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정책 ‘국민적 합의’ 가장 중요…속도 조절 부끄러운 일 아니다”
“에너지전환정책 ‘국민적 합의’ 가장 중요…속도 조절 부끄러운 일 아니다”
  • 이훈 기자
  • 승인 2019.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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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민주평화당)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국내 원전산업을 이끌어온 두산중공업이 1962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실적부진에는 중동시장의 경기악화도 지적되지만 탈원전으로 인한 원전 일감 감소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주요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와 함께 탈원전 1년 만에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등 3개 공기업에서 우리 원전 기술의 핵심 인력들이 줄줄이 중동 국가로 빠져나가고 있다. 특히 카이스트는 지난해 2학기 원자력학과 지원자가 0명 등 최소 60년은 원자로를 운영해야 하는데 지금부터 미래의 원전 인력이 감소되고 해외로 유출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경진 의원(민주평화당)을 만나 에너지전환 정책의 현주소와 대안을 들어봤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신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원자력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고효율 에너지란 점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주목할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공학 분야에 비해 원자력은 유독 신규 기술에 대한 실증과 검증이 느리고 발전 속도가 더디다는 점인데요. 이것은 ‘안전’을 최우선시 하는 원자력 공학의 특성상 발생가능한 모든 사고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항상 보수적으로 연구하고 철저하게 검증된 기술만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원전 건물이 일반 건물과 비교해 ‘과잉 설계’를 하는 점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현재 인류의 기술수준으로 볼 때 원자력만큼 싸고 깨끗한 에너지원은 없습니다.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재생에너지의 기술 수준과 경제성이 충분한 수준으로 올라설 때까지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최적의 에너지원은 원자력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고집만이 능사가 아니듯 정부도 무조건 정책 변경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해서는 안 됩니다. 국가의 미래와 국민들의 삶에 득이 되는지의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정책을 조정하고 속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국민적 합의’입니다. 이런 합의에 의해 정책을 변경하거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절대 정부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에너지전환과 관련 원자력 인력 유출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해외기업 사례와 함께 문제 해결에 대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정부가 탈원전 모델로 삼고 있는 독일을 보면 탈원전 선언 이후 얼마나 단기간에 원전산업과 인력풀이 붕괴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독일은 탈원전 선언 이후 모든 원전의 운영종료일을 10년 앞당기며 급속한 산업 이탈을 불러왔는데요. 독일 원전업계의 최대 회사인 지멘스는 핵심 기술을 타국에 매각했고, 그 결과 독일의 원전 관련 업체 수는 2011년 5,000개에서 2018년 100개로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도 같은 징후를 보이고 있습니다. 탈원전 1년 만에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등 3개 공기업에서는 우리 원전 기술의 핵심 인력들이 줄줄이 중동 국가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탈원전 선언 이후 작년까지 3개 공기업이 파악한 해외 이직직원은 14명인데요. 수백명에 이르는 자발적 퇴직자까지 감안하면 원전 인력 유출은 앞으로 더 심각해 질 것입니다.

인력 유출 문제는 인재 양성에도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원전 밸류체인 붕괴만큼 심각한 것이 바로 인재풀 붕괴입니다. 작년 2학기 기준 전국의 원자력 학과 운영 대학은 총 16곳으로 대학원생을 포함한 학생 수는 약 3,000명 정도입니다. 특히, 2009년 UAE 바라카 원전수출계획 발표 후 8개 대학에서 원자력 학과가 신설됐는데 우리나라 원자력공학과의 절반이 최근 10년 사이 생겨난 것입니다.

하지만 탈원전 선언 이후 카이스트는 작년 2학기 원자력학과 지원자가 0명이었습니다. 또 세종대, 부산대는 박사학위 지원자가 0명이었으며 영남대는 기계공학부내 원자력 연계 전공을 아예 폐지하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대학 입시생들은 물론 특성화 고등학교에서까지 원자력 전공을 기피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 유일의 원자력 전문 인재 양성학교인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의 2018년도 입학경쟁률은 전년 대비 절반으로 급감했습니다.

정부 말대로 탈원전을 한다 해도 최소 60년은 원자로를 운영해야 하는데 지금부터 미래의 원전 인력이 감소되고 해외로 유출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향후 남은 원전의 안전을 책임질 ‘필수인력’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도리어 해외 원전인력 혹은 외국인 전공자학생에게 우리의 안전을 맡겨야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인력 유출 문제와 함께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검토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야할 지에 대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신한울 3·4호기가 건설될 예정이었던 경북 울진은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낮고 폐광지와 깊은 산악 지역에 인접해 있습니다. 과거 낙후된 어촌이었던 지역이 원전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뤘습니다. 특히 울진은 다른 원전 지역에 비해 원전이 납부하는 지방세가 전체의 63.6%를 차지하고, 한울·신한울 발전소 직원이 지역 종사자 수 대비 13.8% 비율을 차지하는 등 지역의 직접 원전 의존도가 매우 높은 곳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한울 3·4호기는 2017년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에 따라 전면 중단되며, 백지화에 따른 매몰 비용만 7,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연관 산업 범위가 넓은 원전건설 산업의 특성상 신규원전 건설 백지화로 졸지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부지기수이고 건설이 진행되거나 예정됐던 지역은 인적이 끊어지고 지역경제가 침체되는 등 충격이 더욱 심각한 실정입니다.

