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바람이 부럽더라, 좋은 시장은 놀랍더라, 좋은 인프라는 탐나더라”
“좋은 바람이 부럽더라, 좋은 시장은 놀랍더라, 좋은 인프라는 탐나더라”
  • 변우식 기자
  • 승인 2019.0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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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풍력산업 현장을 가다

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비교 대상으로 자주 언급되는 나라가 바로 독일이다. 아무래도 독일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보여주는 실적이나 행보가 독보적이다 보니 그럴 만도 하겠거니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도대체 얼마나 잘하고 있으면 매번 언급될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마침 독일 풍력산업을 둘러볼 기회가 생겨 일주일 일정으로 독일 중북부 지방을 중심으로 다녀왔다.

독일 북부지방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모습들.

독일, 풍력설비용량만 60GW

우선 독일의 전력산업 현황에 대해 잠깐 들여다보자. 독일 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독일의 전체 에너지 생산량은 648.7TWh였다. 이 중 신재생에너지가 담당 한 양은 228.5TWh로 전체 에너지 생산 중 35.2%를 차지했다. 화석연료에 의한 에너지 생산량이 229TWh로 신재생에너지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으며, 천연가스가 83TWh, 원자력이 76.1TWh로 뒤를 이었다. 신재생에너지원의 경우 풍력(육·해상)이 113.9TWh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고, 태양광 46.3TWh, 바이오매스 45.7TWh, 수력 16.9TWh, 기타 6.3TWh 등이었다. 신재생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3.6%에서 2018년 35.2%로 16년 만에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독일 북부지방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모습들. 독일 북부의 경우 바람이 좋아 대규모 풍력설비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풍력과 태양광이 그 증가세를 이끌고 있는 상황이다. 2018년 기준, 독일의 태양광 설비용량은 46GW, 풍력 설비용량은 60GW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총량이 3.1GW 정도 된다고 보면, 어마어마한 수치라 아니할 수 없다.

반면 같은 기간 화석연료에 의한 에너지 생산량은 56.7% 에서 35.3%로, 원자력 발전량은 27.5%에서 11.7%로 급격히 줄었다. 이는 독일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22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모두 폐지하는 대신에 신재생 에너지를 확대키로 결정한데 따른 결과이다.

특히 2015년 7월에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5개의 대형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는데, 최근에는 2038년까지 화력연료 기반의 발전설비를 전면 가동 중지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바 있다. 결국 독일 내에서 신재 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독일에서 이처럼 신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이끌고 있는 근거는 신재생에너지법이다. 독일은 이 법에 근거해 신재생 에너지 비율(전기에너지 내 비율)을 2020년 35%, 2030년 최소 50%, 2040년 최소 65%, 2050년 최소 80%로 목표를 설정해 놓았다. 현재 추세로 지속 증가한다면 80%가 아니라 20년 이내에 신재생에너지로 100% 전력발전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물론,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많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독일 북부에 위치한 풍력발전소를 통해 생산된 전기를 에너지소비 기업들이 몰려 있는 독일 남부지방으로 보내야 하는 데, 현재 전송망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대규모 투자가 진행돼야 하는데, 고비용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문제가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귀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선순환적인 흐름 이어져

해상풍력전문교육기관인 오프텍의 교육시설들. 특히 해상풍력과 관련된 안전교육을 위한 전무시설(오른쪽)들이 눈에 띈다.

독일의 경우 지역적으로 보면 바람이 많은 북부는 풍력을, 날씨가 좋은 남부는 태양광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그래서 독일 풍력발전설비의 거의 대부분이 북부 지방에 위치한다.

이번 독일 일정에서 첫 번째로 방문한 곳도 독일 북부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에 위치한 해상풍력 분야 인력양성 전문기관인 오프텍(Off-TEC Base GmbH & Co. KG)사 였다.

함부르크 공항에 내려 독일 북부로 3시간여를 차를 이용해 이동했는데, 정말 곳곳에 풍력발전기들이 쉼 없이 돌고 있었다. 사람이 없는 농가는 물론, 부두가, 도심지에도 어김없이 풍력발전기들이 들어서 있는 모습이 ‘아~ 이래서 사람들이 독일 독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놀라운 생각도 잠시, 오프텍에 도착해 설명을 듣는 순간부터는 이 놀라움이 부러움으로 바뀌었다.

