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겨울왕국, 인제 자작나무 숲
우리나라 겨울왕국, 인제 자작나무 숲
  • 최빈 기자
  • 승인 2019.0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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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혹독한 추위와 매서운 바람으로 우리를 움츠리게 하지만, 집에만 있기에 우리나라는 너무나 아름답다. 겨울을 배경으로 한 많은 절경들이 있지만, 이번에 방문 한 곳은 겨울이기에 더욱 아름답고 빛나는, 인제 자작나무 숲이다.  몇 해 전 우리나라에서 ‘겨울왕국’ 이라는 애니메이션이 크게 히트하였는데, 한국의 겨울왕국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이 곳을 택하겠다.

인제는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강원도 도시이다.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출발하였다. 이번 주말 인제 자작나무 숲으로 여행을 가게 된 이유는 이번 주에 내린 눈 때문이다. 몇 해 전 우연히 이 곳에 대한 기사를 보았고, 눈 덮인 산이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약간의 산행이 있기에, 따스한 옷과 장갑, 등산화 등을 챙겼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등산 전 간단히 허기를 채우러 미리 보아둔 식당으로 향하였다. 강원도 대표 음식인 메밀막국수와 감자전을 먹었다. 이 식당의 특제 육수와 설탕, 식초, 참기름을 적당히 넣어 비벼 먹는다. 막국수를 수도 없이 먹어보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맛 볼 수 없는 싱싱한 맛이 난다. 국수에 싱싱하다는 표현이 맞지는 않지만, 메밀 주 생산지인 강원도에서 매일 제분한 재료로 먹으니 이런 표현이 제일 적당한 듯하다. 막국수 특유의 쫄깃한 식감에 매콤하고 시큼달콤한 양념이 버무러지니, 서울 어느 맛집에서도 맛 볼 수 없는 환상적인 맛이다. 모락모락 나는 김을 뿜으며 막 지져서 나온 감자전 또한 고소한 맛을 자랑하였다. 이렇게 든든히 배를 채우고 자작나무 숲으로 향하였다.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자작나무 숲으로 향한다.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바로 있기에 설레임을 가득 안고 등산을 시작한다. 자작나무 숲이 어떻게 조성되어있나 알아보니, 1970년대 산불 확산 방지를 위하여 조성하였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40여년이 지나니 유명 관광지로 탈바꿈하였다. 여느 관광지처럼 입구 쪽에는 식당이며 상점들이 듬성듬성 있지만, 아직은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등산로 군데군데 자작나무가 보인다. 숲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지만 그럭저럭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설마 이게 자작나무 숲은 아니겠지 하는 의구심을 품은 채 등산을 이어간다. 사실 자작나무 숲은 등산이라고 하기에 낮은 언덕 수준에 위치해 있다. 경사도 완만한데다 정상까지 얼마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름 없는 동네 뒷산 수준의 높이이다. 이렇게 40여 분 쉬엄쉬엄 오르자 드디어 기대하던 숲이 나타났다.

자작나무 숲을 처음 본 감상은 압도적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입이 쫙 벌어질 정도로 탄성을 불러 일으켰다. 새하얀 눈 위로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수 없이 많은 자작나무가 펼쳐져있다. 흡사 일본 북부 지방이나 시베리아의 광활한 숲 속을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자작나무가 추운 산간 지방에서만 자라 도시에서 볼 수 없기에 묘한 이질감을 주어 그러한 듯하다. 게다가 주변엔 산과 나무뿐이라 건물하나 보이지 않는다. 산 속이니 당연히 그러하겠지만, 그 흔한 관광사무소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나무뿐이다. 높게 솟은 나무들이 주변을 모두 막고 있는 기분이다. 자작나무 숲에는 온통 흰 눈과 나무뿐이다. 군락지도 넓어 다른 관광객들과 부딪힐 일도 없다. 보통 이런 곳을 배경으로 하는 외국 영화를 보면 곰이나 늑대가 출몰 하는데 여기서 들리는 건 사람발자국 소리 뿐이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전화와 데어터가 잘 터지지 않는다. 도시와는 완전히 분리된 기분을 오랜만에 느낀다. 세상 돌아가는 뉴스도, 끊임없이 울려대는 메시지 알림 소리도 들을 필요가 없다. 끝없이 펼쳐진 숲을 바라보니, 새삼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이 숲이 특히나 아름다운 점은 바로 자작나무의 색상 때문이다. 겨울 자작나무의 바깥 껍질은 흰색이고, 안 쪽은 짙은 갈색으로 되어있다. 마치 흰 옷을 입고 있는 나무처럼 느껴진다. 거기다 20미터를 훌쩍 넘는 높이의 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으니, 내 자신이 참으로 작아보였다.

자작나무 숲 정상에서 1시간 여 동안 다양한 사진을 찍었다. 주변 배경이 너무나 예뻐 부지런히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운이 좋아 출사 나온 사진동호회 분들이 몇 장 찍어 주었다. 멋진 모델이 된 것 마냥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연신 찍었다. 역시 사진도 전문가의 손길이 닿으니 달라 보인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후 아쉬움을 뒤로한 채 내려왔다.

자작나무의 꽃말은 ‘당신을 기다립니다.’이다. 오늘 자작나무 숲을 다녀오니, 이 꽃말이 참으로 어울렸다. 강원도 산속 정상에 꽁꽁 숨어있는 자작나무들이 마치 우리가 와주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얼마남지 않는 이번 겨울, 대한민국의 겨울왕국이라고 불리어도 손색없는 자작나무 숲으로 주말여행을 떠나보자. 외국에 있는 듯한 오묘한 느낌과 겨울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제의 자작나무들은 지금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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