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길 위에서, 세 가지 다짐”
“새로운 길 위에서, 세 가지 다짐”
  • 장창익
  • 승인 2019.0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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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기전 장창익 대표이사

2019년 기해년을 맞이한 지금, 불과 며칠 전이었던 지난해를 생각하면 감회가 남다르다. 지난 1979년 12월 현 LS산전의 모태인 신영전기에 입사하여 선도전기를 거쳐 현재 우진기전에 이르기까지 40여년의 기간을 전기-전력분야에 매진한 끝에, 나는 2018년 전문경영인인 대표이사라는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평사원에서 시작한 발걸음이 대표이사라는 끝머리에 다다르기까지 숱한 소회와 감상에 젖을 여유는 없었다. 서는 곳이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진다는 말이 실감났기 때문이다. 130여명의 직원들과 그 가족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감이 어깨를 짓누르는 새로운 길 위에서 하루하루, 매시간 최선을 다하기 위해 나만의 ‘세 가지 다짐’을 되새기곤 한다. 어쩌면 나를 이 길로 이끌었을 수도 있는 작지만 큰 ‘세 가지 다짐’을 이 자리를 빌어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흐름을 읽고 변화를 추진하자는 다짐이다.

지금 우리는 말 그대로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기술의 변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도가 붙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런 각종 기술들이 융합하며 또 다른 새로운 시장들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사전에 인지하고 먼저 변화를 추진할 수 있는 힘은 오롯이 전문경영인의 자리에서 빚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영업기술총괄 부사장직으로 들어온 우진기전은 이미 전력기자재 유통업체로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던 때였다. 하지만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각종 고부가가치 품목의 호황이 계속되며 커져만 가는 시장은 더 큰 성장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라 판단했다. 곧바로 기술 인력을 확보하고 부설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자체 기술력 증진과 엔지니어 육성에 임했다. 판매/유통에 머무르던 우진기전을 설계, 개발, 설치, 시운전, 운영 및 유지보수까지 책임지는 Total Solution Provider로 변모시키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당시 다변화된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며 신규시장 개척과 수출 확대로까지 이어져 질적-양적 성장과 더불어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치밀한 분석을 체질화하자는 다짐이다.

앞서 말한 흐름을 읽는 안목은 수년간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로 단련된 탁월한 직감에서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제아무리 노련한 직감이라도 이를 그대로 의사결정에 반영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직감만으로는 복잡한 시장 상황과 더불어 예기치 못한 변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치밀한 분석이 토대가 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치밀한 분석은 수많은 데이터에 기반해야만 한다. 우진기전의 모든 임직원들은 업무와 관련한 모든 활동을 기록하여 데이터화 하고 있다. 물류와 회계를 책임지는 ERP 시스템과 더불어 주로 제조생산업체에서 사용하는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시스템을 기반으로, 자사의 업무 흐름에 맞춰 커스터마이징한 시스템을 구축한 덕이다. 수주 전 영업단계에서부터 프로젝트 진행단계에서 해당하는 모든 일정관리, 유지보수단계에 필요한 각종 품질관리까지 업무의 흐름에 따라 모든 데이터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기록된 데이터는 우진기전만의 BI(Business Intelligence)로서 시장에 대한 예측과 전략적 의사결정을 하는데 활용될 수 있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언제나 최전선에서 ‘고객과 소통’하자는 다짐이다.

대학시절, 교우하며 마음 맞는 이들과 함께 ‘문수반’이라는 학술동아리에서 활동했었다. 경영과 경제에 대한 문헌들을 고찰하고, 최신경향을 파악하며, 기업 연구에 매진했던 덕분인지 지금은 다들 어엿한 기업의 경영인으로서, 함께 이 길을 걷고 있는 동반자가 되었다. 때문에 가끔씩 갖는 식사자리에서는 경영인으로서의 역할이 주제가 되곤 한다. 때마다 설파하는 나만의 경영철학은 언제나 최전선에서 현장감각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성장을 위한 고객의 새로운 니즈 파악과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영업실무자의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영업실무자들은 현재의 영업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고객사의 의사결정권자를 직접 만난다는 것은 현재 진행 중인 영업의 구매결정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기업의 성과는 최고경영자의 몫이며 경영자의 능력은 기업이 수익 창출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결정이 된다. 수익 창출은 시장과 고객으로부터 만들어낼 수 있다. 때문에 최고경영자가 최전선에서 영업을 이끌어야만 한다.

사회 초년병 시절부터 하루 10분씩 메모하는 습관을 지켜오고 있다. 업무 시작전 5분, 퇴근전 5분 오늘 할 일과 마무리 못한 일, 내일 할 일 등을 메모한다. 그리고 메모장 가장 첫 페이지에 쓰여 있는 세 가지 다짐을 보며 오늘 하루를 되짚곤 한다. 전문경영인으로서 다시 새로운 길에서 걸음을 시작하였지만, 지금의 새로운 길로 나를 이끌어 준 세 가지 다짐이,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후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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