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사회와 에너지 전환
수소경제 사회와 에너지 전환
  • 박진남
  • 승인 2019.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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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남 경일대학교 신재생에너지학부 교수

1. 서론

현재는 석유와 천연가스에 기반한 탄소경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화석연료의 사용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셰일가스의 대두로 인해 화석연료의 고갈에 대한 우려가 희석되고 있는 상황이다. 화석연료는 태양에너지를 축적한 생물체가 수억 년 동안 변성되어 만들어진 것이며 단시간 내에 생성될 수 없다. 외부로부터 지구에 공급되는 에너지는 태양에너지가 유일하며 자연계에서는 광합성 등을 통해 탄화수소 형태로 태양에너지가 저장된다. 지금의 기술에서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에너지저장 물질은 수소이며 이는 물을 전기분해하여 생산할 수 있다. 물론 이 수소를 이용해 천연가스와 같은 다른 에너지 저장물질도 만들 수 있지만 에너지 전환과정에서의 효율이 낮아지게 된다. 에너지 저장물질인 수소로부터 에너지를 추출하는 방법은 직접 연소를 통한 열에너지 생산 및 연료전지를 이용한 전기에너지의 생산이 있다.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면 산소와 반응해 물이 생성되는데 수소와 산소 그리고 물은 지속적으로 순환하여 사용이 가능하다. 즉, 재생에너지와 수소를 결합해 이용하면 자원의 고갈 걱정 없이 지속가능한 수소경제 사회를 구축할 수 있으며 이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회’라고 할 수 있다.

2. 현황

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지난 1월 17일에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큰 목표는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에 대한 집중적인 육성을 통해 이 두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이다. 구체적인 목표치가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탄소배출량 저감 또한 부수적으로 따라오게 될 것이며 그린 수소(Green hydrogen)의 생산과 연계하여 재생에너지 발전 또한 확대될 것이다.

현재 국내의 연간 수소생산량은 약 200만 톤 정도인데 제시된 로드맵에 따르면 가까운 미래인 2022년에 수소 수요량이 연간 47만 톤 추가되게 된다. 세부 내역은 국내에 수소승용차 6만 5천대, 버스 2천대를 보급하고 연료전지는 분산발전용으로 1GW, 가정 및 건물용으로 50MW를 보급할 계획이다. 발전용으로는 향후 10년 이상은 중·소형 규모의 발전용량을 가지는 연료전지 시스템이 주축이 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수백 MW 이상의 발전용량을 가지는 수소터빈 발전소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완성된 형태의 ‘지속가능한 수소경제 사회’는 수소의 생산, 저장 및 운송 그리고 활용이 균형을 맞추면서 전체 에너지 시스템의 큰 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수소 시장 자체가 커져야 하며 가장 첫 번째 단계가 수소전기차 보급 및 이와 연계된 수소충전 인프라의 구축이다. 수소충전소의 보급 확대를 통한 수소 시장의 성장은 수소 생산, 저장, 운송, 활용 단계에서의 가격 저감에 기여할 것이다. 수소 시장이 성장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우리보다 그린 수소 생산이 유리한 국가로부터의 수소 수입이 가능하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수소의 가격 및 국내의 탄소배출량 저감이 가능하다. 해외 수입을 통해 수소 가격의 저감 및 공급량 확대가 가능하면 수소를 이용한 발전 확대 및 산업용 수소 공급까지 고려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탄소배출량 저감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수소 시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수용성과 투자 효용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만약 첫 걸음에 해당하는 수소전기차 및 수소충전소 보급 확대가 진행되지 못한다면 수소경제로의 이행도 어려울 것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일본의 수소 로드맵은 2050년 수소 사용량으로 500~1,000만 톤을 예상하고 있으며 수입 수소의 비중은 9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전체 수소의 1/3은 수송용 연료로 소비되며 나머지 2/3는 수소터빈을 이용한 발전에 소비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본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80% 감축할 예정이다. 다른 예로 호주는 수소 수출에 관심이 많은데 넓은 토지와 풍부한 태양광 자원을 기반으로 대규모 태양광 발전 단지와 수전해 시스템을 연계하여 그린 수소를 값싸게 생산하고자 하며 향후 수소 수출국가가 되고자 한다.

