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가치 바탕 연구원 품격 높인다”
“기술적 가치 바탕 연구원 품격 높인다”
  • 배성수 기자
  • 승인 2019.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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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인해 원자력계의 설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원자력을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기술적 재료로 인식하고, 연구 정책의 방향을 재설정한다면 위 기의 학문이 아닌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분야로 재조명 받을 수 있다. 원자력 과학 기술을 이끌고 미래를 준비하는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을 만나 원자력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제21대 원장으로 취임하신지 한 달이 조금 지났습니다. 다소 짧은 기간이지만 그간의 소회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더불어, 향후 경영계획과 비전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십시오.

취임 후 한 달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만큼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원장 선임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필요한 여러 사안의 정책적 결정이 미루어져 있던 터라 취임 후 한시라도 빨리 기관운영을 안정화시키는데 매진했습니다.

원장 선임 후, 우리 연구원에 적합한 전진적 행보에 대해 고민해왔습니다. 원자력의 운신의 폭은 좁아졌을지언정 기술의 발전 자체를 멈출 순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저는 우리의 기술적 가치를 바탕으로 연구원의 품격을 높인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수립하고, 연구원 변화의 청사진을 융·복합 연구 등의 연구 다각화를 통한 국가 제1기술자원으로의 도약, 세계적 수준의 방사선 기술 메카로의 도약, 첨단 안전 관리 시스템 개발을 통한 신뢰받는 연구기관으로의 도약 이라는 세 가지로 형태로 구체화해 임기 내 정부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취임사를 통해 연구원이 처한 환경을 인식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변화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히셨습니다. 구체적인 추진방안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연구원 안전 관리 시스템의 종합적인 첨단화입니다. 다른 과학기술과 달리 원자력은 발생 폐기물의 보관 및 처리, 연구로 등 주요 연구시설의 물리적 방호, 주변 지역에 대한 방사능 재난 예방 등 시설 안팎으로 안전 관리에 대한 소요가 매우 높습니다.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국민적 관심사로 대두되는 대외 환경의 변화와 폐기물 무단처분 사태 발생 이후, 끊임없는 내부의 자정 노력으로 짧은 시간 연구원의 안전 관리 시스템은 R&D와 인프라 구축, 조직 및 인력 운영 등에서 고도화를 이뤄냈습니다.

저는 임기 내 이 같이 현재 고도화된 시스템에 향후 첨단 화의 옷을 입히는 작업을 진행할 것입니다. 특히 정부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있어 IoT 기술 등 4차 산업분야의 핵심 기술을 접목한 ‘폐기물 신 안전 관리 시스템’을 확립할 것입니다. 해당 시스템의 개발과 완성, 운영까지의 전 과정을 지역 사회 및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단계별 피드백 수집 및 반영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춘 폐기물 안전관리 정책을 수립한다는 계획입니다.

취임 직후 창립 60주년을 맞았습니다. 기념행사로 특별 성과전시회가 지난달 10일부터 5월말까지 개최되는데요, 그간 연구원의 주요성과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60년 역사가 곧 성과이지 않나 싶습니다. 연구자의 시각에서 본다면 대표성과를 꼽기 어려울 정도로 오늘에 이르는 동안 연구원이 이룬 성과 중 무엇 하나 귀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주요 성과로는 중·경수로 핵 연료 국산화, 우리 기술로 설계 및 건조한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HANARO), 한국표준형원전(KSNP) 개발 등이 있습니다. 이는 연구원 출범 당시 목표했던 원자력 기술자립의 꿈을 실현한 것으로 대한민국을 원자력 기술 강국 반열에 오르게 해준 소중한 성과들입니다. 21세기 들어서는 우리 원자력 기술이 전 세계로 본격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2009년 요르단 연구용원자로 JRTR의 수출 성공과 2015년 사우디를 대상으로 한 스마트 PPE 사업의 성공적 완수를 통해 우리나라는 명실 공히 전 세계가 인정하는 원자력 기술 수출국으로 거듭나게 됐습니다.

