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추진해야”
“에너지전환,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추진해야”
  • 배성수 기자
  • 승인 2019.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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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호 에너지전환포럼 상임공동대표(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원장)

정부는 지난달 ‘에너지전환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과 국민 삶의 질 제고’라는 비전을 내세우며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에대한 국민적 요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현재 7% 수준에서 2040년까지 30∼35%까지 확대하는 등 지속가능한 에너지믹스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제 더 이상 에너지전환 정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에너지전환의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당면과제로 보여진다. 지난해 2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에너지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 해결에 동참하고자 각계 전문가와 시민사회, 산업계, 정치권 등이 소속과 당적, 분야, 이해관계를 모두 내려놓고 뜻을 모으고자 국내 최초 에너지전환 분야 오픈 플랫폼인 ‘에너 지전환포럼’이 출범했다. 포럼의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홍종호 서울대학교 교수를 만나 에너지전환 정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에너지전환포럼이 출범한 지 1년 조금 지났습니다. 그동안 추진한 주요활동과 평가 부탁드립니다.

사단법인 에너지전환포럼은 지난해 2월 ‘누구나 참여하고 모두가 소통하는 에너지전환 플랫폼’을 표방하면서 탄생했습니다. 포럼은 화석에너지와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체 계가 미래세대와 지구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인식해 에너 지절약과 효율향상 그리고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함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포럼은 세미나, 토론회 등을 통한 정책 제안과 정책입법에 대한 건의 및 지원, 정책 실현을 위한 시민들의 이해와 참여도 제고, 교육·출판, 전시·홍보사업 등을 계획하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에너지전환이 정책과 생활 영역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돼 왔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새로운 시대적 담론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지난 40년간 ‘값싼 에너지를 풍족하게 제공한다’라는 공급 중심 에너지 정책이 우리 사회와 경제를 지배해왔기 때문에 이를 바꾼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포럼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구성원은 각자의 영역에서 지속가능한 에너지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마음으로 열정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 여 동안 수십 차례 정책토론회 등을 개최했고 재생에너지 사업 관련 민원과 갈등 요소를 청취하며, 효율적이고 공정한 해법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히, 지난달부터 ‘에너지전환 청년프론티어’ 사업을 시작하며, 미래를 책임져야 할 청년들이 국내외 에너지 전환 현장을 탐방하고 스스로 연구를 통해 대안을 마련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우리 포럼이 그동안 열심히 달려 왔다는 사실에는 자부심을 느끼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국민 모두가 에너지전환의 대의에 동참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에너지전환 정책이 시작된 지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쳐져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과거 정부와 차별화되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을 꼽으라면 단연 에너지전환 정책을 들 수 있습니다. 에너지전환의 세계적 흐름을 생각한다면 정책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비중은 3.5% 정도로 이는 OECD 35개 국가들 중 가장 낮은 수준에 불과합니다. 예를 들어 경제성있는 광 잠재량이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8.5%, 321GW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총 발전설비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입니다.

덴마크나 영국, 일본 등을 보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크게 늘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포럼에서는 지난 4월 개최한 1주년 출범 기념식에서 에너지전환을 위한 5개 핵심 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요약하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전력직거래(PPA)와 규제합리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제어를 위한 석탄화력 발전 감축 △도심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경유세 정상화와 경유차 퇴출 △에너지 효율화를 통한 수요 감축으로 에너지소비 감소 및 일자리 창출 △지속가능한 에너지 미래를 위한 원전 감축과 안전 확보 등 입니다. 이러한 핵심 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방안을 도출하고 이를 지속적 이고 일관되게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의 보다 전향적인 정책 노력을 기대합니다.

일각에서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에너지전환 비전이 우리사회에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경제주체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는 이미 에너지전환을 통해 소비를 줄이고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원을 확보하며, 이 과정에서 많은 일 자리를 창출하고 산업경쟁력을 제고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메가트렌드에 비추어 보았을 때 우리 수준은 많이 뒤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며, 모든 경제주체들이 에너지전환을 위해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잠재량은 충분하며, 오직 제도와 인식이 부족할 뿐입니다.

예를 들어 2040년 총 전력소비 예상량 700TWh 중 재생에너지발전 40%를 위한 설비는 태양광 140GW와 풍력 40GW이며, 이를 위한 면적은 국토 전체의 2%면 충분합니다.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은 순수한 국산에너지로서 막대한 에너지 수입 비용 절감을 통해 국민경제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력계통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즉,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을 도시 등 수요처에 연결하는 송배전망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요구됩니다. 에너지전환은 앞으로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ESS 등의 공급가격 하락과 함께 국민 부담을 완화해 줄 것입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3차 에너지기본계획’과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에 대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운 면이 많습니다. 일각에서는 2040년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 30~35%는 비현실적 목표라고 주장하는데 사실 파리협약 지구온도 목표인 1.5~2℃ 이행을 감안한다면 많이 부족한 목표입니다. 나아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력뿐 아니라 산업, 수송, 건물에서 사용하는 최종 에너지의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야 합니다.

