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혁신의 콜라보레이션(feat. 홍어)
자연과 혁신의 콜라보레이션(feat. 홍어)
  • 배성수 기자
  • 승인 2019.1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② 한국전력 전남 나주 본사 가는 길

※ 본 연재는 독자들이 전기 · 에너지 기관이나 설비를 방문할 때 근처에 있는 볼거리, 먹거리, 체험거리 등을 함께 들러볼 수 있도록 주변 관광지나 맛집 등을 소개하는 코너이다.

전라남도 나주는 한국전력공사, 전력거래소,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16개 공기업이 둥지를 틀고 있다. 공기업들이 있는 빛가람시는 2007년 11월 착공을 시작으로 2014년 12월에 부지 조성이 마무리됐다. 총 면적 736만 1,000m2의 면적에 1조 4,175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으며 전국 10개의 혁신도시 중 가장 규모가 큰 신도시로서 두 자치단체의 상생협력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2020년까지 500개 에너지밸리 기업유치를 목표로 현재 300개 기업을 돌파해 향후 성장성 가능성은 더욱 크다.

용산역에서 나주역까지 KTX를 이용하면 2시간 10분정도 소요되지만 ‘에너지, 풍경을 품다’ 취재를 위해 연비가 좋은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운전해 나주로 향했다. 아침 일찍 출발해 서해안고속도로, 천안-논산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 등 여러 고속도로를 3시간 이상 쉼 없이 달리자 나주IC가 나타났다. 자동차 연비는 20km/ℓ를 훌쩍 넘어 하이브리드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나주 공기업의 중심인 한전에서 취재 업무를 마친 후 차를 타고 10분 거리에 있는 전라남도 산림자원연구소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산림자원연구소는 도립 연구소로서 산림생태계나 임업에 관련된 연구를 하는 곳이다. 1993년 8월 전라남도 임업시험장과 치산사업소가 통합돼 산림환경연구소로 출범했으며 1998년 완도난대수목원이 추가로 통합됐다. 이후 2008년 7월 15일 산림자원연구소로 명칭이 변경됐다.

차에서 내리자 자연에서 나오는 피톤치드가 느껴졌다. 피톤치드는 식물을 의미하는 피톤(Phyton)과 살균력을 의미하는 치드(Cide)가 합성된 말이다. 사람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고 말초 혈관을 단련시키고 심폐 기능을 강화하며 기관지 천식과 폐결핵 치료, 심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또 피부를 소독하는 약리 작용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소 안으로 들어서자 눈앞에 메타세콰이어길이 펼쳐져 있었다. 길 입구에 있는 ‘메타세콰이어길 건강이용법’ 표지판이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을 향한 친절로 느껴졌다. 피톤치드를 더 느끼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약간 더운 날씨와 낮은 오르막길로 인해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가끔 불어오는 바람에 땀이 사라지자 상쾌한 기분이 느껴졌다. 그동안 도심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도 함께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매일 이 길을 출근하는 직원들이 부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약 500m의 길을 걷자 산림자원연구소 건물이 등장했다. 연구소 건물 뒤에는 산림치유센터도 있었다. 예약제로 운영되다 보니 방문 당일에는 이용할 수 없어 아쉬움이 컸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홍가사나무, 사철나무, 동백나무 등이 있는 상록원 경치를 즐기며 정문으로 돌아왔다. 정문으로 돌아오는 길에 백송, 나한백, 은행나무 등 40여 종을 구경할 수 있는 침엽수원과 화목원 등을 감상했다. 시간 관계상 갈 수 없었던 석산향기길, 대나무숲길, 석산오름길 등 총 세 가지로 구성된 트래킹코스는 이곳을 다시 한 번 찾아오고픈 충동을 느끼게 했다.

1시간 산책으로 필자는 활력과 안정감 등을 얻었지만 산림자원연구소에는 아무것도 주지 못해 미안했다. 입장료가 무료이기 때문이다.

산림자원연구소와 1km 떨어져 있는 다도 도래 한옥마을로 향했다. 도래마을은 영산강 유역에서 고대로부터 이어지는 다양한 문화유산을 간직한 대표적인 ‘전통한옥마을’이다. 뒷산의 맑은 물이 세 갈래로 흘러내려 ‘내 천(川 )’ 자 형국을 이루는 까닭에 ‘도천(道川)’이라 했으며 천의 우리말인 ‘내’가 발음의 편의상 ‘래’로 바뀌어 지금의 ‘도래마을’이 됐다고 전해진다.

마을 입구에는 영호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영호정은 당시 학당으로 중종 때 남평현감으로 재직한 휴암 백인걸 선생이 고을의 학문을 진작시키고 백성들을 가르치기 위해 건립했지만 현재는 관광객들이 휴식을 취하는 곳으로 변했다. 실제 방문 당시에도 몇 명의 관광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양벽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양벽정은 도래마을 중심지로 이름처럼 푸른색 기와로 지어져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현재도 사람들이 살고 있어 조용히 동네를 살펴본 후 나주호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주호는 다도면 대초리에 있는 인공호수로 나주댐(일명 대초댐)에 의해 조성됐다. 길이는 496m이고, 높이는 31m이며, 체적은 112만 8,000m3이다. 유역면적 1만 470ha, 만수면적 780ha, 저수량 9,058만m3의 국내 최대의 농업용 저수지다.

