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도 매력적인 제주도
비오는 날도 매력적인 제주도
  • 최빈 기자
  • 승인 2019.0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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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누가 뭐라 해도 우리나라 최고의 휴양지이다. 아무 배경을 두고 사진을 찍어도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아름답고 깨끗한 바다와 온화한 기후, 그리고 신선한 해산물까지 볼거리, 놀거리, 즐길거리, 먹거리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2년에 한 번 꼴로는 제주도를 방문한다. 올해에는 여름이 다가오기 전 제주도를 여행하기로 계획했다. 5월로 여행 계획을 잡았지만, 우려되는 점이 있었다. 바로 날씨였다. 제주 날씨가 워낙 변화무쌍해 바로 다음 날의 날씨도 예측하기 힘들지만 이번 여행 일정과 딱 맞게 강수 예보가 되어 출발 전부터 불안했다. 불안감을 뒤로한 채 제주도로 향했지만 그 우려는 현실이 됐다. 비행기 창문 넘어로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고 있었다. 날씨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일단 배가 고파 아쉬움을 뒤로한 채 점심을 먹으로 이동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방문한 집은 ‘고집돌우럭’이라는 우럭조림집이었다. 오후  2시에 도착했지만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잘 찾아온 것 같았다.  5분정도 기다리고 테이블에 앉아 주문했다. 런치스페셜로 주문했는데, 테이블이 가득 찰 정도로 음식이 푸짐하게 나와 먹기도 전에 배가 부를 것 같았다. 우럭조림 외에도 해녀양푼밥이라고 각종 쌈채소와 쌈장 등이 나왔다. 특히 보말 미역국이 속을 시원하게 해줬다. SNS에 가게를 홍보하면 전복죽을 서비스로 주는 덕분에 후식으로 죽까지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음식을 평해보자면 메인 요리였던 우럭조림은 짭조름한 양념이 일품이었다. 그 양념에 밥을 비벼먹으니 두 공기도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번째로 간 곳은 ‘보롬왓’이라는 카페다. 보롬왓은 보라색 유채꽃밭으로 유명한 카페로, 최근 인생샷을 찍을 수 있다는 소문으로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 카페가 메인이기 보다는 드넓은 밭에서 차 한 잔 한다는 기분이다. 꽃밭을 구경하러 카페에 간다는 것이 적절한 표현 같았다. 보롬왓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넓은 땅에 꽃들이 심어져 있어 숨 쉴 때 마다 꽃내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보통 유채꽃하면 노란색을 떠올리고, 성산일출봉 앞에 유명한 유채꽃밭이 있지만 여기는 보라색 유채꽃이라 더 신비로운 느낌을 받았다. 핑크뮬리 등 색깔이 예쁜 꽃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인데, 보라색 유채꽃도 그 어디에도 밀리지 않는 아름다운 배경을 선사했다.
다양한 먹거리가 있지만 역시 제주도하면 회를 빼놓을 수 없기에, 저녁은 숙소 근처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에서 회를 떠서 먹기로 했다. 올레시장은 서귀포에 위치한 대규모 전통시장이다. 회뿐 아니라 다양한 먹거리가 있어 구경하며 한입 두입 먹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메뉴로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감성돔으로 정하고 제주 특산물인 오메기떡을 먹으며 기다렸다. 회를 뜨고 숙소에 와서
먹기 시작했다. 기분탓이었을까. 바다를 보며 회를 먹고 있으니 더 싱싱하고 쫄깃쫄깃했다.


 

둘째날 눈을 뜨니 어제보다 더 비가 오고 있었다. 밤새 휴대폰으로 긴급 재난문자까지 올 정도로 야외활동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근처 경치가 좋은 카페를 가기로 했다. 제주도야 어딜가도 전망이 훌륭하지만 ‘허니문 하우스’는 푸르른 바다와 섶섬, 문섬이 한 눈에 들어오는 장소로, 정말 감탄사가 나올만한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허니문 하우스는 과거 파라다이스 호텔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됐지만, 현재 는 카페로 재단장했다. 전망이 좋고 핑크빛의 외벽이 화사한 느낌을 주고, 아름드리 나무로 조성된 산책로가 있어 음료 후 간단하게 산책하기 좋았다.
차 한 잔한 후 이중섭 거리로 갔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중섭 화가가 제주도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생가를 복원하고 기원하기 위해 미술관을 건립했다고 한다. 이중섭하면 떠오르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우리나라에 서 가장 비싼 작가, 그리고 소이다. 하지만 여기 미술관에는 아이들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았다. 작품 감상 후 점심을 먹으러 갔다. 이번에 고른 메뉴는 해물탕이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 날이 조금 쌀쌀해 고른 메뉴였다. 미리 검색해둔 곳으로 갔는데 역시 맛집답게 조그만 가게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기억나는 집’이라는 음식점이었는데 상호명이 상당히 감성적이라 ‘맛이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의구심은 해물탕이 나오자마자 눈녹듯 사라졌다. 해물탕 위로 살아있는 전복 십 여 마리가 꿈틀꿈틀 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물이 팔팔 끓고 한 숟가락 떠서 마셔보니 진하게 우려낸 맛이 난다. 해물이 다양하게 들어가진 않았지만 국물이 그야말로 끝내줬다.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나니 빗방울이 가늘어졌다.

 

그래도 제주도에 왔는데 오름은 하나 오르고 싶은 마음에 근처 오름을 검색해보니 보목포구 쪽에 제지기 오름이 있었다. 제지기 오름은 바다 바로 앞에 있는 낮은 오름이다.  10여분 정도 올라가면 정상에 다다를 수 있으며, 길도 그리 험하지 않아 쉽게 오를 수 있다. 조금씩 오는 빗방울을 맞으며 정상에 오르자 여러 운동기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오름이기 전에 마을사람들이 모여 가볍게 운동할 수 있는 동네 뒷산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동네 뒷산이 아니라 어느 유명한 산 부럽지 않는 모습이었다. 나무들 뒤로 세차게 몰아치는 파도의 모습과 손에 닿을듯한 거리에 있는 섶섬이 참 조화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에 여러 번 왔었지만 이렇게 여행 기간 내내 비가 온 적은 처음이었다. 처음 계획하였단 일정을 소화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비가 왔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는 것들도 많았다. 전망 좋은 카페들, 이중섭 미술관 등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즐길거리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다음에 제주도에 또 오게 된다면 야외에서만 있을 것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연구하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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