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폐배터리 ESS로 변신한다
전기차 폐배터리 ESS로 변신한다
  • 이훈 기자
  • 승인 2019.1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리튬이온 배터리 처리 문제 대두 … 지자체 협조 · 규모 경제 마련 필요
1차 수명 다한 전기차 폐배터리 용도 변경 후 10년 이상 사용 가능

전기자동차 시장의 성장세가 무섭다.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에 판매된 전기차의 숫자는 총 8만 1,000대가 넘는다. 하반기에는 10만 대 달성도 무난해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는 뜨겁다. 에너지 시장 분석업체인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 시장이 2030년쯤 3,000만 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으로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문제였던 환경 문제는 감소하겠지만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바로 전기차 노후화로 인한 리튬 이온 배터리 처리문제다. 최근 자동차 업체들이 리튬 이온 배터리 활용 해결책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주목하고 있다.

2025년 재활용 배터리 물량 205년 29GWh
전기차 배터리 안전 최우선 설계, 재활용 효율 높아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전기차 재활용 배터리 물량이 2016년 0.1GWh에서 2025년 29GWh로 급증하며 이 중 10GWh 가량이 ESS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활용하는 방법 중 가장 쉬운 것은 배터리에서 리튬, 코발트 등 희귀금속을 다시 추출하는 것이다. 단 이 방법은 환경과 경제성 양면으로 좋지 않은 방법이다. 전기차에서 사용이 끝났더라고 배터리의 수명이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7~8년 정도 사용해 1차 수명이 다한 전기차 배터리의 용도를 변경해 재활용하면 초기 용량의 70~80% 수준에서 10년 이상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동차의 특성상 혹독한 사용 환경을 감안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설계해 재활용 효율이 매우 높다.

특히 환경 이슈가 전 지구적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폐기물 재활용 관련 정책적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점도 전기차 배터리 ESS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다. 독일, 영국, 중국 등은 제품 생산자에게 폐기물 회수 및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도입하고 있으며 국내 또한 구매 보조금을 받은 전기차 배터리는 폐차 시 해당 지자체에 반납하도록 하는 규정 마련을 논의하고 있다.

노후화된 전기차의 배터리를 모아 ESS를 만들고 만들어진 ESS는 가정과 기관 등에 전기
를 공급한다. 현대차 제공

 

현대차그룹, 관련 기업과 협업 추진
BMW코리아, 전기차 배터리를 재사용한 친환경 충전소 열어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한 ESS 개발을 본격화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 폐배터리 처리 문제를 가장 친환경적으로 해결할 방안 중 하나가 바로 에너지저장장치”라며 “미래 혁신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고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신재생 에너지 시장에 새롭게 진출하겠다는 목표”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ESS 관련 핵심 기술과 사업 역량을 갖춘 글로벌 전문기업과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의 전략적 협업을 추진한다.

지난 6월 세계적인 에너지기업 핀란드 바르질라와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맺었다. 또 OCI와 업무협약을 맺고 자체 개발한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에너지저장장치를 한국 공주시
와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OCI의 태양광발전소에 설치해 양사가 함께 실증 분석과 사업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ESS를 북미 상업용 태양광발전소에 연계해 실증사업을 시작함과 동시에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분산발전 사업모델 발굴을 시작한 것이다.

BMW 제주 e-고팡 충전소 [BMW 코리아 제공]

 

BMW코리아는 제주도에 국내 최초로 전기차의 배터리를 재사용하는 친환경 충전소 ‘e-고팡’을 열었다. 제주도 방언으로 저장소를 뜻하는 ‘고팡’이란 단어를 차용한 ‘e-고팡’은 제주도의 풍력 발전으로 얻은 전기 에너지를 저장 할 수 있는 전기차 충전소다. 프로젝트 기획과 추진을 맡은 BMW 그룹 코리아는 2014년 국내 출시된 BMW의 i3차량의 중고 배터리를 공급했고 ㈜제주전기자동차서비스는 e-고팡의 운영을 맡는다. 전문기업인 ㈜케이씨에스글로벌와 중앙제어㈜는 각각 배터리 컨테이너와 배터리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급속 및 완속 충전기를 제공했다.

e-고팡 설립은 신재생 에너지를 중고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해 에너지를 공급하는 국내 최초의 전기차 충전소라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교체한 배터리를 그대로 재사용해 사용기한을 5년 이상 연장할 수 있는 이번 사례는 향후 전기차 관련 산업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BMW 그룹은 2017년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에 자동차에 사용된 적 있는 중고 배터리 700개를 재활용한 15Mwh 규모의 에너지 저장시설을 구축한 경험이 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외국계 기업인 BMW그룹 코리아와 제주특별자치도, 에너지와 전기차 충전 관련 국내 전문기업이 자발적으로 협업해 전기차 산업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육성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단 전기차 배터리를 ESS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현행 보조금 체계 하에서 떼어낸 중고 배터리는 보조금을 지급한 지자체의 소유로 귀속된다. 뿐만 아니라 규모의 경제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는 자동차 세그먼트, 크기, 주행 특성 등에 따라 모양과 탑재 위치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ESS로 재활용할 때 설계적인 제약이 존재한다”며 “결국 비용 최소화를 위해서는 단일 차종, 모듈 단위 이상의 배터리를 가공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에 도달한다. 즉,판매량이 높은 전기차 모델이 ESS 사업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