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비 반영시장의 현황 및 개선 방향
변동비 반영시장의 현황 및 개선 방향
  • 박종배
  • 승인 2019.11.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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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❶ 도매전력시장의 이해

우리나라 도매전력시장은 그림 1과 같이 전력을 판매하는 발전회사와 송배전회사 역할을 동시에 겸하는 판매회사인 한전과 소수의 구역전기사업자가 전력을 거래하고 있다. 도매시장에 전력을 판매하는 공급자로는 공기업인 6개 발전 회사와 다수의 민간 발전회사, 수많은 신재생 발전회사, 잉여전력을 판매하는 자가용설비 등으로 구성된다. 도매전력시장에서 전력을 구매하는 수요 즉, 판매회사는 한전이 현실적으로 독점하고 있다. 일정 자격을 갖춘 대규모 소비자는 도매시장에서 직접 전력을 구매할 수 있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고 불확실성이 적은 한전으로부터 전부 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전은 도매시장에서 구입한 전력을 소비자에게 종별로 판매하고 있으며 이를 소매시장이라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소매경쟁은 없고 발전경쟁만이 존재하므로 소비자의 전력시장 참여와 선택권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도매전력시장의 시장가격 결정 및 발전사업자 보상은 기본적으로 비용을 바탕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이를 비용기반 전력풀(CBP, Cost Based Pool)로 부르고 있다. CBP는 에너지시장의 시간대별 계통한계가격(SMP, System Marginal Price) 용량에 대한 보상 체계인 용량요금(CP, Capacity Payment), 보조서비스 보상기준(ASP, Ancillary Service Pyment) 등을 포함하고 있다. 2018년 실적을 살펴보면, 총 정산금은 50조 7,029억 원 수준이며 이 가운데 전력량정 산금 81.7%, 용량정산금 12.1%, 기타 정산금 6.2%를 점유하고 있다. CBP 시장에서 결정되는 제반 비용의 경우 용량요금은 연 단위, 연료비는 월 단위, SMP는 하루 전에 한 시간 단위로 결정된다.

 

가격결정 발전계획은 거래 하루 전 오후 3시에 수립되는데 발전기의 제반 변동비용(연료비, 기동비 등)과 발전기의 기술적 특성 등을 고려해 예측된 익일의 시간대별 수요를 대상으로 발전기 기동정지계획과 경제급전을 수립한다. 이를 바탕으로 시간대별 한계발전기를 도출한 이후, 이의 비용으로부터 SMP가 하루 전에 결정된다. 이후 시장가격(SMP)의 갱신은 없으며 제반 제약의 고려와 더불어 수요와 공급의 변화를 반영해 운영발전계획과 실시간 계통운용을 한다. 운영발전계획과 실시간 운영을 위해 고려하는 제반 제약은 예비력 확보에 따른 제약, 열공급 제약 및 연료 제약, 송전망 제약 등으로 구성된다. 실시간 급전 이후 계량 및 정산과 대금 수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시장운용과 계통 운영 사이의 괴리는 발전기의 출력 변동 즉, 하루 전 가격결정계획에서 결정된 출력과 실시간 계통운영 출력 사이의 차이가 상당히 커지게 된다. 소위 부가정산금(Uplift)이 상당히 많아지는 비효율성을 가지게 된다. 하루 전 계획 발전량과 실급전 발전량을 반영한 에너지시장과 용량시장의 정산 기본 원칙은 표 1과 같다. 단, 용량요금은 입찰용량을 바탕으로 결정된다.

에너지시장에서 결정된 시간대별 SMP, 입찰량, 가격결정과 실급전 발전량을 바탕으로 정산에 대한 기준금이 결정되지만 석탄발전을 상당 보유하고 있는 공기업 발전회사 및 민간석탄발전 등에 대해서는 규제가격의 일종인 정산조정계수가 적용된다. 이는 기본적으로 석탄발전기의 초과이윤을 일정 수준 회수한다는 의미를 가지며 환경정책, 에너지정책 등으로 시장 원리가 완전히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이윤에 대한 수익 규제의 일환이다.