차를 타고 나주호 전체를 한 바퀴를 돌았다. 드라이브 코스로 안성맞춤일 것 같았다. 약 10분 정도 달리자 전망이 좋은 곳이라는 표지판이 나타났다. 주차 후 주위의 풍경을 감상했다. 잔잔한 호수의 물결이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는 느낌이었다.

평화로운 마음을 간직한 채 혁신도시로 차를 돌렸다.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빛가람호수공원을 가기 위해서였다. 빛가람호수공원은 혁신도시의 중심에 있는 곳으로 배메산을 중심으로 서쪽의 호수와 동쪽의 꽃창포 군락지, 외곽의 녹지지역으로 구분된다. 배메산 정상부에 위치한 빛가람전망대는 20.7m 높이로 세워져 있어 나주혁신도시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2016년 7월 개관한 빛가람전망대는 빛가람도시의 경관과 함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총 7층으로 지어졌으며 지상 2층의 전시동과 지상 5층의 전망타워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빛가람호수공원에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가족 단위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전시동에서 전망타워동까지 걸어서 이동할 수도 있지만 혁신도시의 장관을 감상하기 위해 모노레일을 이용했다. 모노레일은 96m코스로 편도 1,000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전망타워동에 도착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갔다. 한전과 한전KPS 사옥 등 혁신도시에 들어선 공기업들의 사옥이 한눈에 들어왔다. 전망타워동에서 다시 전시동으로 내려올 때는 중국 장가계의 돌미끄럼틀을 벤치마킹해 제작한 돌미끄럼틀을 이용할 수 있다. 이 또한 요금은 1,000원으로 15초 만에 내려올 수 있다고 하니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았다.

밖으로 나가기 전 직원의 안내를 받아 전시동 1층에 있는 빛가람혁신도시 전시관을 관람했다. 전시관은 도시홍보관과 이주민기념관으로 나뉘어 있었다. 도시홍보관은 약속된 미래 빛가람 혁신도시를 안내했다.

관람하던 중 엘리베이터처럼 생긴 스페이스 드롭에 발을 멈췄다. 약간의 대기 후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빛가람혁신도시 전망대와 주요 건물을 조망한 후 전망대에서부터 수직으로 상승해 우주까지 도달한 뒤 다시 수직으로 하강해 현재 위치로 돌아오는 영상을 감상했다. 이주민기념관에서는 혁신도시의 건설로 인해 사라진 금천‧산포 일대의 마을 풍경과 이주한 주민들의 일상을 추억할 수 있었다.

전라남도 대표 음식인 홍어를 저녁으로 먹기 위해 영산포 홍어거리로 이동했다. 영산포 선창가 일대의 홍어거리는 식당과 택배로 판매하는 홍어 전문점 30여 곳이 성업 중에 있어 홍어의 시큼한 냄새가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사격 2관왕을 달성한 진종오 선수 사인이 있는 식당에 들어가 홍어삼합을 주문했다. 국내산을 시키고 싶었지만 얇은 지갑 탓에 칠레산을 맛보기로 했다. 기본반찬으로 홍어애와 홍어전이 나왔다. 홍어애는 얼핏 보기에 햄을 잘라놓은 모습과 비슷했다. 따뜻한 홍어전을 입으로 넣자 홍어의 톡 쏘는 맛이 순식간에 퍼져 나와 다시 코로 내뿜어졌다.

톡 쏘는 맛을 가시고자 물로 입을 헹구고 있을 때 메인메뉴인 홍어삼합이 나왔다. 홍어삼합은 삭힌 홍어와 삶은 돼지고기, 묵은 김치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함께 먹는 음식이다. 영산강 홍어삼합은 기존 3가지 음식에 김을 더했다. 음식들을 칸칸이 쌓아 올려 초장을 찍어 한 입에 넣었다. 3가지 음식과, 초장, 김이 어우러져 오묘한 맛이 입안 가득히 퍼졌다. 딱 막걸리 한 사발이 간절했다.

식사 후 소화를 시키고자 영산강 주변을 산책한 후 다시 서울로 향했다. 이번에 소개하는 전남 나주가는 길은 자연에서 주는 피톤치드,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움, 풍성한 먹거리까지 행복함이 가득한 취재 길이었다. 나주를 처음 내려갈 당시에는 혁신도시의 공기업들을 빼고는 아무것도 없는 도시로 생각됐지만 취재를 마치고 올라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혁신도시와 자연이 함께 하는 다시 한 번 꼭 오고 싶은 장소로 마음속에 자리 잡혀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