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송전 품질 높이고 구입전력비용 낮췄다…FACTS 설비 갖춘 신영주 변전소를 가다
한전, 송전 품질 높이고 구입전력비용 낮췄다…FACTS 설비 갖춘 신영주 변전소를 가다
  • 배성수 기자
  • 승인 2019.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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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계통이 복잡하고 계통안정이 필요한 지역에 유연송전시스템(FACTS · Flexible AC Transmission System)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연송전시스템이란 대규모 송전탑을 추가로 건설하지 않고 반도체 소자를 이용, 전기의 흐름을 능동적으로 제어해 송전용량을 증가시키고 계통을 안정시키는 새로운 개념의 송전기술이다. 한국전력(이하 한전)은 지난 2016년 대규모 발전단지로부터 전력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송전용량이 부족한 지역의 계통 안정을 위해 FACTS 기술 적용 확대를 발표했다. 그 시작으로 2017년 신영주 변전소에 효성중공업의 스태콤(STATCOM, 정지형 무효전력 보상장치)을 설치했다. 지난해 6월까지 시범운전을 마치고 정식 가동에 들어간 신영주 변전소를 다녀왔다.

경북 영주 구성로에 위치한 신영주 변전소는 한울, 신한울 발전소 등 동해안에서 생산된 전력을 영주, 안동, 문경, 봉화 및 수도권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어 각 가정에 도착하기까지 전류의 방향은 계속 변한다. 이 과정에서 전류가 흘러도 실제로는 아무런 일을 하지 않는 무효전력이 발생한다. 이와 함께 동해안 발전소 규모는 2014년 7GW에서 신규 발전소 준공 등으로 인해 2022년 22GW로 대폭 증가한다. 또한 민원 등으로 인해 신규 송전선로 건설이 불투명하다. 특히 신규 송전선로 건설이 지연되면 기존 송전망 효율성이 떨어지며 765kV 신태백-신가평T/L 2회선이 고장날 경우 계통안정도 악화로 대규모 발전기 탈락 및 막대한 구입전력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한전은 동해안-수도권 초고압계통 안정도 향상을 위해 FACTS 설비적용 적용방안을 세우고 신영주 및 신제천에 약 2,134MVar용량의 TCSC설비를 건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영주, 동해 및 신충주 등지에 STATCOM 또는 SVC 설비 약 1,800MVar용량을 설치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FACTS 설비의 적용으로 투자비 약 2,754억 원이 투입되며 연간 약 1조 4,500억 원의 구입전력비용가 절감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신영주 전력지사는 세계 최대 용량인 스태콤 설비를 지난해 상반기부터 계통병입 운전하면서 계통안정성을 확보하고 운영기술을 향상하고 있다.

MMC 기술을 이용한 스태콤 실증을 위해 창원공장에 시범운영 제품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모습

사무실을 나와 변전소 시설을 가로질러 약 5분 걸어갔다. 눈앞에 2층 건물 스태콤 제어동이 나타났다. 계통전압이 345kV답게 매우 크고 웅장했다. 옥외에는 변압기, AIS 등 옥내에는 MMC 컨버터 밸브, 냉각 및 제어/보호 시스템 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 곳에 설치된 스태콤은 400Mvar급 규모로 단일 설비 기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한전 관계자는 “자동차 수동 변속 장치가 기어를 변속할 때 클러치 페달을 밟아 동력을 차단한 뒤 속도와 힘을 변화시킨다”며 “스태콤이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변전소 구내 설치로 민원 발생을 최소화했다”고 덧붙였다.

스태콤은 전기를 송·배전하는 과정에서 손실되는 전압을 보충해 안정성을 높이는 설비로 무효전력을 효과적으로 제어해 송전효율을 높여준다. 미래전력 분야의 핵심 기술로 풍력이나 태양광 등 기상 상황에 따라 발전량이 급변하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필수적인 기술로 손꼽히고 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스태콤은 송전시스템의 전력 품질 및 효율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에너지신산업 아이템으로 ESS(에너지 저장장치), 초고압 전력기기 등과 함께 성장동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TOP 수준의 전력에너지 토털솔루션 공급업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업확대 및 역량 확보에 더욱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스태콤 상용화 제조가 가능한 기업은 국내에서는 효성이 유일하다. 1990년대 말부터 관련 연구를 진행한 효성은 2006년 한전과 공동으로 345kV 100MVar 스태콤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한전은 공정성 확보를 위해 국제 공개입찰로 진행했다.

컨버터실

효성이 개발한 MMC 타입의 스태콤은 기존 변압기를 통해 전압을 합성하는 방식과는 달리 개별모듈을 용량에 맞게 여러 개의 스태콤을 쌓아 전압을 만드는 방식으로 대용량화에 유리하고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기존에 무효전력 보상장치로 주로 사용돼 왔던 SVC(Static Var Compensator)에 비해 반응속도가 빠르고, 설치면적이 70% 내외 수준으로 작아 전력 시장의 기대가 큰 제품이다.

효성 관계자는 “해외 업체 대비 전력 효율성을 높여 스태콤 운영의 안정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효성은 2015년 12월에는 국내기업 최초로 인도와 파나마에 100Mvar, 240Mvar 규모의 총 3,000만불 수준의 스태콤 공급업체로 선정, 아시아 및 미주 지역 전력시장 공략에 탄력을 받게 됐다.

인도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제조업 육성 정책에 따라 전기 사용량이 연간 7% 이상씩 증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효성은 신재생에너지 연계용 스태콤을 통해 기상변화에 따라 불규칙 했던 전력의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

파나마는 스태콤 설치를 통해 송전손실을 최소화함으로써 기존 전력설비를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운하 확장공사 마무리를 앞두고 있는 파나마는 운송물량 증가에 따른 신규 송전선 건설 등 추가 사업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동해 변전소 및 신부평 변전소에 2019년까지 2기의 대용량 스태콤을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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