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규모는 달랐다…중국 전력산업의 현재를 엿보다
대륙의 규모는 달랐다…중국 전력산업의 현재를 엿보다
  • 이승희 기자
  • 승인 2019.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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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에너지, 전체 에너지 소비 구조의 22.1% 차지
보조금, 인센티브 정책 취소 … 넓은 영토 HVDC 안성맞춤
중국하북성 장가구시 장북현 장북초원 풍력발전소
중국하북성 장가구시 장북현 장북초원 풍력발전소

폭염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우리나라만큼 8월의 베이징 역시 무더웠다. 중국 남성들이 웃옷을 벗고 다니는 것이 납득이 됐다. 대부분 건물에서 에어컨을 켜놓지 않았다면 견디지 못했을 터다. 궁금해졌다. 인구수 1위를 자랑하는 나라는 여름철 전력량을 어떻게 감당할까? 재생에너지 증가라는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시장은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하북성 장가구시 장북현 장북초원에 위치한 풍력단지 등 중국 전력설비들을 방문하며 궁금증은 해소됐다.

장북초원에 위치한 풍력발전기
장북초원에 위치한 풍력발전기

드넓은 땅, 질 좋은 바람 … 지난해 발전량, 1억 1000만KWh

장북(张北, 장베이) 일대는 광활한 초원으로 목축업이 발달해 말, 소, 노새, 양 등을 키우고 있으며 쇠고기와 양고기 생산량이 전국 상위에 속한다. 장자커우 제방의 장북, 상이(尚义), 캉바오(康保), 구위앤(沽源) 4개 현과 청더(承德)제방의 펑닝(丰宁), 웨이창(围场) 2개 현을 포함하며 총면적은 20만㎢를 넘는다.

초원이라 기본적으로 풍력 자원이 풍부한 데다 전력 수요가 높아 시장성이 좋다. 그리드에 연결하기까지의 과정도 잘 준비된 상태라 풍력발전소를 건설하려는 업체들이 먼저 선정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풍력발전과 관련한 인력도 다른 지역보다 쉽게 구할 수 있다.

발전기들은 풍력단지 내 사무 업무를 담당하는 건물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양과 젖소들이 방목되어 살아가는 초원이다 보니 자연 속에 발전기가 놓여있다. 근처에는 민가도 보이지 않았다. 곳곳에 뱀이 나오니 주의하라는 설명에 다소 긴장했지만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한여름임에도 서늘할 만큼 온도가 낮았고 불어오는 바람의 질도 제법 좋았다.

장북초원 풍력단지는 1단계 풍력발전기 25대가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발전량은 1억 1,000만kWh다. 그리드 연결 문제로 작동 전인 2단계 발전기 25대가 운영될 경우 충 발전량은 현재의 2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최대 규모인 탐라해상풍력의 연간 발전량이 8,500만kWh(8만 5,000MWh)인 점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수치다.

타워 내부에서는 터치패널을 통해 실시간 바람의 속도, 평균 속력, 발전기의 회전 속력, 블레이드의 회전 속력, 출력, 환경 온도 등의 요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상주 인원은 패널을 통해 수동으로 블레이드 각도를 조정할 수 있다. 설비 이상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사무실의 상주 인원이 곧바로 조치를 취한다고 한다.

기풍(棄風·이미 설치된 풍력발전 설비가 가동되지 못하는 비율) 현상도 현재는 10%까지 제어되고 있다. 하나의 발전소에서 10%까지 제어될 경우 정부에서는 다른 발전소들에도 똑같은 수치를 나타낼 것을 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발전소 간의 큰 편차는 없는 편이다.

