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용 가스터빈 국산화 시대 열었다
발전용 가스터빈 국산화 시대 열었다
  • 이승희 기자
  • 승인 2019.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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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연 협력 통해 기술개발 성공사례…약 10조 원 수입대체 효과 기대
2026년까지 연 매출 3조 원, 연 3만 명 이상 고용 유발

에너지전환으로 인해 석탄 화력 발전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한 발전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한국전력공사가 발표한 지난해 기준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에서 LNG는 원자력을 제치고 2위 발전원으로 올라섰다. 다만 LNG 발전의 핵심기술인 가스터빈이 모두 외국산 제품들이었던 탓에 가스터빈 국산화는 언젠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국책과제로 개발 중인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초도품을 공개하면서 가스터빈 국산화의 길이 열렸다.

기계공학의 꽃 ‘발전용 가스터빈’…고도의 기술 필요
일본 등 네 국가만 기술 보유…전량 해외 수입
두산重, 별도 R&D 센터 설립 등 가스터빈 주력 사업 위해 꾸준한 노력

발전용 가스터빈은 ‘기계공학의 꽃’이라 불릴 정도로 여러 분야에서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최신 가스터빈은 ▲1,500℃ 이상의 가혹한 운전조건에서 지속적으로 견디는 ‘초내열 합금 소재 기술’ ▲복잡한 형상의 고온용 부품을 구현하는 ‘정밀 주조 기술’ ▲대량의 공기를 24:1(최신 압축기 모델 기준)까지 압축하는 ‘축류형 압축기 기술’ ▲배출 가스를 최소화하는 ‘연소기 기술’ ▲압축기/연소기/터빈의 핵심 구성품을 조합시키는 ‘시스템 인테그레이션 기술’ 등이 조화된 최고 난이도 기계기술의 복합체로 미국·독일·일본·이탈리아 등 네 국가만이 발전용 가스터빈 독자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국내 발전소에서 운영되고 있는 가스터빈은 총 149기로 전량 해외 기업 제품이다.

가스터빈 구매 비용 약 8조 1,000억 원에 유지보수·부대비용·기타비용 약 4조 2,000억 원을 고려하면 약 12조 3,000억 원이 들어간다. 2017년 말 발표된 8차전력수급기본계획과 노후 복합발전소, 석탄발전소 리파워링을 고려하면 가스터빈이 필요한 신규 복합발전소는 2030년까지 약 18GW 규모로 건설될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발전용 가스터빈 독자 모델을 보유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질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이 1조 원, 정부가 약 6,000억 원을 투자해 발전용 가스터빈 DGT6-300H S1을 개발했다. 이번 국책과제에는 두산중공업과 함께 21개의 국내 대학, 4개의 정부출연 연구소, 13개의 중소·중견기업과 발전사가 함께 참여하고 있어 산·학·연 협력을 통한 기술 개발의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개발한 DGT6-300H S1 모델은 출력 270MW, 복합발전효율 60% 이상의 대용량, 고효율 가스 터빈이다. 부품 수만 4만여 개에 이른다. 가스터빈 내부에 450개가 넘는 블레이드(날개)가 있는데 블레이드 1개 가격이 중형차 1대 가격과 맞먹는다. 또한 가스발전(LNG)의 초 미세먼지(PM 2.5) 배출은 석탄발전의 8분의 1, 직접 배출되는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의 대기오염물질은 석탄발전의 3분의 1 이하 수준으로 친환경 운전이 가능하다.

특히 이번 개발 성공으로 18GW 복합발전소 증설에 국내산 가스터빈을 사용할 경우 약 10조 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된다.

이번에 공개한 국책과제 모델은 한국서부발전이 추진하고 있는 500MW급 김포열병합발전소에 공급돼 2023년부터 상업 운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이 모델 외에도 시장 변화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최신 사양의 후속 가스터빈 모델 (380MW급), 신재생 발전의 단점으로 꼽히는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100MW급 중형 모델 개발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IHS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 (CERA)는 전 세계적으로 2018년부터 2028년까지 총 432GW의 가스발전이 신규 설치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유지보수, 부품교체 등 서비스사업까지 고려하면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을 회사의 주력 사업으로 키우고자 꾸준한 노력을 기울였다. 창원 본사는 물론 미국 플로리다, 스위스 바덴에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개발을 위한 별도의 R&D센터를 설립했다. 또한 1,0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창원 본사에 정격부하(Full Speed Full Load) 시험장을 준공했다. 이곳에서 3,000개 이상의 센서를 통해 가스터빈의 진동, 응력, 압력, 유체와 금속의 온도를 모니터링하는 등 종합적인 성능시험을 진행할 수 있다.

가스터빈 서비스 시장 공략도 일찌감치 준비하고 있다. 가스터빈 제조사들은 기기 공급뿐만 아니라 공급 후 유지보수, 부품교체 등의 서비스 사업을 통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2017년에는 미국에서 가스터빈 핵심부품에 대한 정비, 부품교체, 성능개선 등 서비스 사업을 운영하는 DTS(Doosan Turbomachinery Services)를 인수했다. DTS는 현재 국내 상업 운전 중인 대부분 가스터빈 모델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국내외 적극적인 수주 활동을 통해 2026년까지 가스터빈 사업을 연 매출 3조 원, 연 3만 명 이상의 고용 유발 효과를 창출하는 주요 사업으로 육성해나갈 계획이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은 “격변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다각화하는 노력을 펼쳐왔는데, 오랜 노력 끝에 발전용 가스터빈을 개발하게 됨으로써 매우 중대한 하나의 결실을 맺었다”면서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해 다른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놓을 것”이 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가스터빈 개발은 국내 230여 개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하는 산업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가스터빈 국산화의 노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관련 기관과 함께 중형 가스터빈 국산화에 나서고 있다. 에기평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형 가스터빈은 총 206대가 신규로 설치됐으며 이 중 지난해에 설치된 것만 50대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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