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가고 싶은 전북 고창
아이와 함께 가고 싶은 전북 고창
  • 이훈 기자
  • 승인 201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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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KEPCO 전력연구원 고창전력시험센터 가는 길

※ 본 연재는 독자들이 전기·에너지 기관이나 설비를 방문할 때 근처에 있는 볼거리, 먹거리, 체험거리 등을 함께 들러볼 수 있도록 주변 관광지나 맛집 등을 소개하는 코너이다.

전라북도 서남단에 위치한 고창. 고창하면 풍천장어, 복분자 등 남자들이 좋아할만한 스테미너 음식들만 떠오른다.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경험한 고창은 아이가 생각나는 곳이었다.

서울 강서에서 출발해 서해안고속도로만 약 3시간 달렸다. 서해대교를 달리며 바다를 감상하고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가 열린 행담도 휴게소에서 개그우먼 이영자로 인해 유명해진 소떡소떡도 먹었다. 특히 쭉 뻗은 고속도로에서 마음껏 속력을 낼 수 있어 간만에 운전의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고창IC로 나와 한국해상풍력이 구시포항 가까이 설치한 서남해풍력단지로 이동했다. 고창 상하면에 위치한 구시포항은 1989년부터 지방어항으로 개발해왔으며 1999년 국가어항으로 지정됐다. 이와 함께 2014년부터 2018년까지는 부지 25만 205㎡에 911억 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기반시 설인 방파제, 물량장, 부지조성 등과 체험어장, 청소년 교육장, 생태 체험장, 축제거리로 조성됐다. 주변 경치가 아름다워 해양수산부에서 선정한 ‘아름다운 어촌 100선’에 뽑혔으며 울창한 송림과 넓고 단단한 모래사장을 갖춘 구시포 해수욕장과 해수찜이 유명하다. 

구시포항 바로 옆에는 동호 해수욕장을 이어주는 명사십리길이 있다. 명사십리길은 구시포항에서 용두마을까지 이어지는 해안 십리 길이다. 십리는 약 4km로 상당히 긴 길이다. 차를 타고 해안가길을 달리자 가슴 속이 뻥 뚫렸다. 단 여름이 아닌 가을이라 멋진 풍경은 감상하지 못해 아쉬웠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상하농원

아이들과 걷고 싶은 학원농원

명사십리길을 달리는 것을 중간에 포기하고 바로 옆에 있는 상하농원으로 차를 돌렸다.

매일유업 공장 바로 옆에는 상하농원이 위치해 있었다. 상하농원은 전북 고창군 상하면 9만 9173㎡(약 3만 평) 대지에 자연과 사람이 공생할 수 있는 건강한 농촌을 꿈꾸며 조성된 농어촌 테마공원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고창군, 매일유업의 공동 투자로 조성된 상하농원은 2008년 첫 삽을 뜬 이후 8년이라는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2016년 4월 공식 개장했다. 좋은 먹거리를 짓고 세상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가치를 전하기 위해 ‘짓다, 놀다, 먹다’라는 콘셉트로 조성된 상하농원은 장인들이 공들여 건강한 식료품을 만드는 공간인 공방, 방문객들이 직접 먹거리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체험교실, 공방에서 만들어진 제품과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공간인 농원상회와 파머스 마켓, 자연의 건강한 맛을 경험할 수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 그리고 자연과 어울려 동물들과 교감할 수 있는 동물 농장까지 한곳에 어우러져 있는 매력적인 여행 공간이다. 이에 관람객들도 2017년 13만 명, 2018년 15만 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20만 명이 찾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입장료  8,000원을 내고 들어가자 유럽의 아름다운 농원을 연상케 하는 이국적인 풍경들이 눈을 사로잡았다. 건물 외관의 컬러, 재질은 물론 창호 등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농원의 자연과 조화를 이뤘으며 자연과 잘 어우러진 건축물들은 유럽을 닮아 이국적인 운치를 더했다.

멋진 풍경과 함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었다. 체험교실에서는 매일 건강한 식재료로 빵, 소시지 등을 직접 만들어보며 그 과정을 경험하고 우리 먹거리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다양한 먹거리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소시지 체험, 밀크빵 체험, 동물쿠키 체험, 과일모찌 체험(시즌) 등의 체험 프로그램은 상하농원 공식 홈페이지 및 전화문의를 통해 사전 예약 후 참여할 수 있다.

또 동물 교감 체험 프로그램도 제공했다. 상하농원에 살고 있는 미니 돼지, 면양, 산양, 송아지는 물론 자유롭게 지내는 젖소들에게 다가가 직접 만져볼 수 있으며 동물들에게 여물주기·우유주기 체험도 할 수 있다. 방학, 휴가 시즌을 맞아 삼시세끼에도 소개됐던 장호어촌체험장에서의 갯벌체험을 통해 백합조개, 접시조개 등의 조개류도 잡을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가자 나무 외벽과 크고 작은 자연석 석벽, 곧은 지붕의 건축미가 돋보이는 건물이 하나 보였다. 지난 해 개관한 ‘파머스빌리지’였다. 파머스빌리지는 팜스테이(Farm Stay·농장 체험)를 즐길 수 있는 다목적 호텔로 총 3층 높이에 41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1박2일로 놀러오면 참 좋을 것 같았다.