❷ CBP 주요 이슈 및 개선 방안

2001년 이후 우리나라 도매시장에서 적용되고 있는 CBP는 매우 독특한 형태이며 세계적으로 유사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의 전력시장(CBP)은 모든 발전기의 비용 결정과 시장 참여를 강제하고 규제하는 제도이다. 이는 전기 요금의 안정화, 발전사업자의 게이밍 방지와 독과점 사전 방지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발전사업자가 설비 건설과 운용 전략을 능동적으로 수립하지 못한다는 점, 발전사업자와 판매회사인 한전의 변동성이 극대화된다는 점, 전력사업과 관련된 제반 복잡한 문제를 규제하는데 소요되는 행정 비용이 극대화되는 점, 그리고 규제의 한계 등 많은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특히 가격이 하루 전에 결정되고 제약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계통운용과 독립되어 부가정산금(Uplift) 수준이 높아지므로 곧 시장 효율성이 떨어짐을 의미한다. 제반 제약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가격은 일반적으로 저평가되며 원자력과 석탄 등의 기저발전기가 LNG 등의 일반발전기보다 높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가. 가격결정계획과 계통운용의 분리

우리나라 전력시장의 전력가격(SMP)은 하루 전 예측된 수요를 바탕으로 발전기의 제약만 고려해 시간대별로 결정된다. 이러한 방식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문제점을 가진다. 첫째, 연료비 및 열간기동비용만을 비용 기준으로 고려하는 것 즉, 가격 입찰과 발전기의 제반 다른 비용이 현실적으로 고려되지 않는 점이다. 둘째, 예비력과 송전제약 등의 전력계통 관련 제약과 환경제약 등이 고려되지 않아 실제보다 가격이 저평가된다는 점이다. 셋째, 실 급전 시간에 정보가 갱신되지 않아 하루 전의 가상 가격이 지속된다는 점 등의 단점을 가진다. 이는 곧 발전사업자보다는 판매사업자, LNG와 같은 일반발전기보다는 석탄 및 원자력 등의 기저 발전기에 유리한 방식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발전사업자가 스스로 관련 비용을 결정하는 가격입찰제도(PBP, Price-based Pool)의 도입이 점진적으로 필요하다. 발전사업자는 연료비, 발전기 특성, 성능저하, 환경비용, 지역자원시설세 등을 고려해 입찰가격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되 초기에는 입찰 상하한 범위를 고려하는 제한적인 방식이 필요할 수 있다.

가격입찰제도를 도입할 경우 열공급 및 연료제약 등을 별도로 고려할 필요가 없으므로 이와 관련된 제반 비용이 감소하는 편익을 가져올 수 있다.

다음으로 실시간 시장의 개설을 통해 현행 하루 전 시장만을 가지는 제반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즉, 하루 전 시장이나 실시간 시장과 같이 이중 정산시스템을 구축하되 두 시장 모두 가격 결정시에 제약을 고려해야 한다. 이는 재생 에너지 변동성 등의 실제 수급여건을 반영한 시장가격체계 도입을 통해 자원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고 유연성 자원의 수익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우선은 실시간 시장을 먼저 개설하고 이후 당일시장의 개설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CBP시장에서 전력시장가격은 송전제약(단, 육지와 제주의 HVDC 제약은 고려하고 있음)은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 전력시장에서는 송전제약을 고려해 하루 전 및 실시간 시장가격(LMP, Locational Marginal Price)을 결정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장기적으로 안전도 제약기반 기동정지계획과 경제급전 모델을 활용해 모선별 시장가격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충청권과 영동권 같은 지역 송전제약 등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와 유사하게 환경 급전에 따른 석탄의 출력저하 등은 가격 결정과 보상 방식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 실제 발전과 연계해 시장 가격과 보상 방식을 결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나. 보조서비스 시장의 정상화

국내 전력시장에서 계통운영보조서비스(AS, Ancillary ervice)는 전력계통의 신뢰성, 안정성 및 전기품질의 유지 그리고 전력거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전기사업자가 제공하는 주파수조정, 예비력, 무효전력 및 자체기동 등으로 구분되어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계통운영보조서비스에 참여하고자 하는 발전사업자는 해당 발전기의 주파수추종 운전범위, 부동대, 속도조정률, 자동발전제어 운전범위 등에 대한 보조서비스 특성자료를 제출해야 하며 전력거래소는 제출된 자원의 특성자료를 기반으로 보조서비스 확보를 위한 요구조건을 반영해 운영발전계획 및 실시간 급전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예비력을 제공하는 자원에 대해 시장가치 기반으로 보상하는 보조서비스 시장이 없다. 현 보조서비스 시장은 기회비용을 정확하게 평가해 산정하는 해외 방식과는 달리 예산 배정액 기준으로 보조서비스 형태별로 일정액을 적절하게 배분하여 보상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제공하는 유연성 자원은 불리한 반면, 석탄발전기와 같은 기저발전기는 예비력 제공에 따른 기회비용을 COFF 방식으로 보상받기 때문에 오히려 유리하다.

