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효율 향상의 역할과 과제
에너지효율 향상의 역할과 과제
  • 조기선
  • 승인 2019.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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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선 한국전기연구원 전력정책연구센터

1. 서론

2019년은 에너지 업계에게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에너지 문제에 대한 철학과 고뇌를 담아야 하는 수많은 국가 계획이 수립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제3차 녹색성장 5개년 계획,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제6차 에너지이용합리화계획, 제5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 등과 함께 연관 계획이 모두 수립된다. 이들 계획은 미래시점의 에너지 수요와 공급을 조망하고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쟁점을 합리적으로 담아내며, 중장기적으로 에너지시스템을 지속가능한 구조로 변화시켜야하는 매우 도전적인 작업이다.

에너지계획은 에너지 수요와 공급을 결정하는 과정인데, 그 시작은 에너지 수요에 있다. 에너지 공급계획은 에너지 수요를 근간으로 공급을 담보할 수 있는 많은 기술적․경제적․환경적․정책적 선택과정이다. 따라서 에너지 수요를 어떻게 조망하느냐가 에너지계획의 첫 관문인 셈이다.

에너지를 한단위 추가로 공급하는 것이 단순히 에너지생산설비의 출력을 한단위 높이는 조치로만 실현된다면 좋겠으나, 에너지시스템의 상황에 따라 기술적․경제적․환경적인 요건을 비용으로 환산한 에너지단위비용이 상승할 수 있으며, 특정한 한계선을 넘어서면 그 비용이 급격히 상승한다.

에너지를 공급하는 한계설비(marginal plant)의 공급능력보다 한단위 높은 에너지를 공급해야 한다면 이보다 비용이 높은 설비나 기술을 사용해야하고 이때 비용의 급격한 상승을 맞게 된다. 만일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한단위 추가공급에 대한 요구를 회피할 수 있다면 에너지단위비용의 급격한 상승이 억제되고, 그 혜택을 모든 에너지소비자가 누리게 된다. 이것이 바로 에너지 수요를 관리해야하는 목적인 것이다.

에너지 수요의 관리는 크게 부하관리와 효율향상으로 구분된다. 특정한 시점에 특정한 목적에서 에너지소비를 억제하는 부하관리와 에너지를 이용하는 최종 제품의 효율을 높여 에너지소비자의 효용은 동일한데 소비되는 에너지는 절감되는 효율향상이 그것이다. 부하관리는 특정 기간에 효과가 나타나지만, 효율향상은 상대적으로 긴 시간 동안 효과가 나타나게 되므로 근본적인 에너지 소비절감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모든 국가계획에서 에너지 수요관리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합리적인 수단을 다양한 각도에서 고민하고 강구하고 있는 것이다.

본 고에서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 권고안에서 담고 있는 에너지효율향상 정책방향을 살펴보고, 에너지고효율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우리의 에너지효율향상 과제에 대해서 기술하고자 한다.

2. 에너지효율향상 정책방향

지난해 11월에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은 정부에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방향에 대한 권고안을 제출하였으며, 올해 4월에 정부(안)에 대한 공청회가 있었다. 현재까지 정부의 최종안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에너지효율향상에 대한 주요한 정책방향이 제시되었음에 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워킹그룹은 우리의 에너지 수요가 제조업 중심의 경제성장과 저유가 및 차량의 대형화 추세 등 경제의 구조적 특성으로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선진국 대비 에너지 저효율 소비구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한 반면, 독일은 에너지전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에너지효율에 관한 국가 행동계획(2014.2)」을 수립하고 적극적인 수요관리를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도 2030년 전력수요를 2013년 수준으로 감축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산업․건물․수송 등 각 분야에서의 에너지 소비구조 혁신을 통해 신산업과 혁신성장동력을 창출할 것을 권고하였다.

최종에너지소비 정량목표는 2017년 176.0백만toe에서 2040년 176.6백만toe로 사실상 소비가 증가되지 않도록 수요관리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2040년 기준으로 기준수요는 211.0백만toe로 목표수요인 176.6백만toe를 달성하기 위해서 16.3%의 소비 절감을 실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수요관리 수단인 배출권거래제 및 제로에너지빌딩 등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신규 수요관리 수단으로 한국형 LEEN(Learning Energy Efficiency Network)시스템, 기축건물 효율향상 등을 도입하여 추진하며, 수요관리 목표 달성을 위한 가격구조 개선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에너지 수요관리 서비스 확산도 병행하여 추진할 것을 권고하였다.

구체적인 정책과제로는「에너지 수요관리 혁신을 통한 고효율 에너지사회 구현」을 제시하고 포괄형․맞춤형 수요관리를 통한 에너지 고효율 사회를 구현하고, 가격 및 세제 구조 개선을 통해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를 유도토록 권고하였다.

산업․건물․수송 분야별 맞춤형 수요관리 추진과 함께 에너지공급자로 하여금 수요 관리 특히 효율향상에 대한 규제적 의무를 부여하고 추진함과 동시에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권고하는 방안과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체계를 구축하여 실효성을 확보토록 권고하고 있다. 이외에도 에너지가격․세제 개편과 지자체 수요관리 역할 강화 및 미활용열에너지 활용 확대 등을 주요과제로 제시하였다.

