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시설 우후죽순처럼 증가…인허가 기준 재검토해 합리적 판단 할 것”
“재생에너지 시설 우후죽순처럼 증가…인허가 기준 재검토해 합리적 판단 할 것”
  • 이승희 기자
  • 승인 2019.1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승진 전기위원회 위원장

 

 

2001년 4월 전기산업의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을 위해 문을 연 전기위원회는 전기 소비자의 권익 보호와 전기사업자 및 소비자 간 분쟁을 조정하며 전력시장의 불공정 행위와 시장력 남용행위를 견제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9월 산업통상자원부는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를 신임 전기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강 신임 위원장은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전력거래소 비용평가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고, 현재 한국산업기술대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가다. 3년 동안 전기위원회를 이끌 강 위원장을 만나 앞으로의 각오와 국내 전력산업의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전기위원회 위원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려운 시기에 위원장을 맡은 것 같습니다. 모든 사안이 정치적 또는 사업적 이해관계와 얽혀있다고 생각됩니다. 여러가지 현안은 산적해 있는데 확실한 해결 방안이 나오지 않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이에 의견들을 종합해 잘 조율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또 최근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기위원회 회의를 진행하면 해당 안건 처리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이 막상 현장에서는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자체와 주민 간 협의해야 할 내용도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의견을 수렴해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 됩니다.


일반인들에게 전기위원회가 생소할 수 있습니다. 전 기위원회의 소개 및 역할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일반인들은 전기위원회와 함께 자연스레 전기요금을 떠올리는 것 같습니다. 전기요금을 인상 및 인하할 때 전기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기위원회에서는 전기요금뿐 아니라 다양한 안건들을 검토합니다. 전력사업자, 즉 전기사업자들에 대한 발전, 판매, 송배전 관련 전체 사업 인허가 건도 전기위원회에서 통과되어야 합니다. 분쟁 조정 역시 위원회의 일입니다. 전력시장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나아가 감독의 기능까지 위원회에서 맡고 있습니다. 전기위원회가 맡은 역할이 큰 이유입니다.

 

그동안 에너지 분야에서 어떠한 활동을 하셨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설립 초창기에 중장기수급전망 모형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외국 전문가들에게 배운 뒤 자료들을 업데이트해 에너지 수급 전망 관련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 협상에서 정부 쪽 대표로 나간 적이 많습니다. 프랑스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해 공부 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한국산업기술대학교에 에너지 대학원이 만들어질 당시, 학교 측은 경제학 전공자를 원했습니다. 제가 한국산업 기술대학교에 몸 담게 된 이유입니다. 이후 학교에서 에너지 관련 인력 연구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석유, 온실가스, 전기 등 다양한 문제들을 연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주체인 각종 위원회에도 자주 참석했습니다.

 

위원장님이 경제학을 전공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제학과와 다른 에너지 분야에 관심을 가진 이유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특별한 계기는 없습니다. 당시 경제적 사정 때문에 유학 계획이 무산됐고 정부 출연 연구소에 취업하고자 결심했습니다. 마침 에너지 분야에서 인력을 많이 충원하고 있었습니다. 1983년 당시만 해도 고유가 시대였으므로 관련 분야의 수요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입사하게 되었고 제 적성과 맞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입사하게 되었으나 필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프랑스 국비 유학 사업 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프랑스에서 에너지, 환경, 온실가스 분야를 공부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약 36년 넘게 에너지 분야의 업무를 수행 중입니다.

 

재생에너지 3020 등 국내 에너지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이 에너지 전환의 기폭제가 됐습니다. 그전까지 재생에너지는 늘 부족했으며 가격도 비쌌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발표를 기점으로 사업성이 있다고 생각한 사업자들이 업계에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에 REC(재생에너지공급 인증서)가 넘쳐나 재생에너지 가격이 내려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가장 큰 이슈인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발전 허가를 받고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 사업자들도 있습니다. 특히 지자체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허가를 지연시킵니다. 이는 재생에너지 시장이 나빠지는 상황을 야기하게 됩니다.