나. 수소전기차 및 충전소의 보급

수소전기차의 보급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수소충전소의 운영 경제성 확보를 통한 민간사업자의 수소충전소 진출이다. 현재는 수소전기차 보급 대수가 적으므로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더라도 충전소의 가동률이 낮아 경제성을 확보하기가 힘들다. 아직은 대부분의 수소충전소가 지자체 주도로 보급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수소충전소 1기당 수백 대의 수소전기차가 보급된다면 수소충전소의 경제성이 확보될 것이며 자연스럽게 민간이 주도하는 수소충전소 시장이 열리게 될 것이다. 수소 버스의 보급이 확대되면 수소버스 차고지 근처에 구축된 수소충전소의 가동률이 높아지므로 수소충전소의 경제성 확보가 용이해지는 효과가 있다.

둘째는 수소충전소에 공급되는 수소 가격의 저감이다. 현재는 주로 부생수소에 의존하고 있는데 운송비까지 포함하면 약 kg당 약 6~8천원 수준으로 공급되고 있으며 강원도와 같이 운송거리가 먼 지역은 만 원 이상으로 공급된다. 수소전기차 보급량이 증가하면 부생수소는 산지에서 소비되도록 하고 가능하면 수요처 근처에서 직접 수소를 공급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부생수소를 활용하기 어려운 내륙 지역에 천연가스 개질을 통한 수소 추출,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수소 생산,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수전해를 통한 수소 생산 등 다양한 형태의 수소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검토되고 있다. 이 과정에는 수소 수요량, 수소 운송 방안, 탄소배출량 저감, 관련된 수소생산 기술의 확보, 투자 효율성 등이 중요한 요소이다. 또한 수소의 생산과 운송의 최적화를 통해 수소의 가격 저감이 가능하다. 장기적으로는 수소충전소에 kg당 3천원 수준으로 수소를 공급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며 소비자 가격은 판매마진을 고려하더라도 kg당 5천원 이하가 될 것이다.

마지막은 연간 수십만 대 규모의 수소전기차 시장 확보이다. 이를 통해 수소전기차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 수소전기차 가격을 낮출 수 있으며 정부의 보조금 없이 자생적인 시장 성장이 가능해질 것이다. 현재 수소의 수송용 활용은 승용차, 버스, 택시, 트럭, 열차, 선박, 드론 등 전 방위적으로 검토되고 있으며 이들 제품은 모두 수소전기차용 연료전지 기술의 응용으로 개발이 가능하다. 현재 수소전기차 시장은 일본, 중국, 독일 등이 진입하고 있으며 특히 일본과 우리나라가 선두를 다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가 먼저 수소전기차 양산화에 도달하는가는 시장 선점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수소충전소의 보급계획은 2022년까지 휴게소를 포함하여 310개를 구축할 예정이다. 수소전기차의 주행거리가 600km 이상이고 2022년 보급 목표가 승용차 6만 5천대인 것을 고려하면 2022년에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수소충전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다. 수소의 공급

수소의 공급은 수소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설사 수소경제의 틀을 갖추더라도 그린 수소의 비중이 높지 않으면 그 가치가 반감되게 된다. 국내의 부생수소는 현재 약 연간 5만 톤 정도로 추정되며 향후 상황에 따라 10만 톤까지는 확장이 가능할 것이다. 재생에너지 또는 잉여전력을 이용한 수전해를 통해 생산된 수소는 탄소배출이 없으므로 그린 수소로 볼 수 있으며 이는 수소 경제에 가장 적합한 수소 생산 방법이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 수준 및 전력 여건을 고려하면 수소 생산단가가 높아서 시장 진입이 용이하지 않다. 재생에너지 및 수전해와 관련된 원천 및 응용 기술의 개발 그리고 제도적 지원을 통해 수전해 수소생산 비용을 최소화해야 하며 이 외에도 바이오매스 활용 등 최대한 그린 수소의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천연가스 개질을 통해 수소를 추출하는 것은 탄소배출이 있어 그린 수소는 아니다. 하지만 천연가스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수소의 가격 및 물량 공급 측면에서는 가장 유리한 방법이며 그 기술적 완성도 또한 매우 높다. 비록 그린 수소는 아니지만 LNG 차량과 비교하면 추출 수소로 운행하는 수소전기차는 30~50%의 탄소배출량 저감 효과를 가진다. 즉 천연가스 기반의 수소생산도 비용 대비 효용을 고려하면 현실적인 측면에서 유력한 수소생산 방안이 될 수 있다.