하지만 최종에너지를 기준으로 한 재생에너지 목표보다는 전력 분야에서의 목표만이 조명 받고 있습니다. 이는 최종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흐름과 동떨어진 것입니다.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은 전력소비가 많아지는 여름철에 주택용 전기요금을 인하하겠다는 내용으로 에너지 수요 관리를 최우선에 두어야 할 에너지전환 정책에 역행하는 조치입니다. 전기요금을 낮춘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전기를 더 많이 소비하도록 하는 것이고, 석탄발전과 원자력발전이 전체 발전량의 70% 이상인 상황을 감안할 때 전력믹스 차원에서도 에너지전환과 부합하지 않습니다. 2018년 주택용 누진제가 완화되면서 전년 대비 전기소비 증가율 은 6.3%로 전체 전기소비 증가율 3.6% 보다 약 두 배가량 높아졌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 대책으로 전기요금을 인하하면 에너지 소비량이 증가하며, 기후변화는 더 가속화되기 때문에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폭염에 취약한 에너지 약자 계층에 대한 냉방권 보장은 맞춤형 에너지 복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에너지 빈곤층은 에어컨조차 없는 가구가 많습니다. 가정과 마찬가지로 주로 냉방을 위해 전기를 사용하는 상업용 건물의 전기요금에는 누진제가 적용 되지 않으며, 전체 전기소비의 55%를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소비는 수많은 낭비요인이 있는데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듯 용도별 전기요금제의 불공정성이 국민들로 하여금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전기요금을 할인하면 전기소비가 많은 중상위층 가구에 상 대적으로 혜택이 많이 돌아갑니다. 전기소비를 통해 지구 환경과 국내 사회에 더 많은 사회적 부담을 지우는 가구가 더 큰 요금 할인 혜택을 받는 것은 모순입니다. 전기는 누구에게나 제공돼야 하지만 그렇다고 공공재는 아니며, 많이 사용할수록 사회적 비용을 양산하는 사적재인만큼 그에 비례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에너지전환으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요.

일부에서는 전기요금이 올라갈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이 석탄발전과 원자력발전보다 경제성 높은 대안이 되는 시점은 늦게 잡아도 2030년 이전입니다.

재생에너지  보급정책을 소규모 분산전원과 병행해 계획입지 형태의 대규모 재생에너지 개발을 병행한다면 2030년 이전 그리드 패러티(Grid Parity) 도달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따라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경우 전기요금이 폭등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전기 생산단가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불어, 현재 석탄발전소 7기와 원자력발전소 4기가 신규로 건설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당분간 전력공급 믹스의 변화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여 집니다.

문제는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너무 오랜 기간 동안 전력공급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전기요금에 전혀 반영하지 않거나 과소 추정했습니다. 전기요금을 낮게 유지해 산업 생산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정책목표 때문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엄청난 규모의 화석연료를 수입했고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공기 중에 배출했습니다.

경제발전 초기에는 산업경쟁력 유지 차원에서 이러한 정책이 의미가 있을 수 있으나 이제는 국민 삶의 질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석탄화력 발전에 따른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은 국민 건강의 위협 요인으로 자리 잡았으며, 원자력 발전은 안전문제는 물론, 핵폐기물처리에 따른 천문학적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본질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러한 집중형 발전방식이 야기하는 사회적 비용을 합리적으로 반영한 전기요금 체계를 확실히 구축 시킬 때가 됐습니다.

에너지전환 정책 성공의 최대 걸림돌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방향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두려움’과 ‘거부감’이라고 생각합니다. 1차 에너지의 95%를 수입하는 나라에서 지난 40년 동안 값싼 에너지를 풍족하게 쓰는 정책을 이어오며, 석탄발전과 원자력발전 중심의 집중형 발전방식을 고수해왔습니다. 이로 인해 사회 전반에 수요관리, 에너지효율, 분산형 등의 특징을 갖는 에너지전환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국민 모두가 피해를 보는 것 아닌가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봅니다.

또한, 기존 전통 에너지 체제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은 자신들에게 사회경제적 불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거부감을 갖고 있는 듯합니다.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스는 “변화가 힘든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것보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야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경구는 에너지전 환에 딱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세계는 에너지전환의 길로 들어선지 오래입니다.

우리 국민이 갖고 있는 에너지전환에 대한 두려움과 일부 이해관계자가 느끼는 거부감을 극복하고 사회와 경제를 보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정립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정책에 대한 일관성과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일관성과 자신감은 능력과 용기에서 나옵니다. 에너지전환을 이루기 위한 큰 방향과 구체적인 정책 대안에 대한 분명한 비전과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에너지전환 정책 성공을 위한 포럼의 주요역할과 향후 추진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에너지전환 정책이 성공하려면 당장 다음 두 가지 핵심 정책이 필요합니다.

첫째, 에너지를 사용하는 경제 모든 분야의 구조 변화를 추진해야 합니다. 전력 소비구조 효율화를 위한 전기요금체계 개선, 신축 건물의 제로 에너지화는 물론 기존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그린 리모델링 정책, 경유차 퇴출 및 적극적인 전기차 공급 정책, 재생에너지 생산과 송배전에 적합한 전력시장 변화가 중요합니다.

둘째, 재생에너지 입지와 주민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불필요하고 불합리한 규제를 개혁해 합리적으로 제도를 구축하고 에너지전환과 관련하여 정부 부처 간 정책 충돌과 비효율성을 혁파하는 등 세부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 포럼이 에너지전환을 통해 사회 상생협력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에너지전환은 세계적인 대세이자 시대적 소명인데 우리나라는 최소 10년 이 상 뒤쳐져 있습니다. 에너지전환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나감으로써 국민과 국토 그리고 후손이 행복한 나라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빠르고 바르게 전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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