매단가에서 정산단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91.14%까지 상승하는 비정상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나. 원가와 괴리된 요금구조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요금구조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앞서 우리나라 전기요금 체계의 특징으로 용도별 요금체계를 언급했다. 원가보다는 사용 용도에 따라 다른 요금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동일한 지점과 시간대에 전력을 공급받는다면 공급원가가 같지만 현재의 요금체계에서는 용도에 따라 다른 요금이 적용되고 있다.

그리고 용도별 요금 수준이 정책적 목적의 영향을 받아 결정되어 요금이 원가를 크게 하회하는 용도가 있는 반면 원가를 크게 상회하는 용도의 요금도 있어 용도 간 교차보조가 이루어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주택용과 일반용 요금이 원가를 크게 상회한 반면 산업용과 농사용은 원가 이하의 요금으로 전력을 공급해 주택용과 일반용에서 산업용, 농사용 등으로 교차보조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산업용 전기요금이 지속적으로 인상됨에 따라 현재는 산업용과 일반용에서 주택용 농사용 등으로 교차보조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계통부하 및 원가구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계시별 요금구조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산업용(을)의 경부하 시간대 요금은 너무 낮은 반면 최대부하 시간대 요금은 크게 높아 이러한 요금구조로 인해 동일한 용도 내에서도 소비자간 교차보조가 이루어지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다. 요금수준의 적정성 문제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전기에는 외부비용의 반영이 미흡해 에너지원간 가격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특히 수송용 에너지에는 높은 세율이 부과되고 있는 반면 발전용 연료에 대한 세율은 낮아 외부비용의 반영이 크게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정부의 규제로 인해 연료가격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도 못해 전기요금이 장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에너지원간 상대가격 구조를 왜곡함으로써 비효율적인 에너지 소비구조를 초래하는 등의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낮은 요금으로 인한 전력화 현상은 에너지 수입의 증가 및 불필요한 설비투자를 초래해 국민경제에 비용 부담을 증가시킨다.

4. 개선 방향

지금까지 현행 전기요금 체계의 특징과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를 토대로 향후 전기요금 체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보기로 하자.

첫째, 향후 전기요금은 원가를 반영하는 요금체계가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사용 용도에 따라 전기요금을 달리하는 현행 용도별 요금체계를 경제적 요인을 고려하는 전압별 요금체계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일반용과 산업용 및 교육용을 통합해 전압별로 구분한 요금체계를 도입하는 것이다. 다만 현재 종별 간 발생하고 있는 전기요금과 원가회수율 격차를 단계적으로 축소한 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전압별 요금체계를 도입하는 경우에도 주택용과 농사용(갑)은 현행 요금체계를 유지한다. 계시별 요금제의 경우도 계통부하구조를 반영해 현재 원가와 괴리된 요금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산업용(을) 경부하 요금은 인상하고 최대부하 요금은 인하하는 방향의 조정도 필요하다. 용도간 교차보조도 단계적으로 축소해야 할 것이다.

둘째, 전기요금의 가격신호 기능을 제고하기 위해 연료비 연동제 또는 구입비 연동제와 같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앞서 지적했지만 현재 발전연료 가격이 상승해도 정부의 규제로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못함으로써 다른 에너지에 대한 전기의 상대가격이 낮아 전력화 현상을 초래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한국전력공사의 재무구조를 악화시켜 향후 금융비용의 증가 등 또 다른 비용을 유발할 수도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미국이나 일본 영국 등 많은 국가에서는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전기사업자의 재무위험 완화를 위해 1974년부터 실시하고 있고 일본도 가격시그널 기능을 제고하기 위해 1996년에 도입했다. 연료비 연동제 등을 도입하는 경우 현재의 정산조정계수를 이용한 정산단가 결정방법은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외부비용을 포함한 사회적 비용의 반영 문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발전연료에는 개별소비세를 비롯한 다양한 제세부담금이 부과되고 있지만 외부비용을 보다 과감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 다만 외부비용 크기에 대해서는 연구마다 차이가 크므로 이를 평가하는 기구를 통해 수준과 반영비율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오염에 따른 비용을 연료에만 부과할 경우 환경설비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으므로 실제 오염물질 배출량을 기준으로 외부비용을 부과하거나 오염물질 배출을 저감한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전기요금 규제체계도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 전기요금은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결정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런데 전기위원회가 정부의 한 조직처럼 구성되어 있어 전기요금이 수급이나 비용보다는 정부 정책의 영향을 받아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기위원회를 독립적인 규제기관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규제기관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합리적 규제 프로세스를 정립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 총괄원가를 통한 규제방법을 유인규제로 전환하여 사업자의 자율적인 경영효율화를 유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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