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전환 속도전 돌입과 대한민국의 현주소
글로벌 에너지전환 속도전 돌입과 대한민국의 현주소
  • 한병화
  • 승인 2019.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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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❶ 서론

교토의정서가 발효된 2004년 이후 유럽은 2020년까지 20%의 재생에너지를 확보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불가능해보였던 2020시나리오는 3032로 업그레이드 됐으며, 영국이 G7 국가 최초로 2050년 탄소배출 순제로를 법제화하는 등 최근에는 2050년 100% 재생에너지 시대가 선언되기 시작했다.탄소배출 순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에너지원의 재생에너지화는 물론, 교통, 농어업, 제조업 등에서도 탄소배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영국의 경우 100% 무탄소 전력생산을 위해서는 약40%에 달하는 천연가스발전을 대체해야 한다.
오랜 기간 천연가스발전은 석탄발전보다 깨끗하다는 이유때문에 대안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영국의 경우에서 보듯 이제 천연가스마저 브릿지 에너지원으로서 역할을 다해가고 있다.

❷ 본론
유럽은 글로벌 에너지시장의 전환을 견인하는 선두주자 역할을 넘어 최근에는 더 고삐를 죄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유권자들의 압력이 최근 진행된 유럽의회 선거결과에 고스란히 나타났기 때문이다.

유럽의회에서 녹색당의 의석수가 늘어난 것은 물론, 중심국가인 독일에서도 녹색당이 2위 정당으로 뛰어올랐다. 심지어 선거 이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녹색당이 선호 정당 1위를 차지했다. 이 결과에 놀란 집권당(CDU/CSU 연합)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영국이 채택한 탄소배출 제로는 물론, 탄소세를 도입하기 위한 논의도 유럽차원에서 시작됐다. 폴란드 등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들이 찬성하고 있어 유럽전역이 2050년을 전후로 100% 재생에너지, 탄소배출 순제로의 지역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단일 국가로는 세계 최대의 에너지 및 전력시장인 미국의 상황도 중요하다. 특히,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지칭하며 재생에너지보다 석탄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떠들어대는 트럼프가 집권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상대로 트럼프는 파리기후변화 합의에서 탈퇴를 선언했고, 오바마가 도입한 클린파워플랜과 자동차 연비규제 등을 잇따라 무력화시키고 있다. EPA(환경청)와 DOE(에너지부)를 통해 석탄과 화석연료업체들을 위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고, 담당기관들을 통해 관련업체들에게 보조금까지 주려고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반환경적인 정책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미국의 재생에너지 산업은 악영향을 받고 있지 않다. 주 원인은 오바마가 도입한 풍력, 태양광 등에 대한 보조금 5년 연장 효과와 캘리포니아, 뉴욕 등 주요 주들의 재생에너지 도입 확대 정책들 때문이다.

오바마는 미국 풍력과 태양광 시장의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PTC(Production Tax Credit, 생산세액공제)와 ITC(Investment Tax Credit, 투자세액공제)를 기존 1년 단위에서 5년간 연장으로 확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풍력은 적정 PTC를 수령하기 위한 설치수요의 확대가 2021년까지 예상되고, 태양광도 적정 수준의 ITC를 받기 위한 설치수요의 증가가 2023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의 반환경적인 정책에 반대하는 주들의 재생에너지 확대정책들도 미국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실례로 캘리포니아는 지난해에 2045년까지 100% 클린에너지 확보를 확정했다. 캘리포니아가 발표한 이후 뉴멕시코, 네바다, 뉴욕 등 7개 주와 워싱턴DC, 푸에르토리코가 도입했다. 향후 미국의 최소 17개 이상 주들이 100% 클린에너지, 재생에너지, 탄소배출 순제로 등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들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 주들은 대부분 민주당이 아성인 주들이고, 지난해부터 트럼프의 자동차 연비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소송을 같이 진행 중이다. 경제규모가 큰 주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어 미국 전체 GDP 규모의 40~50%가 트럼프에 반대하는 친환경에너지 정책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의 연방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재생에너지 시장은 견조한 성장이 지속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에너지시장이 화석연료 중심에서 재생에너지로 더욱 빨리 전환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 확보와 전 산업의 그린화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시장의 성장초기에는 각국 정부들의 강제적인 정책지원이 중요했다. 발전차액 제도, 세금감면 등으로 재생에너지 성장의 생태계를 조성해주기 위한 정책들이 20년 이상 지속됐다. 하지만 이제 풍력,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원들은 보조금이 필요 없을 정도로 경제적인 면에서 화석연료들을 능가하고 있다.