시장 논리에 따라 장기적으로 REC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문제는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입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전기사업이 전기위원회의 허가를 받기만 하면 가능해졌다는 점입니다. 상황에 따라 사업자별로 평가를 하다 보면 민원이 빗발치고 업무 효율성도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허가요건과 관련 된 체크리스트를 통과하기만 하면 위원회는 사업자에게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REC 가격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도나도 재생에너지 사업을 벌이겠다고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1970~1980년대 주택 난개발을 보는 기분이 듭니다. 이러한 상황을 조절할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국내기업이 ‘RE100’ 캠페인에 쉽게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만약 참여하게 된다면 어떠한 변화가 생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RE100(Renewable Energy 100%)은 상장기업들의 탄소 정보를 공개하는 탄소 정보 공개 프로젝트(CDP)에서 처음 시작됐습니다. 순수 민간 기업들이 소비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자발적 캠페인입니다. 처음에는 정보 공개 차원에서 시작됐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 배경으로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재생에너지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수력까지도 재생에너지로 인정되고 있을 정도로 선택지도 넓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기존 전기요금으로 저렴한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으며 오히려 ‘생색내기’ 좋은 상황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시장제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우 재생에너지 구매와 관련한 다양한 방법이 존재합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아직 재생에너지 단가가 비쌀뿐더러, 살 수 있는 마땅한 제도가 없습니다.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는 것은 발전사업자뿐입니다. 일반 소비자는 살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살 수 있게 되어야 하는데, 소비자가 재생에너지를 사게 된다면 재생에너지 수요가 올라가면서 REC 가격도 함께 상승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강요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RE100은 어디까지나 민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캠페인이기 때문입니다.

 

위원장이 되시기 전 전기요금 현실화를 많이 언급하셨습니다. 전기요금 현실화의 필요성과 그 이유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학계에 있을 때의 주장은 ‘제값을 받자’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전력이 독점기업이다 보니 정부의 규제를 받는 것인데, 사실 독점 공기업의 가격 결정 원칙은 ‘원가보상주의’가 아닐까 생각 합니다. 원가의 적정투자보수율 (회사의 이윤율)은 보장되는 수익이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최근 한전이 계속 적자를 내고 있다는 건 원가보다 전기요금이 싸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한 전이 가진 자산, 재투자 등을 감안한다면 적자는 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어느 정도 적정 규모의 흑자가 나야 투자와 보수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전력산업이 발전하는데 재투자나 투자재원은 꼭 필요합니다. 과거처럼 발전소를 짓지 않더라도 송전망 지하매설, 송배전망 보강 등 여러 가지 투자요인들이 존재합니다. 전기요금의 경우 공급 원가에 적정 투자 보수를 보장해주는 수준에서 결정됐으면 좋겠습니다.

 

전기위원회 위원장은 물론 에너지 전문 대학원도 이끌고 계십니다. 위원장을 겸임하면 에너지 전문 대학원 일에 소홀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을 것 같습니다. 두 가지 일을 어떻게 해내실지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전기위원회 위원장은 비상근직입니다. 상근이라면 당연히 대학원 일을 그만둬야 했을 겁니다. 하지만 전기위원장 직무는 파트 단위로 하는 것이고, 전임자들도 모두 겸임을 하였습니다. 대신 전기와 관련해 맡고 있던 각종 위원회의 위원직을 모두 사퇴했습니다.

비용평가위원회는 임기가 끝났으며, 분쟁조정위원회와 전력정책심의위원회 등을 모두 사퇴했습니다. 학교 업무의 경우도 활동 일부를 줄였습니다. 특히 전기 쪽은 모두 정리해 향후 전기위원회 업무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전기위원회를 이끌어 가실 각오와 함께 주요 계획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평소 전기위원회에 대한 관심은 많았습니다. 과거 비용평가위원회 위원장도 맡았었고 공청회도 자주 갔었습니다. 다만 위원회에 들어가 중책을 맡고 보니 상당히 할 일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원회는 위원장 혼자 결정하지 않습니다. 9명의 위원이 함께 결정합니다. 다만 위원장부터 스스로 현실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현장을 자주 나갈 예정입니다. 지금까진 책으로 읽고 책상에서만 말했다면, 앞으로는 그것들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할 것입니다.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들이 너무 우후죽순 격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인허가 기준들을 재검토해서 좀 더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민원을 고려해 어떻게 주민 수용성을 높일지 고민해볼 것입니다. 전기위원회 사업 허가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하면 바로 민원이 들어오곤 합니다. 지자체, 지역 주민, 때로는 개인이 아닌 다수가 민원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볼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