원자력 안전과 해체 기술, 사용후핵연료 처리 실증기술, 방사선 등 미래 원자력 R&D에 집중하기 위한 제3의 장소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무엇보다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노력을 선행해야 합니다. 과거 어느 때보다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이 때, 과학기술분야 역시 연구 개발 과정에서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이를 통한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특히나 원자력의 경우, 연구 개발의 전 과정이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원전 해체 기술 개발, 사용후핵연료 안전 처리 기술 개발 등의 원자력 안전 연구가 강화됨에 따라 원자력 R&D의 규모가 지금보다 확대될 경우, 이러한 기능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해 수행할 수 있는 신규 부지의 필요성이 정부나 시민단체를 비롯한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서든 제기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과 탈원전 논란, 우수인재 해외 유출, 기후변화 문제 등 원자력 분야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떠한 견해를 가지고 계신지 말씀해 주십시오.

정부와 학계, 연구 현장에서 원자력의 가치를 상기시키려는 노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하에서 원자력에 대한 가장 큰 오류는 원자력 무용론입니다. 에너지 자원으로서의 기능이 곧 원자력의 가치 전부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원자력 발전소의 울타리를 넘어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현재의 원자력은 보다 다양한 형태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안전입니다. 국내 가동 원전의 안전성을 제고 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원자력 기술입니다. 안전 연구와 함께 대두되는 원전 해체기술 시장은 경제성이 매우 높은 원자력 블루오션입니다.

약 549조 원으로 추산되는 세계 원전 해체시장을 선점하고, 기술적 우위를 지속 확보하기 위해선 현재 선진국 대비 80% 수준인 국내 원전 해체 기술에 대한 인력 및 예산 확보 등의 전략적 투자가 절실합니다. 이 밖에도 우주, 해양, 극지 등 가까운 미래에 높은 기술적 수요가 예상되는 분야의 핵심 기술력으로도 원자력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시대적 요구사항인 안전하고 환경 친화적이며 경제적인 에너지 생산을 위해서는 원자력 R&D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원자력을 기반으로 한 융합연구가 해답일 수도 있겠는데요,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간 대한민국 에너지 경제의 주류였던 석탄, 석유, 원자력 등의 이른바 전통적인 에너지 자원들은 오늘날 두가지 기로에 서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효용 가치를 잃어 사라지는 것, 다른 하나는 변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는 것입니다.

우리 연구원은 일찍이 융·복합 연구를 통해 효율적인 미래 자원으로서 원자력의 가치를 신장시키려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첨단 방사선 연구 인프라를 기반으로 의료·보건 및 식품·농업, 자동차/선박 재료 제조와 같이 산업체 기술 수요를 책임지는 융합 연구 성과 창출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으며 AI와 IoT 등 4차 산업의 핵심 기술을 원자력 분야에 적용해 연구 현장을 고도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우주, 해양, 극지 등 가까운 미래에 높은 기술적 수요가 예상되는 분야를 겨냥한 원자력 기술개발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원자력은 우주에서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최선의 기술로 주목받고 있으며, 원자력 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대형 컨테이너선과 같은 상선 개발은 해양시장 개척의 활로를 열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대한민국 원자력산업을 이끌어 왔고 또 앞으로 계속해서 이끌어 나갈 원자력계 종사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2019년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문을 연지 60년이 되는 해입니다. 1959년, 과학기술 입국(立國)이 목표였던 시절을 지나 원자력 기술자립을 넘어 오늘날 기술 수출국의 대열에 당당히 합류하기까지 우리 선배들은 소명 의식을 갖고 밤낮 없이 연구에 매진하였습니다.

긴 시간, 희노애락을 거쳐 탄생한 지금의 기술은 우리 원자 력계의 자긍심 그 자체입니다. 현 시대가 요구하는 원자력 과학자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하는 가운데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우리의 기술적 자긍심을 잊지 않고 연구에 임해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여러분의 힘찬 도전에 저 역시 과학기술인의 한 사람으로 기꺼이 동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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