유럽, 미국, 중국, 인도 등 재생에너지 설치가 많은 지역의 대부분에서 천연가스, 석탄, 원전 등에 비해 발전단가가 낮은 상태로 진입했다. 풍력은 터빈의 대형화, 태양광은 셀과 모듈 제조기술의 발전으로 연간 발전효율이 상승하면서 단위당 발전단가가 낮아지고 있다. 반면에 석탄, 원전 등은 안전과 환경 규제에 따른 비용증가로 발전단가가 상승하는 추세다. 재생에너지의 유일한 단점인 간헐성 문제도 ESS(에너지저장장치)의 등장으로 극복되고 있어 구시대 에너지원들의 영역은 점점 축소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전환의 속도가 빨라지는 또 다른 이유는 전 세계 산업의 그린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늘어나는 인구의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에너지원들도 연속적인 생산을 지원하기 위한 역할만 하면 됐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인류의 위기감이 고조되며 근본적인 수정이 요구되고 있다. 만들어지는 최종 제품들도 친환경적이어야 하고 투입되는 전력 등 모든 요소들 역시 환경이 우선시 되어야하는 상황이다. RE100(Renewable Energy 100%)에 가입하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숫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이 이러한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사용하는 에너지원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달성하겠다고 선언하는 모임인 RE100에 참여하는 기업수는 올 연말 안에 200개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처음에는 이미지를 위해서 참여했지만 최근에는 재생에너지 발전단가의 하락과 비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규제비용 상승 등으로 RE100을 실천하는 것이 지속성장을 위한 기본 요건이 되어 가고 있다. 대한민국은 재생에너지 확보와 관련한 산업 육성에 있어서는 OECD 국가 중 가장 경쟁력이 낮은 상태였다. 석탄발전과 원전이 국내 전력산업의 50~60%를 차지한 반면 순수 재생에너지 비중은 1~2% 수준이었다. 다행히 현 정부가 에너지전환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아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첩첩산중이다. 주요 현안들은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도입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풍력, 태양광 설치 확대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입지, 법적 규제 완화 ▲재생에너지 설치에 따른 주민들과 갈등 관리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밸류체인의 국내업체 육성전략 등이다.

국내 에너지 다소비 대기업들은 대부분 중간재를 생산해서 유럽, 미국 등에 수출하는 사업구조다. 앞서 언급한대로 유럽 대부분 국가와 미국의 주요 주들도 제조업까지 탄소배출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당연히 수입국의 업체들에게도 일정수준의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RE100에 가입한 해외 대기업이 국내업체에도 부품납품 시 재생에너지로 생산할 것을 권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정시점이 지나면 권고가 아닌 의무사항이 될 것이고 대처하지 못하는 업체는 공급업체에서 탈락될 것이다. 상황이 엄중함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상황은 변화에 대처하기 어렵다. 한국전력의 독점적인 사업구조로 기업들이 원하는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마음대로 조달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❸ 결론

대표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를 막기 위해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태양광 중심의 국내 재생에너지 설치량 증가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단기간의 양적성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성장 여부다.

태양광과 풍력 모두 입지제한과 관련된 규제가 속속 부과되고 있고, 온갖 가짜뉴스로 주민들의 수용성도 답보되어 있는 상태이다. 또한, 체계적인 산업의 육성부터 이루어지지 않아 국내 관련업체들의 경쟁력은 향상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단기간에 개선되지 않는다. 하지만 첫걸음부터 시작해야하고 반드시 거치고 넘어가야할 과정이다. 정부, 청와대, 국회, 전문가, 지자체, 기업 등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에너지전환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하루속히 만들어야 한다.

정부 내부에서는 산업부, 환경부, 농림수산부, 해양수산부, 산림청 등이 제각각의 규제를 도입하고 있는 상황을 극복해야한다. 주민들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갈등해결도 중심이 되는 관리자가 필요하다. 산업의 육성이 수반되지 않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모래성에 집을 짓는 것이다. 100% 재생에너지가 뉴노멀이 된 세상에서 관련 핵심기술을 가진 기업들의 확보는 대한민국의 에너지자립과 직결된다.

에너지전환을 단지 환경문제로만 보던 시대는 지났다. 국가, 기업, 국민 모두가 에너지전환을 하지 않으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해 에너지전환을 진두지휘할 컨트롤타워의 존재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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