발전소 매니저는 “풍력발전소를 운영할 때 기풍은 무섭지 않다. 8%의 수익률만 유지하면 장기간 발전소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전력 수요량에 맞게 설비를 가동하고 가동하지 않는 장비는 유지보수를 해 필요할 때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전력과학원 내 시뮬레이션센터
중국 전력과학원 내 시뮬레이션센터

풍력발전의 자유경쟁 시대 개막 … 인재 배출도 적극적

중국의 2018년 청정에너지(수력, 원자력, 풍력 등) 사용률은 전체 에너지 소비 구조의 22.1%를 차지한다. 총 누계 발전 설비 용량은 209.53GW로 전년 대비 11.2% 성장했다. 특히 전세계 15위 안에 드는 납품 업체 중 무려 8곳이 중국 기업이다. 이미 기술력 측면에서도 글로벌 시장의 인정을 받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세에 힘입어 풍력발전 장비 제조업체들도 연구개발을 강화하면서 기술은 진보하고 있다. 제품 모델이 풍부해지고 있으며 정밀화, 개성화, 맞춤화 등의 요소들도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지난해 중국 에너지국에서 발행한 ‘2018년도 풍력발전소 건설관리 요구에 대한 통지’ 문서다. 해당 문서는 향후 풍력발전이나 태양광발전에 대한 보조금과 인센티브 정책을 취소하고 점차 화력발전과 같은 가격으로 경쟁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풍력발전소 자유경쟁 시장의 서막이 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중국의 풍력발전은 이미 평가식 시대에 진입했다. 보조금이 점차 낮아지고 있으며 2020년에는 풍력발전과 화력발전이 서로 비슷한 가격대로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계자들은 2021년 중국의 육상 풍력발전이 전면 평가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부응하듯 해상풍력발전도 발전을 거듭할 예정이다. 2018년 중국 정부가 국내 해상풍력발전의 프로젝트를 허가한 규모는 42.1GW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 재건 중인 프로젝트는 34개다. 향후 3년간은 해상풍력발전의 비약적인 발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가장 부러웠던 점 중 하나는 넓은 땅과 많은 인구가 고스란히 풍력발전 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실례로 대학교에 전기 전공과목을 개설해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에서 전기 전공과목을 개설한 대학이 가장 많은 나라가 중국이다. 전기인이 많아질수록 중국이 지닌 경쟁력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 전력생산 관련 모형도
중국 전력생산 관련 모형도

초고압송전 ‘HVDC’ … 중국 풍력발전의 핵심으로 ‘우뚝'

땅의 넓이와 인구수는 비례하지 않는다. 중국 영토의 6분의 1을 차지하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인구수가 적은 편이다. 또한 전력 사용량과 소모량도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신규에너지 발생량이 가장 많은 지역이 서쪽이라면 전력 소모량이 가장 많은 곳은 동쪽이다. 북경을 중심으로 한 화북지역, 상해를 중심으로 한 화동지역, 홍콩 주변의 주강델타 지역 등의 동남부 쪽에서 전력을 가장 많이 소모하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초고압송전인 HVDC다.

HVDC란 고압의 교류전기를 직류로 바꿔 송전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송전효율이 좋아 먼 거리에 전기를 보낼 때 주로 이용된다. 중국의 넓은 영토는 HVDC를 활용하기에 가장 큰 장점이다. 수천km를 연결하는 HVDC를 이용하면 전력이 많이 생산되는 지역에서 소모량이 많은 지역으로 전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전력 낭비가 심했던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필요한 곳으로 옮겨 수익 창출도 꾀할 수 있게 된다.

중국전력과학원(CEPRI) 관계자는 “청정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곳은 경제가 낙후한 곳이 많다. 이런 곳에서 청정에너지를 발전해 다른 지역으로 전송할 경우 일자리 창출의 효과가 있다”며 “전력소모량이 많은 곳에서 청정에너지가 없을 때 화력발전을 선택해야하는데, HVDC를 활용하면 화력발전소 추가설치를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구조를 조정하는 것은 불가피한 추세다. 중국은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이 향후 30년간 현재의 10배 정도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2035년 화력발전의 설비용량은 현재의 30% 정도로 감소할 것이며 2040년에 이르러서는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이 주 에너지 원천이 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2050년에는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의 설비용량이 전체 발전 설비용량의 60%까지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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