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리단길에서 느끼는 본고장 스테이크
망리단길에서 느끼는 본고장 스테이크
  • 최빈 기자
  • 승인 2019.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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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좀 시들해졌지만, 한 때 이태원 경리단길을 시작으로 ‘○리단길’이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다. ‘○리단길’은 기존의 번화가에서 벗어난 조금은 낙후된 곳에 젊은 사람들이 기발한 아이디어와 인테리어를 바탕으로 가게를 형성해 새로운 상권을 창출한 곳을 말한다. 그 중에서도 망원동에 있는 망리단길은 보기에는 비록 조금 올드해 보이지만, 최신 유행과 맛으로 무장한 가게들이 즐비해 요새말로 ‘힙한’곳이다. 일찍 망리단길을 방문하였지만 역시 사람이 많았다. 주차할 곳을 찾기 어려울까 걱정했지만 노상 주차장이 많이 있어 편히 주차할 수 있었다.

가게는 1층과 지하로 된 구조였고, 1층보다는 지하에 넓은 홀을 가지고 있어 좀 독특했다. 특히 환한 낮임에도 불구하고 지하로 들어가니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음식과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자리를 안내받아 미리 알아보고 온 티본스테이크 세트를 주문했다.

첫 번째 메뉴인 식전 빵과 단호박 스프, 생모짜렐라 샐러드 등이 나왔다. 따끈따끈한 식전빵에 버터를 발라 먹으니 허기진 게 조금은 가셨다. 또 단호박 스프는 그 색깔만큼이나 아주 달달한 맛이 났다. 조금만 달았다면 느끼해졌을법한데 딱 그 선을 넘지 않을 만큼의 단맛이었다. 생모짜렐라 샐러드는 모짜렐라 치즈의 쫄깃쫄깃한 식감이 살아있 어 채소를 아삭아삭 먹는 보통 샐러드와는 달랐다. 샐러드의 상큼한 맛이 식감을 북돋아주게 하여 다음으로 나오는 메뉴를 기대하게 하였다.

에피타이저를 다 먹고 나니 배가 더 고파왔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려던 찰나 두 번째 음식이 나왔다. 관자 알리오올리오였다. 이 메뉴를 주문한 이유는 평소 관자의 물컬물컹한 식감과 고소한 맛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또 알리오올리오도 집에서 요리할 때는 올리브유를 많이 넣지 못하는데, 듬뿍 넣은 올리브유에 볶은 스파게티를 먹으니 맛있는 느끼함을 맛볼 수 있었다. 거기에 편으로 썬 마늘이 고소한 맛을 배가 시키면서 풍미를 극대화시켰다. 그렇게 스파게티를 맛있게 먹고 있을 때에 드디어 오늘의 메인메뉴인 티본스테이크가 나왔다.

비스트로 망원의 다른 메뉴들도 물론 맛있겠지만 이 음식점에서 제일 유명하고 맛있는 것은 티본스테이크이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꽤 비싼 편이지만 지난해 하와이 여행 때 먹었던 티본스테이크 가격과 비교해보면 거의 절반 값이라 왠지 그렇게 비싸게 느껴지지 않았다. 티본스테이크는 소의 안심과 등심 사이에 T자형의 뼈에 붙어있는 부분을 요리해 붙여진 이름이다.

티본스테이크를 처음보고 생각보다 양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550g 정도 되는 양이기에 둘이서 충분히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스테이크의 겉은 타지 않을 정도로 바삭하게 구워졌고 속은 많이 익히지 않아 굉장히 부드러웠다. 그렇기에 스테이크를 한 점 썰어 입에 넣으니 응축 되어있던 육즙이 주르륵 흘러내려 아주 맛이 좋았다. 같이 나온 소스와도 궁합이 잘 맞아 매번 찍어 먹었다. 예전에는 삼겹살 3,4인분 하는 가격에 스테이크를 먹는 것이 좀 아까웠었지만 이번에 먹어본 스테이크는 그 이상의 값어치를 충분히 한 것 같아 전혀 아깝지 않게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티라미슈와 커피가 디저트로 나왔다. 알리오올리오와 스테이크를 연속으로 먹다보니 조금 느끼해진 입을 디저트로 상큼하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 티라미슈의 부드러우면서 달콤한 맛이 느끼함을 잡아줬다. 다가오는 연말, 맛있는 스테이크를 맛보고 싶다면 비스트로 망원을 가보시길 추천한다. 티본스테이크를 본고장 그대로의 맛에 저렴한 가격으로 맛볼 수 있기에 결코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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