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의 미술관, 뮤지엄 산
산 속의 미술관, 뮤지엄 산
  • 최빈 기자
  • 승인 2019.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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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가끔은 미술관에 가고 싶을 때가 있다. 2~3년에 한 번 정도는 미술관이나 사진전시회에서 작품 감상을 한다. 볼만한 전시회는 어떤 것이 있을까 검색을 하던 중 특이한 미술관 하나를 발견했다. 전시된 미술품도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이라는 생각이 더 들게 만든 미술관인 ‘뮤지엄 산’이다.

뮤지엄 산은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 리조트 내에 자리 잡은 미술관이다. 서울에서 원주까지 생각보다 가깝기도 하고 차도 막히지 않아 집에서 출발한 지 1시간 20분만에 도착했다.

뮤지엄 산은 산 속에 감춰진 미술관이란 콘셉트로 만들어 졌다. 미니멀한 건축물의 대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해 더욱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미술관을 한 번 둘러 보고나니 ‘건축 장식을 최소화하고 심플하게 건축자재 그대로를 표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철학을 반영하듯 뮤지엄 산에는 미술품이 다닥다닥 붙어있지 않다. 대신 넓은 공간에 큰 조각품들이 자연과 함께 공존하고 있다.

표를 끊고 입구를 통과해 처음 나오는 곳은 플라워 가든과 조각공원이다. 뮤지엄 산에 도착하고 느낀 점은 유독 높은 담벼락들이 줄지어 있다는 점이다. 플라워 가든에 다다르기 전까지도 높은 돌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다가 입구를 지나자 넓은 광경이 펼쳐졌다. 이를 스크린 기법이라고 한다. 시각 효과를 극대화 하는 하나의 건축 기법이다.

플라워 가든에는 80만 송이의 붉은 패랭이꽃과 180 그루의 하얀 자작나무가 있다. 그래서인지 플라워 가든에 입장하자마자 향긋한 꽃내음이 진동할 정도로 물씬 났다. 그리고 드넓은 꽃밭 위에 조각품이 하나 있는데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는 H빔을 이용한 작품이었다. 마크 디 수베로의 ‘제라드 먼리 홉킨스를 위하여’란 작품으로 수많은 꽃과 작품 너머로 보이는 산, 그리고 그 한가운데 있는 조각품이 정말 잘 어울렸다.

그렇게 여러 작품들을 관람하고 워터가든으로 이동했다. 워터가든에 도착하자 자연스럽게 탄성이 나올만한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다. 잔잔한 물 위로 미술관과 ‘아치형 입구’라는 대형 조각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물이 너무나 맑고 투명하여, 인도의 타지마할이 물에 비치듯 이곳의 조각품과 미술관 또한 물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었다. 빨간 대형 조각품은 마치 신비의 세계로 안내하는 출입문처럼 느껴졌다. 워터가든은 뮤지엄 산 내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이다. 배경이 훌륭해 사진이 잘 나오기 때문이다.

미술관의 첫 전시실은 페이퍼 갤러리로 종이 박물관이었다. 종이의 기원이 되는 파피루스의 온실이 입구에 있어 페이퍼 갤러리의 시작을 알린다. 종이의 역사, 만드는 과정, 종이로 만든 다양한 예술작품들을 볼 수있다. 갤러리의 하이라이트는 국보 제277호인 ‘초조본대방광불화엄경주본’이다. 발음조차 어려운 이 인쇄본은 줄여서 화엄경이라 불리는데, 고려 현종 때 부처님의 힘으로 거란의 침략을 극복하고자 만든 초조대장경 가운데 하나다. 온통 한자로 되어 있어 대부분 읽을 수가 없고 내용도 알 수 없었지만, 천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보관상태가 양호할 뿐 아니라 활자가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김환기 작가 '무제'

다음으로 한국 추상화 갤러리로 이동했다. 이곳에는 72억 원의 가격으로 우리나라 미술품 경매 역사상 2위의 기록을 갖고 있는 김환기 작가의 ‘무제’가 있다. 2m가 넘는 거대한 캔버스 위로 붉은색 점이 무한히 반복되는 작품이다. 어떠한 의미인지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기하학 단순함 너머’라는 전시회는 삼각형, 사각형, 원 등 다양한 기하학 이미지를 미술로 구현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스톤 가든으로 가기 전 백남준 관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작품을 감상했다. 비디오 아트와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인 백남준 선생은 우리나라가 배출한 최고의 예술가다.


뮤지엄 산에는 ‘클래식 차량, 혼합 매체’라는 작품이 있었다. 낡은 클래식 차량 안에 한복을 입은 여성과 상체가 텔레비전으로 꾸며진 남성이 뒷자리에 앉아있는 작품이다. ‘전통을 상징하는 한복과 과학 기술을 상징하는 텔레비전으로 만들어진 인간이 함께 차를 타고 나아간다’라는 의미의 작품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간 곳은 스톤 가든이었다. 신라 고분을 모티브로 만든 스톤마운드로 돌무덤 같은 것이다. 작품마다 전라도, 제주도 이렇게 우리나라의 지역이 표기되어 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여 있고, 스톤마운드 주변에 나무들과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생각 없이 산책하기에는 딱 좋았다. 답답한 서울을 벗어나 무공해 청정 지역인 강원도 산 속에서 여러 미술 작품들을 즐기며 산책하는 것은 우리나라 그 어디에서도 경험해 보지 못할 것이다.

백남준 선생 클랙식 차량, 훈합 메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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