아이들과 못 온 아쉬움을 남긴채 상하농장에서 나와 학원 농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학원농장은 봄이면 청보리로 가을이면 메밀꽃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다.  청보리밭 산책로는 ▲마중길(15분) ▲노을길(15분) ▲님그리는길 (15분) ▲농장길(30분) ▲보리밭 사잇길(30분)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산책로마다 포토존이 있어 사진 찍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실제로 사진을 찍어 액자로 만들어주는 사진사도 있었으며 몇몇 커플들은 셀카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이들과 함께 못온 아쉬움은 학원농장에서 더욱 커져 갔다.

청동기 시대를 보고 경험하는 고인돌 유적지

불교문화재에 멋진 자연경관은 ‘덤’…선운사

학원농장에서 나와 고창IC로 가는길 고인돌 유적지 안내판이 보였다. 고창고인돌유적은 ‘세계에서 가장 밀집 분포된 고인돌 군집’으로 다양한 크기의 고인돌이 발견됐다고 한다.

차를 주차한 후 매표소 앞으로 갔다. 입장료 3,000원을 내자 고창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고창사랑상품권’ 1,000원짜리 2장을 다시 내주었다. 고창사랑상품권은 고창 지역에서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다.

매표소 옆쪽으로 고인돌박물관이 보였다. 3층으로 구성된 이 박물관은 청동기 시대의 각종 유물 및 생활상과 세계의 고인돌 문화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1층에서는 매 시간마다 15분 분량의 4D 영화를 상영한다. 박물관을 나와 조금 걷자 선사인의 생활모습을 보여주는 선사마을이 꾸며져 있었다.

선사마을에서 약 10분정도 더 걷자 죽림 선사마을이 나왔다. 죽림 선사마을은 청동기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마을 안 움집으로 들어가자 어로 체험, 도구 만들기 등의 체험활동을 할 수 있었다. 마을을 지나자 고인돌들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필자가 본 곳은 고창 고인돌 유적 제3코스로 바둑판식 37기, 개석식 50기, 기타 41기 등 총 138기가 밀집해 있었다.

아이들과 역사 공부하기에 참 좋은 곳이었다. 단 걷기에 너무 넓은 곳이기 때문에 무더운 여름은 피하고 꼭 시간별로 움직이는 모로모로 탐방열차를 타고 이동할 것을 권장한다. 모로모로 탐방열차를 타지 못해 너무 많이 걸어 다음코스는 포기해야만 했다.

서울을 올라가기 전 고창에서 제일 유명한 선운사에 들리기로 했다. 기독교 신자라 딱히 절에 대해 관심이 없지만 유명한 곳이라고 하니 온 김에 가보기로 했다.

선운사는 선운산 도립공원에 위치해있다. 곳곳에 기암괴석이 봉우리를 이루고 있어 경관이 빼어나다. 차를 타고 내려 선운사 입구까지 걷는 내내 노점들의 호객행위로 인해 다소 불편했다. 노점들이 있던 길을 지나자 선운사 입구에 도착했다. 입장료 3,000원을 내고 선운사로 향했다.

노점들 때문에 불편했던 마음이 물소리, 새소리 등으로 안정되기 시작했다. 선운사의 창건에 대해서는 신라 진흥왕이 창건했다는 설과 백제 위덕왕 24년(577)에 고승 검단(檢旦, 黔丹)선사가 창건했다는 두 가지 설이 전해지고 있다. 첫 번째 설은 신라의 진흥왕(재위기간 540∼576)이 만년에 왕위를 내주고 도솔산의 어느 굴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는데, 이때 미륵 삼존불이 바위를 가르고 나오는 꿈을 꾸고 크게 감응하여 중애사(重愛寺)를 창건함으로써 이 절의 시초를 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이곳은 신라와 세력다툼이 치열했던 백제의 영토였기 때문에 신라의 왕이 이곳에 사찰을 창건하였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시대적·지리적 상황으로 볼 때 검단선사의 창건설이 정설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선운사에는 동백나무 숲, 장사송 등의 천연기념물과 대웅보전, 고창 선운사 소조비로자나삼불좌상, 지장보살좌상 등 보물 문화재가 보관되어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눈으로 담고 조용한 절을 거닐자 입구에서 안정되어 있던 마음이 평화로워지기 시작했다.

선운사IC로 나와 다시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려 서울로 차를 움직였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의 여행이었지만 그동안 도시에서 각박하고 치열하게 살아왔던 삶과 달라 너무나 좋은 경험이었다. 특히 도시 생활에만 익숙해진 아이들과 꼭 한 번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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