금년 4월에 개최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정부(안) 공청회에서는 부문별 수요관리 강화를 위한 세부수단들이 제시되었다. 산업부문은 다소비사업장의 자발적 협약, FEMS 설치 확대, 고효율기기 교체지원, 마이크로그리드 구현 및 종합적 에너지 절감 실현 등이 제시되었고, 건물부문은 에너지효율평가의무화, 그린리모델링지원, 건물 단열․설비 기준강화, BEMS 설치확대, 형광등 시장퇴출, 탑-러너 이니셔티브 도입 등의 시책이 제시되었다. 수송부문은 중대형차 연비목표 도입, 승용차 연비개선, 전기차․수소차 보급확대, 지능형교통시스템 구축 및 비도로 수송효율향상 등의 시책이 제시되었다. 제시된 세부 시책들이 유기적으로 실효성 있게 추진되기 위한 전략은 현재 정부에서 준비중인「국가 에너지효율혁신전략」으로 발표될 것으로 기대된다.

3. 우리의 에너지효율향상 과제

에너지효율향상은 소비자의 에너지편익을 유지하면서도 에너지소비량이 절감되도록 동일 기술군에서의 효율 개선이나 동일한 또는 그 이상의 에너지편익을 제공하되 에너지소비량이 절감되는 방식이 있다. 전자는 동일한 기술방식에서 지속적인 효율개선을 의미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다른 기술방식으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조명의 예를 든다면, 전자는 동일한 조명 성능을 제공하면서 소비전력량이 낮아지는 제품들을 말하며, 후자의 경우에는 백열전구에서 형광등으로 다시 형광등에서 LED로 조명기술의 변화를 말한다. 통상 전자의 경우에는 가격의 격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소비자의 기술 채택 가능성이 낮지 않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가격격차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 기술 채택을 독려하기 위한 전략이 요구된다.

가. 시장전환(Market Transformation) 관점에서의 전략적 접근

신기술 또는 신제품이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가는 모습은 통상 확산모형(diffusion model)으로 표현된다. 효율향상기술도 이와 유사한 시장 확산 양상을 보인다. 신기술이 출시되고 기술성과 혁신성을 중시하는 얼리아답터(early adopter)의 기술 채택이 이루어지고, 실용성과 경제성을 중시하는 일반소비자들이 참여하면서 시장점유율이 확대되고, 이후에는 정책적 규제로 시장에서 규범화됨으로써 기술채택 완료된다. 정책당국이 이러한 신기술 확산 방식을 인지하고 기술 확산 속도를 보다 빠르게 끌어 올리는 전략적인 시장개입을 시장전환(market transformation)이라 한다. 정책당국은 에너지효율향상 기술의 전수명주기를 전략적으로 관리하여 시장점유율 수준에 따른 시장전환시책(measure)을 시의적절하게 투입해야 한다. 시책의 존재유무보다는 시책의 투입시점이 시장전환의 핵심이다. 정책이 보다 세밀하게 설계되어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장확산의 정점에 가까워지고, 새로운 대체기술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가는 상황에서는 정책적으로 기존기술의 시장진입을 불허하는 전략적 시장퇴출(최저효율기준; MEPS; Minimum Energy Performance Standard)을 적극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저효율기술의 생산과 판매를 규제적 수단으로 통제하여 신기술의 시장확산을 가속화하는 정책선택이 필요하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많은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수년 전부터 시장퇴출전략(Exit Strategy)과 계획을 시장에 공유하고 업계에서 충분히 준비토록 기술적․재정적 지원책을 마련함으로써 퇴출전략이 연착륙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또한, 특정시점에서 보면, 기존기술과 신기술만 시장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의 기술 또한 존재한다. 즉, 생산과 판매가 중지되어 시장에서 동일한 제품을 구입할 수는 없으되, 기존에 설치되어 있는 제품의 수명이 만료될 때까지는 계속 사용하는 것이다. 정책당국은 이러한 노후 설비의 개체와 관련해서 전략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나. 에너지효율향상 기반구축

전술한 바와 같이 에너지효율향상에 있어서 정책당국의 전략적 시장개입은 매우 중요한 정책수단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대상에, 어떤 시책을, 어느 시점에 투입할 것인지를 정책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체계적인 평가체계와 함께 시장을 면밀히 분석하고 계량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시책을 시행하는 것보다 시책을 평가하고 판단하는데 보다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반구축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 단순히 시책보조금 한 단위를 높이는 것보다 시책을 평가하고 설계하는 데 역량과 인력을 집중해야 한다.

에너지효율향상 기술의 태동시점부터 퇴출시점까지 관련 시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시장의 상황을 보고, 적절한 시책을 투입하는 것도 유효하지만 태동에서 퇴출까지의 수명주기에 투입할 시책을 면밀히 설계하고 투입시점에 대한 판단기준과 퇴출기준까지 철저히 계획해서 시행하고 시장변동에 따른 주기적인 검토와 조정을 병행해야 한다.

에너지효율향상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혁신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시장을 선도하여 에너지고효율 사회로의 전환이 시스템적으로 작동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4. 결언

너지효율향상은 에너지수급 관점에서 가장 비용효과적인 수단임에 청정한 에너지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것에 앞서서 에너지효율을 제고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에너지효율향상에 대한 도전적인 정책목표를 수립하고 보다 체계적으로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금년에 발표된 예정인 「국가에너지효율혁신전략」에 거는 기대가 크다.

에너지효율향상은 정책당국의 세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시책을 시행한다고 해서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며, 시책의 시의적절성이 핵심이다. 저효율기술이 시장에서 퇴출되고 고효율기술의 시장점유를 조기에 확대하도록 시장개입전략을 적정한 대상에, 적정한 시점에, 적정한 규모로 투입해야한다. 이러한 정책판단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정책기반을 반드시 마련하여 정책실패를 최소화하고 우리사회가 에너지고효율사회로 전환하는데 일조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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