그 외에 4세대 원자로의 고온을 활용하여 물을 분해하는 열화학사이클 방식도 있다. 현재는 일본, 중국 등에서 실증연구 단계이며 국내에서도 연구가 수행된 바 있다. 현재는 미완성이지만 상용화가 된다면 수소생산의 큰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태양광을 직접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광촉매 및 광전기화학셀 기술도 원천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해외에는 낮은 가격으로 그린 수소의 생산이 가능한 국가들이 있으며 국내의 수소 수요량이 몇 십만 톤 수준이라면 국제적인 수소 시장에서 수소를 수입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를 통해 수소의 가격 저감 및 그린 수소의 비중 확대가 가능하다.

라. 수소의 저장 및 운송

수소 인프라의 구축에 있어서 저장 및 운송은 중요한 요소이다. 먼저 국내를 보면 가장 기술적인 완성도가 높은 700기압 고압수소 충전 위주로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 고압 수소 이외에 액화수소를 이용하는 저장 및 운송 기술에 대해서도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아직 수소전기차를 위한 액화수소 충전 인프라의 구축에는 국내의 기반이 부족하다.

국제적인 수소의 운송에 있어서는 액화수소 운반, 암모니아 활용, 메틸사이클로헥산 활용 등이 검토되고 있으며 향후 수소를 수입할 경우에는 수소의 국제 운송 방법에 적합한 국내의 관련 인프라 구축이 요구된다. 수소를 수입하기 위해서는 인수기지의 건설, 연관된 국내의 저장 및 운송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므로 적어도 5년 이상을 내다보고 미리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 수소를 이용한 발전

수소를 이용한 전력생산 기술에는 연료전지와 수소터빈이 있다. 발전용 연료전지는 수 백kW~수MW급의 시스템을 이용한 수십MW급의 분산형 발전소이다. 가정용 연료전지는 1kW급, 건물용 연료전지는 수 십kW급이다. 수소터빈은 기존의 가스터빈 복합화력 발전소의 연료를 가스에서 수소로 대체한 것이며 발전 용량은 수 백MW 이상이다.

가격과 효율 측면에서 비교하면 연료전지는 중·소용량 발전에서 유리하며 수소터빈은 대용량 발전에서 유리하다. 분산 발전 수준에서는 연료전지가 장점이 있지만 향후에 수소를 이용한 전체 발전용량이 수 십GW 수준으로 확대될 경우에는 중용량 분산형 연료전지 발전소를 다수 설치할 것인지 아니면 대용량 수소터빈 발전소를 몇 기 설치할 것인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연료전지는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정부의 보조금 축소 및 REC 가중치의 하향이 예상되므로 향후 지속적인 성능 향상 및 가격 저감이 요구된다. 수소터빈은 국내의 기술 수준이 미흡하므로 원천 및 응용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3. 결언

수소경제 사회와 우리나라의 향후 목표에 대해 살펴보았다. 첨언할 것은 수소경제 자체로서 완성된 지속가능 에너지 사회를 구성할 수도 있겠지만 에너지 시스템의 경제성과 효율성 그리고 수용성을 고려하면 수소를 기반으로 한 수소에너지 그리드와 배터리 및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전력 그리드가 조화롭게 결합되어야 한다. 경제성을 고려한다면 그 외에 화석연료와 원자력에너지도 적절한 비율로 최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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