단기적으로는 보조서비스 유형별로 보상 수준을 점진적으로 정상화할 필요가 있으며 에너지신기술, 가스터빈 등 실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원에게 그 혜택이 집중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보조서비스의 서비스 형태별로 가격입찰을 받아 수요와 공급에 기반하는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 물론 이는 에너지시장과의 동시 최적화 과정을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 또한 제약비발전의 형태로 보상받는 비용은 연계되어 줄일 필요가 있다.

다. 일반발전기의 계약시장 도입

현재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기본적으로 현물시장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공기업의 경우 정산조정계수 제도를 통해 소유 발전기(원자력, 석탄, LNG 복합, 열병합 등)에 대하여 일정 수익률을 보장받고 있으며 민간 석탄의 경우에 대해서도 계약의 일환인 정산조정계수가 적용되고 있다. 또한 신재생발전기도 사업자가 원할 경우 의무사업자와 장기계약을 추진할 수 있다. 기타 일부 부생가스도 정부승인차액계약을 맺고 있다. 따라서 현재 어떠한 계약도 없는 설비는 민간 LNG 발전기와 집단에너지의 열병합발전기 뿐이다.

향후 수년간 시장가격은 상당 수준 하락할 개연성이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백업할 수 있는 LNG 발전 및 열병합(CHP)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다. 따라서 유연성을 제공하고 분산전원의 기능을 하는 LNG 복합 및 열병합(CHP)에 대해 장기계약을 도입, 발전시장의 안정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에너지시장 및 보조서비스 시장 현실화도 정부나 한전의 큰 부담은 없을 것이다. 즉, 발전사업자, 판매회사, 소비자 등 모두 이득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시장을 진화할 수 있다.

신규 발전기의 경우 경매를 통해 장기계약을 맺을 필요가 있다. 여기서 투자비만 대상으로 하는 방법도 있고 총괄원가를 대상으로 하는 방법도 있으며 각기는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향후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라. 용량 확보 메커니즘

우리나라는 용량시장의 도입 대신에 용량요금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투자 및 공급안정성 확보의 측면에서는 용량요금 제도가 유리하지만 시장 효율성의 측면에서는 용량시장이 보다 유리하다. 따라서 안정성과 효율성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 정부의 정책에 기반해 향후 용량 메커니즘에 대한 진화를 고려하여야 한다. 다만 우리나라는 전력시스템이 외국과 연계되어 있지 않고 소비자가 안정적 전력공급을 매우 선호한다는 측면에서 당분간 효율성보다는 안정성 기반의 정책 유지가 필요하다.

❸ 결론 및 제언

현재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매우 규제가 심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전환을 지원하는 기능 등이 매우 취약하다. 시장가치의 확보보다는 전기요금이나 구입전력비의 안정화에 집중되어 있다. 또한 현재 제도는 기저발전기인 원자력과 석탄에 매우 유리한 방식이다. 가격 결정에 송전망 제약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수도권과 같이 부하 중심지역에 위치하는 발전기나 비수도권에 위치하는 발전기 사이의 가치와 가격의 차이가 거의 없게 나타난다. 송전망 제약으로 일부 기저발전기가 발전을 하지 못할 경우에도 기회비용의 일환인 제약비발전비용이 지급된다. 반면, 계통 등의 사유로 추가 발전을 하는 일반 발전기는 자기 비용도 회수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LNG 등 일반발전기의 경우 발전을 할수록 수익성이 좋아져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렇지 않다.

다양한 방식의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계통 제약 등으로 추가 발전에 대한 발전기에 대해서는 비용회수와 더불어 일정 수준의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며 환경비용 등을 시장가격 결정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보조서비스를 제공하는 신기술이나 발전기에 대한 현실화도 시급한 실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가격입찰제도의 도입, 실시간 시장과 다중 정산시스템의 도입, 제약을 반영한 가격 결정 등의 단계적 도입이 필요하다. 현재의 시장제도로는 에너지전환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상당히 제한적이므로 가능한 빨리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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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한 2020-04-10 11:32:28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