오프텍은 해상 풍력산업에 필요한 전문인력 양성과 산업단지 클러스터 개발·컨설팅을 주요사업으로 하는 전문교육기관이다. 특히 해상풍력 운영·유지보수 기술은 물론 이와 연계된 안전·인증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현장실습 훈련센터를 비롯해 기술훈련센터·화재예방훈련센터·해 상안전훈련센터 등 실습중심의 교육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현장에 방문했을 당시에도 안전교육 등이 곳곳에서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특화된 교육기관이 활성화돼 있다는 데 놀라기도 했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교육기관이나 과정들이 바로 시장에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계자의 설명 때문이었다.

풍력 관련 산업을 추진하고 있는 기관, 기업들의 필요에 의해 교육과정이 만들어지고, 운영 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내에서 유지보수 분야 전문인력 양성기관이 구축된 계기가 산업계를 포함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으로 이뤄졌다는 설명인 셈인데, 이제야 그 필요성을 인지한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매우 강렬함을 넘어 무겁게까지 느껴졌다.

강렬한 인상을 뒤로 하고 두 번째 방문기관인 UL(DEWIOCC, DEWI Offshore and Certification Centre GmbH) 로 향했다. DEWI-OCC는 독일의 풍력발전 인증기관인데, 안전인증기관인 UL이 2012년 DEWI-OCC를 인수하면서 풍력인증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브레멘에 위치한 UL은 전세계 20만MW 이상의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인증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풍력발전과 관련해 UL은 풍력 사이트의 적합성 평가, 사업평가, 형식인증 등을 통해 투자의 적정성과 안전성 을 검증함은 물론, 사업인증(Project Certification), 형식인증(Type Certification), 부품인증(Component Certification)  등 다양한 인증사업을 수행 중이다.

세 번째 방문지는 아우리치에 위치한 풍력발전기제작사인 에너콘(Enercon)사였다. 에너콘은 독일 풍력발전기 제조 회사 중 선두그룹에 속한다. 주 무대인 유럽은 물론, 대만, 일본 등 아시아와 남미에서도 에너콘의 풍력시스템이 운전 중이다.

방문 당시 기어리스타입 풍력발전기 제작 공정 및 실규모 브레이드 제작 공정을 볼 수 있었는데, 납품을 대기 중인 대형 블레이드만 100여개에 달했다. 에너콘 담당자는 독일 등 유럽 현지에서의 시장수요가 많다고 설명한다.

유럽 시장에서의 많은 수요가 개발과 시행착오, 개선 등을 거치면서 지금의 에너콘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오프텍의 교육 과정들이 관련 기업들의 수요에서 만들어졌듯 에너콘이 라는 세계적 기업도 역시 시장에서 만들었다는 점에 주목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어 브레머하벤에 위치한 해상용 대형풍력발전기 실증단 지로 향했다. 여기에는 해상용 대형풍력발전기 및 하부구 조물 실증시험단지가 있었는데, 모노-트리폿 하부구조와 jacket타입 하부구조 등 다양한 구조를 갖고 있는 대형발 전기들이 실증을 마쳤거나 진행 중이었다. 다양한 타입에 대한 실증연구들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독일의 경쟁력 있는 풍력산업을 뒷받침하고 있는 큰 힘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렇게 교육기관, 인증기관, 제작사, 실증단지 등 다양한 풍력관련 기관 및 설비들을 둘러보고 독일 일정을 모두 마쳤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독일 북부 지방은 곳곳이 풍력발전기들이 좋은 바람을 타고 운전되고 있었다. 처음에 한 번 세볼까 생각도 했었는데 너무 많아 시작하자마자 포기가 될 정도로 많았다.

물론, 산악지형이 많은 우리나라와 달리 대부분 평지가 많은 지역이기에 가능한 점도 있었을 것이다. 또한 바람도 매우 질이 좋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니 분명 우리와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진행된다는 점에서 독일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결코 작지 않아 보인다. 이는 좋은 바람이 부니, 좋은 시장이 열렸고, 이에 관련 산업이나 인프라는 더욱 좋아졌다는, 즉 누가 봐도 부러울 만큼 선순환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면에서만 바라 볼 문제는 아니다.

그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를 반대하는 민원도 있었을 것이고, 원자력이나 화력발전에 대한 폐지를 반대하는 산업계의 반발도 있었을 테니 말이다. 물론 지금도 이러한 사회적 갈등은 존 재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갈등을 조정하고 봉합하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 분명한 점은 한국과 독일이 조금은 다르지만 이제 우리가 독일의 이러한 긍정적 구조를 우리 풍력산업에 어떻게 특색 있게 접목시켜나갈지에 대해 많은 연구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하루빨리 건전한 풍력발전산업 생태계가 긍정적으로 조성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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