신한울 3·4호기는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정부가 울진군과 합의하고 추진을 약속한 사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단 한차례의 여론 수렴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 약속을 뒤집었습니다. 정부는 탈원전의 근거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위원회 권고를 들고 있는데 중요한 사실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활동 범위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 논의에 국한된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원전축소’라는 월권적 권고를 하고 정부는 이를 근거로 신규원전 전체의 건설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에너지전환 정책은 국민적 합의가 전제될 때 비로소 이뤄질 수 있습니다. 정부는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여부와 관련해 지역민을 포함한 국민적 합의 과정의 추진을 조속히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가 에너지전환 성공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될 문제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에너지전환 정책 ‘방향’에 대한 합의입니다. 에너지정책은 한 국가의 미래가 달린 중대 사안이기 때문에 스웨덴 같은 나라에서는 국가의 에너지정책이 여야 정당 간에 만장일치의 합의가 있어야만 변경이 가능합니다. 스웨덴은 정부가 여야 정당대표, 전문가, 이익단체 등을 참여시킨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위원회로 하여금 2~3년간 해당 문제를 조사해 대안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이 위원회는 실태 조사와 여론 청취를 한 뒤 보고서를 만들어 정부에 제출하는데, 이 보고서가 ‘국가공식보고서’ 초안입니다. 정부는 이 보고서를 이해당사자인 공공기관, 연구소, 대학, 이익단체, 기업 등에 전달하고 그들의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받은 뒤 최종보고서를 만들어 국회에 제출합니다. 이런 합의 체계에서 정부나 일부 정당은 국가의 중대 이슈를 정치적으로 사용할 수도 없고, 일방적인 정책으로 추진할 수도 없습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집권 후 1년 만에 탈원전을 결정하고, 그조차 국회동의를 얻지 않고 강행하니 참으로 비교되는 모습입니다.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해야 될 문제가 에너지전환 정책의 ‘속도’입니다. 일례로 과속 탈원전은 발전공기업의 급속한 적자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들 발전소들은 한국전력이 전기를 사올 때 지불하는 도매가격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인데, 문제는 발전 연료 중 가장 싼 것이 원자력이란 점입니다. kWh당 원자력 발전 단가(60.85원)는 다른 연료의 3분의1 수준으로 훨씬 낮아 이용률이 80~90%에 달했지만 탈원전 이후 60% 선으로 축소한 반면 발전 단가가 비싼 LNG(118.07원)는 37.2%, 신재생(173.38원)는 85.2%까지 확대됐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발전공기업들의 적자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이런 적자상황은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테고, 그 부담은 국민들이 떠안게 됩니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대책 마련 및 안전관리 강화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셨습니다. 이 결의안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고준위방폐물이란 말 그대로 열과 방사능의 준위가 높은 폐기물을 말합니다. 우리 ‘원자력안전법’에서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열 발생량이 2㎾/㎥, 반감기 20년 이상인 알파선을 방출하는 핵종으로 방사능농도가 그램당 4,000베크렐 이상인 것으로 정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사용후핵연료(Spent Nuclear Fuel)가 대부분입니다.

사용후핵연료는 외형상으로는 사용전핵연료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지만, 발전소의 원자로 속에서 핵분열 반응 중 생긴 핵분열 생성물 때문에 높은 방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핵분열 반응은 끝났어도 계속 열을 발생하기 때문에 취급할 때나 저장할 때 사람이 직접 접촉할 수는 없고 방사선을 막아주는 차폐구조물 밖에서 다루어야 합니다. 이처럼 생명체에 치명적인 높은 방사능과 열 때문에 사용후핵연료는 ‘지구상 가장 위험한 물질’이라고도 일컬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자력 업계 종사자들의 작업복이나 장갑과 같이 비교적 위험도가 낮은 중저준위방폐물이 처분된 경주 방폐장은 고준위방폐장과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문제는 지난 40년간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사이 사용후핵연료 포화율은 턱밑까지 차올랐다는 점입니다. 역대 정권마다 사용후핵연료 처분은 뜨거운 감자였는데요.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중간저장 시설조차 없기 때문에 고준위 방폐장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비용과 입지 선정 갈등 등으로 인해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결의안을 통해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따른 방사선 위험으로부터 현 세대와 미래 세대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 마련 ▲사용후핵연료의 발생부터 영구처분까지 전 과정의 안전성 확보 대책 마련 ▲각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등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조속한 고준위방폐물 처분시설 부지선정 및 저장시설 건설 추진 ▲업무추진 과정에서 각 유관기관의 적극적 협의 등을 촉구할 예정입니다.

끝으로 전력산업계 종사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부는 국내탈원전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원전수출을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수출도 무산된 판에 원전 관련 업체들 특히 중소업체들의 실적 저하, 도산 내지 업종전환은 불 보듯 뻔한 결과입니다. 국내 탈원전정책과 해외 원전수출의 병행은 한마디로 ‘우리집의 위험한 물건을 옆집에 파는 꼴’인데요. 백보 양보해 정부가 해외원전을 수주했다고 치더라도 원전 건설시 터빈을 비롯한 메인 설비는 기술력·가격 등을 위주로 선정하지만 기타 부품은 자국 업체의 것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해외 원전 수주에 성공한다고 해도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수출 계약이 성사돼도 실제 납품까진 최소 4년이 걸리기 때문에 이 4년을 버틸 수 없는 소규모 업체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신규 원전 6기 건설 계획이 한 순간 백지화되면서 원자력업계는 공문 한 장으로 업무가 중단됐습니다. 심사숙고 없이 일단 선포부터 하고 무작정 밀어붙인 정부의 추진 방식과정의 1차적인 피해자는 분명 원전 업계입니다. 더욱이 원전 업계 종사자분들은 전문 기술 인력임에도 불구하고 원전 분야의 특수성 때문에 다른 업종에서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사실이 더욱 가슴 아픈 일입니다. 원전 산업의 과속 붕괴는 원전의 안전,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에 정부와 정치권에서 이 문제가 다시금 신중히 논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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